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사태로 본 비영리단체의 과제는? 투명성과 소통”

[인터뷰]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정의연 기부금, 본질 꿰뚫기’. 황신애(47)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가 쓴 몇편의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0년 넘게 비영리 업계에 몸담은 ‘모금 전문가’로서 이번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태를 냉정하게 분석한 글이다. 기부금을 받는 비영리단체가 돈 문제나 내부 고발로 언론의 도마에 오르는 일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벌어지는 문제지만, 최근 정의연 사태는 사안이 좀 더 복잡하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이라는 민감하고도 중요한 이슈를 다루는 단체가 위안부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와 틀어졌다는 것 자체로 파문이 일었다. 지난 7일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윤미향 전(前) 정의연 이사장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문제가 터졌고, 윤 전 이사장이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라는 이슈가 더해져 정치적 공방으로 번졌다. 황신애 이사는 “복잡한 이슈들을 걷어내고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한다”고 썼다. 비영리단체의 구조적 어려움과 비영리 활동가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 기부금의 개념과 속성을 자세히 설명해주면서 언론이 잘못 짚은 포인트가 무엇인지, 정의연이 비난받아야 할 지점은 어딘지 정확히 짚어 알려준다. 지난 19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황신애 이사를 만났다. ―본질을 봐야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불필요한 공방이 너무 많다. 비영리단체의 문제로만 정의연 사태를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비영리가 소홀히 해선 안 되는 중요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 돈 문제, 소통과 리스크 관리에 관한 문제다. 다른 비영리단체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정확히 알아야 되풀이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언론에서 잘못 보도한 내용도 바로잡고 싶었다.” ―잘못 알려진 것 먼저 바로잡아

[기후금융이 온다] 10조원대 ‘탈석탄금고’ 누가 차지할까?

②기후변화 막는 탈석탄금고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서울시교육청의 ‘금고’를 관리할 은행이 올 하반기 새롭게 결정된다. 은행들로선 4년 만에 찾아온 기회다. 이번에 선정되면 4년간 서울시교육청의 금고지기 역할을 하며 총 40조원을 굴릴 수 있게 된다. 최근 여기에 변수가 등장했다. 이달 초 서울시교육청이 ‘탈(脫)석탄금고’를 선언하면서 은행권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금고를 선정할 때 “석탄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은행을 우대해주는 것을 탈석탄금고라고 한다. 우리나라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탈석탄금고를 선언한 건 서울시교육청이 처음이다. 현재 국내 은행 대부분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석탄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만약 5대 민간은행(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 가운데 어느 한 곳이 먼저 탈석탄 투자 선언을 한다면 1~2점 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금고 선정 경쟁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쩐의 전쟁’에 끼어든 기후변화 이슈 지난 3월 25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솔루션, 환경운동엽합, 청소년기후행동,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 9개 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시교육청 앞에 피켓을 들고 모였다. 막대한 예산이 담긴 교육청의 금고를 탈석탄금고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탈석탄금고라는 용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방법은 간단하다”면서 “100점 만점인 금고 입찰 평가에서 ‘탈석탄’ 관련 항목을 추가해 점수로 반영하면 된다”고 말했다. 금고 입찰에 참여하는 은행이 ▲탈석탄 선언을 했는지 ▲탈석탄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기존 석탄산업 투자를 중단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했는지 등을 따져 교육청 금고를 맡기라는 것이다. 청소년 활동가들로 구성된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위기가

