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복지사각지대] 빈곤 구제 핵심은 ‘속도’…사회복지사가 위기가정 닫힌 문 연다

④위기가정 ‘닫힌 문’ 여는 사회복지사 배유리 대전가정위탁지원센터 사회복지사가 A(18)군을 처음 만난 건 지난해 여름이었다.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남은 A군은 자신이 입양아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됐다. 아버지가 살아있을 때만 해도 왕래하던 친척들이 하나둘 연락을 끊었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식비는 물론 생필품을 살 돈도 없었다. 끼니를 거르는 날이 많았고 그마저도 라면으로 때우는 게 다반사였다.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을 방법은 마땅치 않았다. 미성년자였지만 만 18세가 넘어 시설 위탁이나 가정 위탁도 어려웠다. 배유리 복지사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지원 사업들을 수소문해 생계 주거비를 지원하는 ‘신한 위기가정 재기지원사업’을 A군에게 연결해줬다”면서 “덕분에 식료품과 그릇, 냄비, 세제 등 기본적인 생필품을 갖출 수 있었다”고 했다. 대전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는 A군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 후견인을 찾는 업무와 더불어 자립 교육 제공 등 사후 관리를 통해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위기가정 지원사업에 ‘사회복지사’들이 핵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전국 각지 위기가정을 직접 발굴하고 민간 지원사업과 적절하게 연결하는 일을 맡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위기가정이 늘어난 올해는 사회복지사들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기가정은 자연 재난이나 사회 재난 앞에서 영구 빈곤층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위기가정을 적기에 신속하게 지원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역량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회복지사들은 정부의 복지망을 벗어난 위기가정을 직접 찾아나선다. 주서연 전주지역자활센터 팀장은 “월세를 내지 못해 집주인에게 고소를 당한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며 “밀린 월세에 고소 비용까지 더해져

로컬은 현상이다

“하고 싶은 일을 살고 싶은 곳에서” 지역에 청년 모이고, 자본 뒤따라 소상공인? 이젠 로컬크리에이터! 성공 핵심 ‘지역 정체성’에 달려 한때는 하숙촌을 이루며 번화했지만 세월이 지나 쇠퇴해버린 충남 공주의 구도심. 이곳으로 다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옛 가옥을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가 생기고 근처 식당과 카페, 세탁소, 사진관이 연결되면서 마을 전체가 하나의 호텔처럼 관광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주 구도심의 ‘마을호텔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들은 일명 ‘로컬크리에이터’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지역의 유산에 비스니스 모델을 결합해 죽어있던 마을을 되살려냈다. ‘로컬’이 뜨고 있다. 지역으로 청년들이 모이고, 자본이 흐르기 시작했다.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전국 각지에 등장하면서 ‘로컬 신(local scene)’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들의 모토는 간단하다. ‘하고 싶은 일을 살고 싶은 곳에서 하자!’ 하고 싶은 일을 하자 강원 양양은 불과 5년 만에 서핑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한 해 70만명에 달한다. 양양 해변을 2030세대들로 가득 채우기까지는 박준규 서피비치 대표의 역할이 컸다. 서피비치는 40년간 출입이 통제됐던 군사제한구역을 서핑 전용 해변으로 탈바꿈시킨 로컬 스타트업이다. 강원에서 나고 자란 박 대표는 지난 2015년 체험 중심의 서핑 강습을 시작으로 F&B(식음료) 사업, 광고 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동해를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부산에서 직장 생활할 때 우연히 강릉으로 출장 올 일이 있었는데, 너무 현대화가 안 돼 있는 거예요. 즐길 거리가 없는 옛날 느낌의 바다랄까…. ‘놀 땐 확실하게 노는’ 젊은 층을 잡으려면 그 공간 자체를 즐길 수

