“Miracle(기적입니다).” 품에 안긴 세쌍둥이를 감격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나이지리아 여성 데파트(가명·35)씨는 지난 한 달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6년간 하루도 쉬운 날이 없었다”는 그녀가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을 찾은 건 지난 2008년. 중고차·옷 등을 아프리카로 수출하는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내 실패했고, 잦은 음주와 여자 문제로 속썩이던 전 남편과도 4년 만에 이혼했다. 단기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자가 된 그녀는 나이지리아에 있는 4살배기 딸의 양육비를 송금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그러다 공장에서 일하던 현재의 남편을 만나 재혼하게 된 것. 결혼 후 세쌍둥이를 임신했단 소식에 데파트씨는 “막상 두려움이 앞섰다”고 했다. 부부가 모두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고, 35세 이상 고위험 산모라 산전검사부터 출산까지 병원비 부담이 컸기 때문. 남편 월급 170만원으로는 월세, 생활비, 양육비를 감당하기도 부족했다. 전전긍긍하던 데파트씨의 마지막 희망은 희망진료센터였다. 희망진료센터는 2012년 6월, 대한적십자사와 서울대학교병원,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함께 서울적십자병원 내에 마련한 의료센터다. 데파트씨처럼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 가정, 북한 이탈 주민, 난민 등 의료 소외계층이 그 대상이다. 지금까지 1만7000여명이 희망진료센터를 통해 수술 및 치료를 받았고, 총 11억원이 지원됐다. 정부·민간 차원의 의료 사각지대를 메우는 새로운 시도였다. 최윤지 대한적십자사 희망진료센터 의료사회복지사는 “복지부도 긴급 의료 지원사업을 통해 불법체류자 신분의 외국인 근로자를 돕고 있지만, 주로 입원비만 지원하고 막상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비급여항목인 수술비나 기타 외래비는 고스란히 본인 부담”이라면서 “게다가 지원을 받으려면 근로확인서·사업자등록증 등 요구되는 서류가 많아 불법고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