[진실의방] 여전히 천동설을 믿는 사람들

  “쇼하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CEO 제프 베이조스가 최근 사재를 털어 100억달러(약 12조30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못해 싸늘하다. 그는 이른바 ‘베이조스 지구 기금(Bezos Earth Fund)’이라는 걸 조성해 이 돈을 기후변화 대응에 쓰겠다고 밝혔다. 칭찬받아 마땅할 일인데 되레 욕을 먹는 이유는 아마존이 ‘기후위기 악당 기업’으로 명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사업과 배송 사업 등으로 전 세계 탄소배출량을 늘리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있다.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기업 운영 방식은 바꾸지 않고 기후변화 대응 기금을 만들겠다고 하니 거액을 내놓고도 좋은 소리를 못 듣는 것이다. 최근 SNS에서 번지고 있는 ‘나쁜 기업 사회공헌 활동 기금 거부 운동’도 흥미롭다. 국내 복지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의 기부금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릴레이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에 지목된 곳은 한국마사회다. 지난해 벌어진 문중원 기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 한국마사회의 사회공헌 활동 기부금을 거부하는 운동을 진행 중이다. 아마존도 그렇고, 나쁜 기업들의 보여주기식 사회공헌 활동에 큰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세상이 바뀐 걸 모르고 여전히 수익만을 쫓는 기업들은 투자도 받기 어려워졌다. 올 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앞으로 기업에 투자를 결정할 때 ‘기후변화’와 관련된 대응을 하고 있는지를 주요 지표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석탄화력 등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에 대한 투자금부터 빼겠다고 밝혔다. 물론, 블랙록이 환경을 위해서 이런 결정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석탄화력 산업의 경제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기후금융이 온다] 한국은행의 수상한 채용공고

①’그린스완’ 대비하는 중앙은행들 이달 초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조금 특별한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기후’와 ‘경제’의 관계를 분석할 박사급 전담 연구원을 뽑는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에 선발되는 인력은 금융안정국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기후변화가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게 된다. 기후변화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에 어떤 충격을 가져올지 예측하고 대비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주요 업무다. 이번 채용 공고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에서 기후변화 관련 연구원을 뽑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기후변화를 ‘환경 문제’가 아닌 ‘경제 문제’로 인식하고 대비해왔지만, 한국은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후변화를 가장 중요한 금융 이슈로 내세우고 있지만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대응은 줄곧 소극적이었다. 기후가 금융을 망친다? 중앙은행들이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후변화가 금융 위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런 식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홍수·폭설 등의 자연재해가 ▲농업·관광·에너지·보건 등 실물경제에 피해를 주고 ▲이런 피해가 보험·대출·투자 등 금융 부문으로 파급되면서 ▲금융 위기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저탄소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탄소배출 규제 정책이 시행되면 ▲탄소배출 관련 산업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여기에 돈을 투자한 은행들의 손실이 확대돼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이라고 불리는 BIS(국제결제은행)는 올 초 ‘그린스완(Green Swa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다음번에 금융 위기가 발생한다면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스완은 미국

어디에나 있는 ‘n번방’ 못 막는 건가 안 막는 건가

[Cover Story] n번방, IT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미성년자 등 여성 대상 성 착취 영상물을 채팅방에서 유포한 일명 ‘n번방 사건’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악(惡)의 온상으로 지목된 해외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은 한국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에도 묵묵부답이다. 성난 국내 이용자들이 ‘탈퇴 총공(격)’을 펼쳐도 반응이 없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텔레그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고 있다. 뛰어난 보안성을 내세우며 수많은 가입자를 불러 모았지만, 지금은 그 기술이 성범죄와 테러, 마약·무기 밀매 등에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분노는 텔레그램을 넘어 IT 업계 전반으로 향하고 있다. 메신저와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카페와 블로그 등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카카오, 네이버, 페이스북 등 거대 IT 기업이 이런 문제들을 인지하면서도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n번방 사건의 주동자와 공모자뿐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를 방조한 IT 기업에도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전한 n번방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모르는 아저씨가 자기 몸을 찍은 사진을 보여줬어요. 신고하기를 누르려다 실수로 채팅방에서 나와버렸어요. 증거를 못 남겼는데 어떡하죠?” “라인 채팅방에서 대화하던 남자가 만나자고 해서 싫다고 했더니 ‘네 얼굴 캡처했고 신상 다 털었다. 나체 사진에 합성해 주변에 뿌리겠다’고 협박해요. 너무 무서워요.” 십대여성인권센터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이런 상담이 들어온다. 지난해 센터로 접수된 디지털 성범죄 상담 건수는 4200여건. n번방 사건 이후에도 상담 건수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텔레그램 관련 상담만 전보다