코이카, 印尼 플라스틱 폐기물 해결한 스타트업에 20만 달러 지원

인도네시아 섬마을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인 현지 스타트업 ‘코모도워터’가 ‘제1회 킹세종&장영실 프라이즈’ 우승팀으로 선정됐다. 31일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스타트업 경진대회 ‘킹세종&장영실 프라이즈’를 열고 우승팀 코모도워터에 상금 20만 달러(약 2억4000만원)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코이카는 “인도네시아는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 순위에서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일 정도로 환경 문제가 심각한 국가라는 점에서 대회의 주제를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코모도워터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인도네시아 코모도 국립공원에는 ‘파파가랑’이라는 섬에서 월 6.5톤씩 발생하던 비닐과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섬 주민들은 깨끗한 물과 얼음을 얻기 위해 매일 20km 떨어진 인근 섬을 오가야 했다. 물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운반했고, 얼음의 경우 이동 중에 덜 녹도록 별도의 비닐로 포장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모도워터는 파파가랑 섬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활용한 얼음 제조 시설을 설치하고, 섬 내에 식수 유통채널을 구축했다. 현재 파파가랑 섬 주민은 매일 식수 5000리터와 얼음 500kg을 공급받고 있다. 덕분에 플라스틱 폐기물 감소는 물론 섬을 오가며 낭비했던 기름 값도 절감하게 됐다. 이번 대회를 위해 코이카는 지난해 12월 현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했고, 70여 개의 기업이 참여했다. 서면 심사와 면접을 거쳐 코모도워터를 포함해 총 4팀을 선정했다. 이들은 각각 5만 달러(약 6000만원)의 상금을 받고, 지난 5개월간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한편 준우승 기업으로는 바다 해초를 원료로

코액터스, ICT 탑재한 청각장애인 택시 ‘고요한M’ 내달 1일부터 운행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택시에 ICT(정보통신기술)를 탑재한 ‘고요한M’이 오는 8월1일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소셜벤처 코액터스는 SK텔레콤과 손잡고 청각장애인 전용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이 설치된 택시 차량을 서울 지역에서 운행한다고 29일 밝혔다. 고요한M은 차선을 이탈하거나 앞차 간격이 좁아지는 등의 위험한 상황을 디스플레이 시각정보와 기사들이 착용하는 스마트워치에 진동으로 전달되는 기능을 갖췄다. 기존 시각정보와 경보음만 제공하는 비장애인용 ADAS를 청각장애인 기사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또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운전자가 스마트워치에서 긴급도움(SOS) 버튼을 누르면 차량 위치가 경찰 112센터에 전달된다. 코액터스는 지난 2018년부터 청각장애인 운전기사와 승객이 소통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고요한택시’를 법인택시회사에 제공해 왔다. 승객이 차량에 설치된 태블릿PC로 목적지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내비게이션이 작동하며, 문자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도 있는 서비스다. 코액터스에 따르면, 고요한택시로 지금까지 62명의 청각장애인 기사들이 15만여 건의 운행을 했다. 고요한M이 기존 고요한택시와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고요한택시의 운전기사가 법인택시회사 소속인데 반해, 고요한M은 코액터스가 직접 고용하는 형태다. 운전기사들은 하루 약 15만원의 사납금을 내는 방식이 아닌 월급을 받고 근무하게 된다. 코액터스는 SUV 차량 택시 10대를 운행하기 위해 청각장애 운전기사 15명을 고용했다. 또 하나는 콜 기능이다. 고요한M은 배회영업을 하지 않고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T맵의 호출 기능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는 “우선 10대로 시작해 2021년 하반기 100대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고용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코로나 이후 6개월, 전 세계 아동 800만명 노동·구걸에 내몰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6개월 만에 전 세계 아동 1억1000만명이 배고픔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월드비전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월드비전은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취약지역 주민들의 직간접적 삶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긴급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중남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아시아 24개국의 1만4000여 가정과 아프리카 소상공인 24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800만명의 아동이 노동하거나 구걸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입 감소를 겪은 캄보디아 가정 중 28%가 아동을 노동 현장에 보낸다고 응답했고, 방글라데시의 경우 조사대상의 34%가 아이들이 구걸에 내몰렸다고 답했다. 유엔은 학교 급식에 의존하던 아동 3억 6800만명이 다른 식량 공급원을 찾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월드비전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닥치면 최빈국에서는 취약한 아동과 그 가족이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다”면서 “취약국가에서는 내전, 정치적 불안, 기후변화 등 기존의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소득급감이 겹쳐 주민들이 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1일 코로나19의 아프리카 지역 확산세가 빨라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국제구호단체에서는 취약계층 대상의 즉각적인 생계지원 없이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은 물론, 아동들의 다음 세대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동주 월드비전 국제구호 취약지역사업팀장은 “전 세계에 닥친 코로나19라는 끔찍한 재난으로 고통받는 아동들을 위해 최근 수십 년간 있었던 어떤 구호사업 현장에서보다 큰 규모의 지원 대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학대·강제노동 아동 급증

