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②위기 가정, 발굴이 우선 “남편이 남긴 빚이 있습니다. 지금은 정수기 코디를 하고 있는데, 방문 건수에 따라 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하고, 늦은 저녁에야 일이 끝납니다. 돌볼 사람이 없어 아이를 집에 두고 나올 때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A(35)씨는 자살 유가족이다. 남편은 사업 실패로 우울증을 앓다가 경제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수급 대상자는 아니지만 빚을 갚으면서 생활비를 마련하기엔 하루하루가 벅차다. 벌써 2개월째 공과금이 체납됐다. 한 가정이 위기에 빠졌지만 정부의 복지 시스템 안에서는 이들을 찾아낼 길이 없다. 당사자 신청할 때까지 기다린다? 정부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복지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건강보험료 체납, 단전·단수, 가스 공급 중단 등 29개 지표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하면 지원 후보자로 발굴된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경제적 악화는 찾아낼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북한이탈주민 모자(母子)와 같은 해 11월 사망한 서울 성북구 네 모녀도 이 시스템으로 발굴하지 못했다. 위기 가정 발굴 시스템의 한계는 평소 드러나지 않다가 빈곤층 사망 사건이 발생해야 주목받는다. 그때마다 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만, 사고는 반복된다.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현장 활동가들은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우선 당사자가 직접 신고해야 하는 ‘복지 급여 신청주의’다. 가난을 스스로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실직, 휴·폐업, 질병 등으로 생계가 곤란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당사자가 직접 지원해야 한다. 성북구 네 모녀의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