[진실의 방] 흩어지면 데이터, 모이면 임팩트

중학교 때였다. 늦은 여름날, 학교에서 단체로 야영을 했다. 다른 건 다 잊어버렸는데 친구들과 운동장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같이 밤하늘을 올려다봤던 게 기억난다. 밤하늘을 그렇게 오래 바라본 건 처음이었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또렷해지던 별들. 어쩌다 별똥별이 떨어지면 친구들과 호들갑을 떨며 좋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다시 밤하늘을 제대로 본 건 지난해 몽골 취재를 갔을 때였다. 저녁까지 비바람이 몰아쳐서 별 보긴 글렀구나 포기하고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구름이 걷히더니 까만 하늘 위로 별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밤하늘을 뒤덮은 별들을 보며 그저 작은 탄성만을 내뱉었다. 그때 알았다. 별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별을 보는 게 어렵다는 걸.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일행 중 한 분이 손가락으로 먼 하늘을 가리켰다. 북두칠성이 거기 있다고 했다. 찾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몽골의 북두칠성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또렷해서 단번에 국자 모양을 발견했다. ‘이번 건 좀 더 어려운 별자린데’라고 운을 떼더니 다른 곳을 가리켰다. 수많은 별이 정신없이 얽히고설킨 그곳을 한참 동안 헤맨 끝에 찾아냈다. 꼬리와 머리, 활짝 편 양 날개. ‘백조자리’였다. ‘코로나맵’ 서비스가 처음 나온 건 지난 1월 말이었다. 정부에서 내놓는 코로나19 확진자 데이터가 산발적이고 정돈되지 않아 시민의 불안감만 키우던 와중에, 한 대학생이 확진자 동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코로나맵을 만들어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 사람들의 제보 등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긁어모아 좌표를 찍고 그걸 선으로 이어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가장 보람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의사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긴장된 적은 처음이었다. 지난 2월 20일 목요일 오후 8시 45분, 대구동산병원에서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나를 포함한 병원 운영진이 회의실에 모여 앉았다. 하루 만에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30명이나 추가로 나온 상황. 전국 확진자가 82명이 된 시점이었다. 대구시는 우리 병원에 코로나19의 ‘지역거점병원’이 돼달라는 요청을 보내왔다. 대구동산병원은 공공의료병원이 아닌 사립병원이라서 운영진의 결단이 필요했다. 긴 회의 끝에 우리는 시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역거점병원이 되기로 결정한 다음 날 아침, 전 직원에게 이 내용을 공지했다. 대부분 당황하고 놀라서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언제 끝날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혼란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떻게든 막아내야 한다면, 그리고 누군가 그걸 해야 한다면 우리가 합시다. 대구동산병원이 합시다!” 모두의 가슴 속에서 사명감이 솟구쳐 올랐다. 먼저 응급실부터 폐쇄했다. 다음 단계는 병실 확보. 입원해 있던 환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절차를 밟아 나갔다.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준 덕에 하루 만에 병상을 거의 통째로 비울 수 있었다. 2월 22일 토요일 아침. 거점 병원 조직도를 완성하고 각자 임무를 파악했다.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게 많았다. 이날 오후 12시 30분이 되자, 확진 환자들을 태운 구급차가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N95 마스크, 방호복, 체온계 등 필수 의료용품 조달이 시급했다. 다행히 물건들은 각계각층의 지원으로 어느 정도 채워졌다. 지금 가장 부족한 건 ‘사람’이다. 의사와 간호사 인력이 절실하다. 소식을 듣고