코로나19 확산으로 아동학대가 증가하고 노동을 강요받는 아동의 수도 급증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세이브더칠드런과 플랜인터내셔널이 22일 공동 발표한 보고서 ‘우리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Because We Matter: Addressing COVID-19 And Violence Against Girls in Asia-Pacific)’에 따르면, 인도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 11일 만에 9만2000건을 돌파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비 50%나 증가한 수치다. 태국에서는 봉쇄 기간 가정폭력 사례가 2배 증가했고, 방글라데시·싱가포르·미얀마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보고됐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자체보다 가계 경제의 어려움으로 발생하는 아동학대, 조혼, 성폭력 등이 여아의 삶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4월 유엔인구기금(UNFPA)은 코로나19로 이동제한 조치가 지속할 경우 3개월마다 세계적으로 성폭력이 1500만건씩 증가한다고 예측한 바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방글라데시 내 최대 홍등가 폐쇄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많이 늘어났고, 자녀에 대한 교육지원을 끊거나 노동을 강요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에 대한 가정폭력과 여아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인식개선 자료를 배포하고 라디오 등을 통해 교육 메시지를 송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산 누르 세이브더칠드런 아시아 지역사무소장은 “전 세계적인 휴교 조치로 일상적인 교육과 교사의 보호 없이 학교 밖에 머무는 아동은 폭력과 착취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면서 “최근 수십 년간 아시아 지역에서 진전을 이뤄온 조혼 문제도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일자리위원회, 2022년까지 환경 분야 사회적경제기업 육성으로 일자리 1만3000개 창출

정부가 2022년까지 환경 분야 사회적경제기업을 1400개 육성하고 1만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 22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6차 본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환경 분야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의결했다.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환경·사회적 가치도 추구하는 환경 분야 사회적경제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환경문제 해결과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환경부는 우선 업사이클, 생물소재, 녹색제품, 에너지분권화 등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창업·성장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농업 활동을 통해 취약계층에 돌봄·교육·고용 등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농장을 활용한 ‘자생식물 사회적농장 시범사업’을 추진해 상업화 기반을 마련한다. 또 마을주민이 주도하는 사회적경제조직 결성을 지원해 마을 단위 발전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자립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매칭하고 기술지원도 이뤄질 계획이다. 폐자원 처리시설을 주민주도 수익사업으로 추진하는 사업도 속도를 낸다. 폐기물처리시설에서 생산된 폐열을 세탁소·온실·캠핑장 등 마을기업의 수익사업을 활용하는 친환경에너지타운을 기존 6개소에서 15개소를 추가로 조성한다. 이 밖에 지역의 소규모수도시설 관리도 내년부터는 전문교육을 이수한 자활기업으로 전환하면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K방역 뒤엔 전문성 갖춘 긴급구호 있었다

코로나19 속 빛난 구호 활동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6개월째다. 그간 전 국민이 감염병 극복을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였고, 국내 방역 시스템은 이른바 ‘K방역’으로 불리며 세계적 찬사를 받았다. 최근 정부는 “전 세계 110국에서 한국의 K방역·역학조사 노하우 공유를 요청받았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재난 대응이 순조롭게 돌아갈 수 있었던 건 민간 영역에서 활발하게 이뤄진 구호 활동 덕이 크다. 이들은 정부가 채우지 못한 빈틈을 메우기 위해 먼저 움직였고, 각자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냈다. 긴급구호 키워드는 ‘속도전’ 대한적십자사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흘 뒤인 1월 23일 긴급대응본부를 가동하고 비상 대책 수립에 나섰다. 국내 민간단체 중 가장 빨랐다. 선제적 조치는 긴급구호로 이어졌다. 본격적인 지역감염이 시작된 2월, 적십자사는 감염병 예방세트 12만개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보냈다. 화재·수해 이재민을 위한 기존의 재난구호품과 달리 마스크와 위생용품으로 구성된 별도의 물품이 이미 준비된 상태였다. 이광준 대한적십자사 재난안전교육팀장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 예방세트를 미리 마련해뒀고, 덕분에 큰 혼란을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국제보건의료 NGO 글로벌케어는 대구·경북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 3월 초 코로나19의 최전방으로 알려진 대구동산병원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에크모와 인공호흡기 등 의료장비를 긴급 지원해 기존 3개 있던 중환자실 병상을 20개로 늘렸다. 당시 대구동산병원에 입원한 확진자는 400명에 달했다. 공영주 글로벌케어 나눔사업팀 과장은 “보건복지부에서 각 병원 지원 예산을 잡아놓은 상태였지만 실제 집행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면서 “재난 상황,

