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7일(화)

경계선 지능인 지원 법률 제정토론회 개최… “법 테두리 안에서 지원해야”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경계선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자리를 가졌다. 

경계선 지능인은 ‘미국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DSM-4)’ 기준에서 표준화된 지능검사 IQ가 71~84의 범주에 속해 발달적 특성을 갖는 대상을 지칭한다. 문제는 임상적 도움이 필요하지만 지적장애로 속하지 않아 장애인복지법 등 관련 법안에서 지원받지 못한다. 경계선 지능인의 인구 분포는 13.6%로, 학령기 학생 중에서는 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계선지능인의 지원에 관한 법률제정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희정 의원실
‘경계선지능인의 지원에 관한 법률제정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희정 의원실

김희정 의원은 지난 7월 20일 ‘제1차 민원의 날’ 경계선 지능인 자녀를 둔 학부모가 맞춤형 교육 도움을 요청한 것을 계기로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자체별 조례가 존재하지만 기본법을 제정해 국가 단위에서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교봉 서울시경계선지능인평생교육센터 센터장은 지난 2년간 센터 운영에서의 경험과 법안의 구체 내용을 소개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경계선지능인은 ▲학습적 어려움 ▲타인과의 관계적 어려움 ▲사회적 인식 부족 ▲가족 간 갈등 등의 어려움을 겪는다. 

이 센터장은 제정안에 ▲경계선 지능인을 규정하는 조항 ▲법안의 목적 ▲관련 부처나 기관의 역할 명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국가와 지자체가 경계선 지능인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 제공, 검사 지원 등 필요한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조항도 설명했다. 특히 조기 발견을 통해, 경계선 지능인의 사회참여를 유도하고 사회구성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차원의 지원을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헌법 제10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적 가치를 갖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명시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며 “경계선지능인이 여러 사회적 지지 속에서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도 경계선지 능인인 주인공이 우호적인 사회와 환경의 지지를 통해 긍정적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며 경계선 지능인에게 지지 집단의 중요성을 말했다. 

이날 토론은 정책 관계자와 현장 당사자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변민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선임연구원은 “학급당 최소 1명이 경계선 지능인이라는 상황에서 이를 도와주려는 관계 부처가 의지를 갖고 정책을 실행해야한다”며 “기본법 제정은 경계선 지능인이 사회에서 더 일반적인 시민으로 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계선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제정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조기용 기자
‘경계선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제정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조기용 기자

김주환 강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학에서 경계선 지능인이 배제되는 현실을 역설했다. 대학교에 진출하게 되면 경계선 지능인을 파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 교육에서 장애 학생을 위한 지원이 있지만, 경계선 지능인은 장애 유형에 포함되지 않아 배제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학이 ‘학업의 장’이라는 역할도 있지만 ‘사회진출의 장’으로서의 역할도 있다”며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오늘날 앞으로 이들이 대학 재학 기간 사회 진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경 한신대학교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계선 지능인의 ‘자립지원’에 목소리를 높였다. 학업, 사회진출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들에게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 학령기 지원은 진전을 보이지만 자립지원은 백지상태다.

이 연구위원은 “당사자 부모님들이 공통으로 ‘우리 애보다 더 오래 살고 싶다’는 의견이 다수”라며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된 자립 훈련도 논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장의 당사자들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경계선지능인이 처한 사각지대를 보여줬다. 이창갑 경계선지능인 20대 청년 당사자는 본인의 경험을 소개했다.

이창갑 씨는 “경계선 지능인과 관련된 조례는 늘어나지만 강제성이 없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며 “법률을 통해 제도화가 필요하고 무방비 상태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교사이자 느린학습자 유튜브 ‘경계를 걷다’를 운영하는 이보람씨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패러다임 시프트(인식 전환)’를 강조했다. 이씨는 경계선 지능인 자녀를 둔 부모이기도 하다.

이 교사는 “지자체별 조례를 제정하고 민간에서도 움직임이 있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전 생애주기별 지원이 필요한 경계선 지능인에게 범부처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오진 청년숲협동조합 이사장은 경계선 지능인이 겪는 취업 문제를 말했다. 장애인 청년의 취창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기업 사회공헌 활동이 있지만, 경계선 지능인은 일반 청년으로 분류돼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조합에서 2021년 취업 교육을 했을 당시 취업에 대한 욕구가 강했지만 실제로 취업성공률은 10%, 취업에 성공한 청년의 유지 기간이 2주를 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권 이사장은 “경계선 지능인 맞춤 직무 교육이 필요하고 직장 내에서는 경계선 지능 청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cuse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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