[진실의 방] 잘 알지도 못하면서

  놀이기구 타는 걸 유독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그들이 ‘강추’하는 놀이기구 중 하나가 에버랜드의 ‘티-익스프레스’다. 예전에 에버랜드에 갔을 때 본 적은 있는데 타보진 못했다. 지옥에서나 들릴법한 비명이 나서 쳐다봤더니 거기서 나는 소리였다. 한번 타볼까 하다가 그 소리를 듣고 소름이 돋아서 관뒀던 기억이 난다. 티-익스프레스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시작된 지 햇수로 6년이 됐다. 2015년 5월, 이 놀이기구를 타려고 줄을 섰던 시각장애인들이 탑승을 제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스릴 레벨’이 높은 놀이기구 7종에 대해 시각장애인의 이용을 제한하는 ‘어트랙션 안전 가이드북’ 내용을 근거로 직원들이 탑승을 막아선 것이다. 공익인권변호사 모임인 ‘희망을만드는법’은 이를 장애인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탑승을 거부당한 시각장애인들을 대리해 손해배상과 가이드북 시정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했다. 에버랜드 측은 반사적 방어행동 속도가 느린 시각장애인이 고속으로 낙하하거나 360도 회전하는 놀이기구를 탔을 때 정상 시력을 가진 사람보다 충격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여러 안전상 이유를 들며 탑승 제한이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현장 검증’을 통해 티-익스프레스가 실제로 시각장애인에게 위험한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판사들도 검증에 동참했다.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놀이기구를 탔고 비상 탈출 과정에도 참여했다. 에버랜드의 주장과 달리 시각장애인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티-익스프레스를 즐겼고, 비상 상황을 가정한 탈출 과정에서도 정상적으로 대피했다. 신체적 충격을 측정한 결과에서도 차이가 없었다. 2018년 10월 재판부는 시각장애인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에버랜드 운영사인 삼성물산 측은 즉각 항소했다. 다툼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차별은 무지(無知)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이런

“민·관 협력해 사회문제 해결하는 ‘사회복지 4.0 시대’ 열린다”

[사회복지 4.0]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새싹보리’로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자.” 2018년 원주에서 시작된 기발한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고 있다. 가로 12m 세로 2.9m 컨테이너 2동을 항온기, 제습기, LED 광원 등을 갖춘 스마트팜으로 꾸민 뒤 지역 노숙인들에게 농작물 재배를 맡긴 ‘원주 도시농부 아카데미 하우스 프로젝트’다. 초보 농부로 변신한 노숙인들의 의욕은 대단하다. 수확한 새싹보리로 로컬푸드 인증을 받았고, 새싹보리를 분말로 가공하는 데 성공해 현재 유통 판매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고부가가치 농작물 판매를 통해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는 게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다. 지난 4일 만난 서상목(73)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은 “사회복지 현장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설에서 노약자를 돌보거나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구호 활동을 벌이는 수준을 넘어, 지역의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수행하는 단계까지 왔다. 서 회장은 “정부와 기업, 주민이 협력해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사회복지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원주 도시 농부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사회복지 4.0 시대… 핵심은 ‘지역복지공동체’ ―원주 사례는 종전에 우리가 알던 ‘사회복지’와 형태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가 시작된 게 18세기 중반입니다. 산업혁명으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영국에서 빈곤 문제가 생겨났고, 기업가들이 자비를 털어 빈곤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어요. 대부분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가난해진 것을 알 수 있었죠. 늙어서, 아파서, 직업을 잃어서. 이런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선 단체가 생겨났어요. 1860년대 영국에만 자선 단체가 수백 곳 설립됐는데 이 자선 단체들이 모여 COS(자선조직협회·Charity Organization Society)라는 연합회를

더 많은 사람 살리기 위해… 수술장 박차고 나와 아프리카 주민들 속으로

[Cover Story] ‘이태석봉사상’ 수상… 박세업 글로벌케어 북아프리카본부장 소외된 사람 위해 선택한 ‘외과의사’ 1998년부터 해외 각지서 의료봉사 15년 전 온 가족 함께 아프간으로 밤낮 사람 살리는 수술에 몰두해 외과의사에서 보건전문가로 가난·기아로 죽어가는 사람들 보며 근본적 해결책 찾고자 보건학 공부 도시 빈민촌 돌며 결핵 예방 주력 지역 문제 해결할 ‘청년’ 육성에 집중 1962년 태어난 동갑내기 두 남자가 있다. 동네는 달랐지만 둘 다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주변에 항상 가난이 있었고,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꿈을 키웠다. 1981년 두 사람은 각자 다른 대학의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민주화 운동이 뜨겁던 시절.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향한 열망 속에서 둘은 비슷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일까?’ 한 사람은 의대를 졸업한 뒤 성직자가 되기 위해 신학대에 입학한다. 다른 한 사람은 외과 전문의가 돼 개인병원을 연다. 세월이 흘러 신부가 된 남자는 아프리카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남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로 향한다. 외과 의사가 된 남자는 개인병원을 접고 전쟁이 한창인 중동의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간다. 다른 길을 가는 듯했지만 같은 곳으로 가고 있었다. 가장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 곁으로. 영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고(故) 이태석 신부와 올해 ‘이태석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된 박세업(58) 글로벌케어 북아프리카본부장. 살면서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두 사람의 인생은 신기할 만큼 궤적이 닮았다. 이태석 신부의 선종 10주기를 나흘 앞둔 지난 10일, 서울역 공항철도 타는 곳 앞에서 박세업 본부장을 만났다. 커다란