“코로나 사태, ‘인도주의’ 일깨운 계기로 삼아야”

[인터뷰]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 재난은 새로운 세상을 연다. 박경서(81)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배우고 또 배웠다”고 말했다. “이번에 확진 환자를 200명 가까이 받은 영주적십자병원 간호사들이 영상을 보내왔어요. 레벨D 방호복 탓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땀에 머리가 눌어붙었어요. 그런데도 ‘힘내자’면서 웃더군요. 우리 코로나 전사(戰士)에게 인도주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만난 박 회장은 “코로나 사태는 ‘나 혼자 잘 사는 시대는 끝났다’라는 걸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역설적으로 이웃을 껴안고 보듬는 정신이 우리 사회에 살아 움직이는 걸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국내 1세대 인권전문가로 꼽힌다. 대한민국 초대 인권대사를 지냈고,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통일부 정책위원회 위원장, 경찰개혁위원회 초대위원장, 유엔 인권정책센터 이사장, 유엔 세계인권도시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인도주의(人道主義) ―코로나 사태가 막 터졌을 땐 어땠습니까? “재난이 터지면 누가 제일 빠르게 반응할까요? 정부? 시민사회? 아닙니다. 기업입니다. 중국 우한에서 신종 감염병이 번지니까 그곳에서 사업하는 국내 기업들이 제일 먼저 연락 왔어요. 이재민 긴급 지원해달라면서요. 적십자는 인도주의 정신으로 국제공조활동이 가능한 조직입니다. 곧장 중국적십자사 우한 지사에 전세기로 방역 물품을 보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엔 확진자가 거의 없을 때였거든요.” ―그러다 국내에서도 비상이 걸렸지요?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오고 사흘 뒤인 1월 23일 긴급구호팀을 꾸렸습니다. 저도 아시아 6국과 위기·재난 대응 노하우를 공유하는 해외 일정 중에 급히 귀국했고요. WHO에서 코로나19 비상사태 선포한 1월 31일을 기점으로 응급구호품을 긴급 지원하는 대응 활동을

페트병으로 옷을?…’쓰레기 경제’ 뛰어드는 소셜벤처

폐플라스틱 섬유로 운동화·가방 등 제작 ‘폐기물 자체를 만들지 말자’는 움직임도 “최근 몇 년 새 폐플라스틱으로 제품을 만드는 소셜벤처가 부쩍 늘었습니다. 2017년 창업 당시만 해도 경쟁사가 손에 꼽을 정도였거든요. 대기업들도 친환경 소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입니다.” 소셜벤처 ‘몽세누’의 박준범 대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활용해 패션 의류를 만든다. 원단은 페트병에서 추출되는데 비율에 따라 20% 라인부터 100% 라인까지 다양하다. 피부와 맞닿는 면이 적은 아웃도어나 방수재킷은 100% 플라스틱 원단으로, 티셔츠와 후드티는 유기농 면 소재와 혼방하는 식이다. 쓰레기를 활용한 창업 아이템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소셜벤처가 늘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소재는 폐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활용한 재활용 섬유로 소비재를 제작하는 것이다. 친환경 신발을 만드는 소셜벤처 LAR은 페트병 5개로 운동화 한 켤레를 뽑아낸다. 제작 과정에서는 물을 사용하지 않고 신발끈까지 100% 재활용 원료로 만드는 게 특징이다. 폐페트병으로 가방을 만드는 플리츠마마는 최근 환경부·제주특별자치도·제주도개발공사·효성티앤씨와 함께 페트병 수거부터 재활용 섬유 추출, 친환경 가방 제작까지 협력하는 리사이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소셜벤처 ‘리와인드’는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생분해성 원료로 테이크아웃 잔을 만들고, 밀짚으로 도시락 용기를 제작한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전국 1500여 곳의 카페, 호텔, 리조트 등에 생분해 일회용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에 테이크아웃 용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에 밀짚으로 만든 도시락,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스푼, 아이스 컵을 납품하고 있다. 김은정 리와인드 대표는 “천연 소재로 만든 생분해 일회용품을 땅에 묻으면 3개월 이내 자연에서 분해되고,

