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수)

경계선 지능인 첫 종합대책 발표…“첫 발 뗀 것에 의미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사회관계 장관회의에서 ‘경계선지능인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정부 최초의 종합대책이다. 이번 방안은 ▲발굴 강화 및 실태 파악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 ▲인식 개선 및 협력체계 구축을 골자로 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올 하반기 첫 실태조사 실시… 조기 발굴 체계 구축

올해 하반기에는 경계선지능인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를 최초로 실시한다. 그간 관련 실태조사가 없어 현황과 정책 수요 등의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교육·고용·사회참여·가정생활 등 영역별 실태와 지원 욕구를 파악할 방침이다.

이전에는 보호자가 경계선 지능인 관련 정보를 알고 있는지에 따라 발견 시점이 다양했다. 또한 검사도구가 비용이 많이 들거나 정확도가 낮아 정밀 진단도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알림장 앱과 육아종합지원센터를 비롯한 주요 정보 플랫폼을 통해 경계선 지능인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학부모용 경계선지능 선별도구와 전문심리검사에 준하는 경계선 지능인 검사도구를 개발하는 등 조기 발견 체계도 마련한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도 추진한다. ▲영유아기 ▲학령기 ▲성인기로 나눠 성장 단계에 따라 생기는 어려움을 지원한다는 것. 경계선 지능인이 겪는 복합적 어려움은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되기 때문에 생애주기별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배경이다. 2019년 ‘느린학습자 지원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를 진행한 이재경 한신대학교 민주사회정책연구원 박사는 “발달장애의 경우 생애주기별로 촘촘하게 다양한 지원책이 있고 가족에 대한 지원도 명시된 반면, 경계선 지능인의 경우 교육 지원에만 한정된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영유아기 단계에서는 부모 교육 및 상담 지원을 강화한다. 경계선 지능 아동 양육을 위한 부모 교육 콘텐츠와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고 가족 대상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경계선 지능 아동의 경우 ‘조기 개입’이 핵심이다. 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조기에 발굴해 빠르게 지원할수록 삶이 나아진다”며 “초등학교 저학년의 변화가 더 크다”고 조기 발굴과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 아동복지시설 아동교육 사회성과보상사업에 참여한 경계선 지능인 학부모 A 씨는 “조금 더 일찍 정보를 알고 신청했더라면 많이 나아졌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며 “내가 몰라서 조금 더 발달이 더딘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아이들과미래재단·유니클로가 진행한 느린학습 아동을 위한 교육지원 사업인 ‘천천히 함께’의 1차 연도 사업 성과에 따르면, 기초학습능력 백분위 점수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도 초등학교 1학년(40.35%↑)이었다. 2학년(37.61%↑)과 3학년(35.18%↑)이 뒤를 이었다.

◇ 경계선 지능인의 학습 속도에 맞춘 교육·취업 지원

학령기에는 경계선 지능 학생의 특성과 상황 등을 고려한 맞춤형 학습 지원을 추진한다. 교실-학교-학교 밖의 ‘3단계 안전망’을 통해 경계선 지능인의 학습 속도와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학습을 지원한다. 교실에서는 수업 중 즉각적 지도를 위한 협력 수업을 강화하고, 학교 안에서는 다중지원팀을 구성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학교 밖에서는 학습종합클리닉센터를 설치해 진단과 지원을 돕는다.

아울러 교원의 경계선 지능인 전문성도 강화한다. 현직 교원과 예비 교원, 학교관리자의 주요 연수 과정에 경계선지능 학생의 특성에 대한 이해와 주요 지도 방법에 관한 내용을 반영한다. 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교육 현장에서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것을 지적하며 “특성을 이해하는 교육자를 찾기 어려워 사설 센터에 의존해야 하므로 개인과 가정의 문제로 환원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성인기에는 경제적·사회적 자립을 위해 취업역량 강화와 생활능력·사회성 향상을 돕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별도의 직업교육 과정은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며 일부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에서 체험활동 수준의 진로 교육을 수행 중이다. 이에 교육부는 서울시·청년재단·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주관으로 ‘경계선 지능 청년 일 역량 강화 훈련 및 일경험 연구사업’을 추진한다. 진로설계컨설팅과 직업훈련프로그램, 일 배움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지역 평생교육원과 대학을 중심으로 맞춤형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자조모임과 문화체험 등의 동아리 활동 지원을 통해 사회관계망 형성을 돕는다. 이재경 한신대학교 민주사회정책연구원 박사는 “대부분 학습 능력 저하만을 강조하며 교육 지원책을 마련하지만, 대다수가 어려움을 크게 느끼는 문제에는 사회성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지역 내 협력 네트워크로 다각적 연계… 대책 실효성은 강화해야

마지막으로 인식 개선 및 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에 힘쓴다.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을 위해 홍보 및 캠페인을 추진하고, 지역 내 협력체계를 조성해 생활 권역 내에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 중앙부처, 지자체, 민간기관 등 관계기관 등 사회 내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지원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계해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 최초의 경계선 지능인 종합대책에 대한 반응은 ‘첫 발을 뗀 것에 의미가 있다’는 것. 이교봉 서울특별시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장은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는 점에서 대단히 의미가 있다”며 “그동안은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제정하고 그에 따라 지원을 해왔는데, 이제는 정부에서 부처 합동으로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반응도 있었다. 경계선 지능인 관련 상위법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법에 근거해 정책을 추진하면 더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상위법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데 제한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예산이 대략적인 숫자로라도 보이지 않아 아쉽다”며 “발굴되는 시점에 따라 다른 접근이 필요한데 그 부분은 고려되지 않았고, 취업 지원 또한 일자리 경험 정도에 그쳐 취업으로 이어질 확률이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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