[진실의 방]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

  사람들이 쳐놓은 그물에 고래가 걸렸다. 멸치를 잡으려고 설치해둔 촘촘한 그물에 ‘우연히’ 고래가 걸려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고래잡이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고래를 불법 포획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멸치잡이 그물에 고래가 걸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처음부터 고래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그물을 친 게 아니라서 처벌받지 않는다. 혼획(混獲). 어업 활동을 할 때 원래 목적했던 어종이 아니라 다른 생물이 섞여 잡히는 걸 가리키는 말이다. ‘고래 혼획’을 굳이 처벌하지 않는 데엔 다음과 같은 전제가 깔렸을 것이다. 고래 혼획은 100% 우연히 발생하는 상황이며, 의도적인 포획처럼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국제포경위원회(IWC)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을 제외한 10개 나라에서 혼획된 고래 수는 평균 19마리였다. 한 달에 1.5마리 정도 혼획된 셈이니 ‘자주’라고 보긴 어렵다. 문제는 이렇게 드물게 일어나는 고래 혼획이 우리나라에서는 수시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 혼획된 고래는 무려 1835마리였다. 다른 나라 평균의 100배에 달하는 수다. 현행법상 혼획된 고래의 소유권은 발견한 사람에게 있다. 의도적으로 잡은 게 아니라 우연히 잡혔다는 것만 입증하면 고래의 주인이 될 수 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판매도 할 수 있다. 밍크고래의 유통 판매 가격은 최소 수천만원에서 최대 수억원에 이른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밍크고래를 2번 혼획했다고 신고한 어부는 34명이나 된다. 심지어 한명의 어부가 혼자서 6번 혼획한 경우도 있었다. “사실을 말할 수는 없지만, 하나만 말씀드리면 고래가 다니는 길을 알고 있습니다.” 고래를 6번

[2020 제3섹터 키워드10] 일상이 된 ‘시민모임’, 경제가 된 ‘임팩트투자’

  올해 제3섹터에서는 ‘임팩트’라는 단어가 유독 강조됐다. 사회적·환경적 성과를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 확대로 자본시장의 새로운 질서가 형성됐고, 임팩트 효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려는 각계의 시도도 이어졌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에는 어떤 트렌드가 제3섹터를 장식할까. 더나은미래는 기업사회공헌, 비영리, 사회적경제, 학계 등 각 분야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2020년 제3섹터 키워드’ 10개를 꼽았다.   셀프 애드보커시 운동(Self Advocacy movement) 차별과 편견, 불평등과 부조리에 맞서 누군가의 권리를 보호하고 대변하는 것을 애드보커시(advocacy·옹호) 활동이라고 한다. 내년 제3섹터에서는 문제의 당사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셀프 애드보커시 운동(Self Advocacy movement)’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당사자가 전면에 나서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나아가 ‘법제도 개선’까지 요구하는 형태다. 보호종료아동 자립 지원 캠페인 ‘열여덟 어른’은 대표적인 셀프 애드보커시 운동이다.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하는 이 캠페인은 만 18세가 되면 보육원에서 나와 자립 정착금 500만원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보호종료아동들의 실상을 당사자의 목소리로 전해 사회적 지지를 받았다. 당사자들이 경험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해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애드보커시보다 파급력이 크다.   공유경제 2.0(Sharing economy 2.0) 오피스 공유 스타트업 위워크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올 3분기에만 12억5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한때 공유경제의 성공 신화로 불리던 위워크의 몰락으로 전문가들은 공유경제 시장의 극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공유경제 2.0’은 소비 활동을 소유에서 대여로 전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와 노동자가 경제 주체로 자리 잡는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공유경제의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