[新복지사각지대] 작은 도움의 손길로 위기가정 다시 일어선다

③작은 도움으로 일어서는 위기가정 “누가 옆에서 좀 거들어주면 다시 잘살 수 있을 거 같아요. 혼자서 이 처지를 벗어나려고 애쓰곤 있는데, 이 방향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A(46)씨는 도움을 요청할 가족이나 친척이 없다. 고아로 자라 어린 시절부터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해왔다. 열일곱에 검정고시 시험에 합격하고, 곧장 사회로 나갔다. 생계를 위해 택배기사, 지게차 운전, 전기 배선원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낮엔 일하고 밤엔 공부했다. 그렇게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불행은 갑자기 찾아왔다. 2012년 몸이 무거워 찾은 병원에서 췌장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당장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모아둔 돈은 치료비로 쓰였다. 한번 나빠진 경제 상황은 건강만큼이나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2016년 A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됐다. 다시 사회로 복귀하려는 A씨의 의지는 강하다. 한동안 손 놓았던 법률 공부를 하기 위해 방송통신대 법학과에 입학하기도 했다. A씨는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해 생계급여 포기각서를 작성했다”고 했다. 담당 사회복지관 관계자는 “상담 초기부터 A씨는 수급 대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일어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며 “누구보다 자활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공공근로 월급은 100만원 남짓. 재기를 위해 애쓸수록 생활비가 늘었다. 지난해 6월, 사회복지관 관계자는 A씨로부터 “LH전세자금대출 이자를 1년간 내지 못했다”는 연락을 받고 난감해졌다. 큰돈이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A씨처럼 근로 소득이 있는 경우 공공 부문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결국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지원 사업을 찾기 시작했고 ‘신한 위기가정 재기

신생 소셜벤처 노리는 ‘나쁜 투자 주의보’

해외 벤처캐피털 한국 담당자로 소개 성사 조건으로 지분·이사직 등 요구 투자 제안 거부할 땐 강요·협박까지 “투자 제안이 계속 들어오는 게 좋은 일인 줄만 알았어요. 처음엔 즐거운 마음으로 미팅 잡고 사업 설명하고 했는데, 결국 이면(裏面) 계약을 요구해요. 투자사 이름으로 지분 10%를 요구하고 개인 명의로 따로 5% 달라는 식이죠. 명백한 불법이란 걸 알면서도 투자가 필요한 입장에선 그야말로 ‘희망고문’입니다.” 창업 6개월 차 소셜벤처 대표 A씨는 지난 한 달간 투자 제안만 10차례 넘게 받았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의 데모데이에서 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이후였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무렵 자칭 투자자라는 사람들로부터 전화와 이메일이 쏟아졌다. A씨는 “투자자가 필요한 터라 매번 투자 제안에 성실히 임했지만 대부분 시간 낭비였다”면서 “주변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사이비 투자자 때문에 애먹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소셜벤처 대표들이 ‘나쁜 투자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주 타깃은 창업한 지 1년이 채 안 된 신생 기업이다. 사이비 투자자들의 접근 방식은 다양하다. 최근에는 해외 벤처캐피털(VC) 한국지사 담당자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 업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초보 대표’들의 약점을 노린 것이다. 투자자를 연결하는 브로커들도 있다. A씨는 “사모펀드 운용 위임장이 있다는 사람이 투자 성사 시 개인 지분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한번은 정부 모태펀드와 연결해준다며 이면 계약으로 지분 5%를 요구한 브로커도 있었다”고 했다. 소셜벤처 운영 1년 차인 B씨는 “해외 VC 소속 투자자로부터 5억원 투자에 지분 10%를 제안받았는데, 이면 지분을 5% 챙겨주면 추가 투자 건을 무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