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9일(목)

[사회혁신발언대] 우리 사회는 ‘비영리 경영인’을 양성하는가?

이재현 NPO스쿨 대표
이재현 NPO스쿨 대표

최근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통해 언론에 이슈가 된 특정 스포츠 협회들은 법적인 비영리 조직이다. 이 조직의 본질적 존재 이유는 돈을 버는 행위와 분명 거리가 있다. 이러한 결사체의 본질적 취지는 구성원들의 권익을 보호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다. 이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조직은 언제든 문제가 발생하며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사회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비영리성(Not-for-profit)을 가진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의미를 경시하고 기업 오너와 같이 독선적으로 결정을 반복하거나, 매사 효율성만 따지는 조직운영을 통해 보여주기식 숫자놀음(bean counting)만 한다면 조직은 본연의 힘을 잃고 망가지기 마련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많은 협회들이 국민들의 시선에서는 공적 조직의 측면이 떠오르지 않는, 그저 이익 단체 정도로만 인식된다는 사실이다. 문제가 무엇일까?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조직은 정부 조직과 기업 조직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소리 없이 사회를 유지하는 조직도 많다. 국가마다 이를 지칭하는 이름과 범위는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비영리 조직(Non-profit organization, NPO)이라 부르고 있다.

과거 시민단체를 일컬어 NGO(Non-government organization)로 지칭했던 우리 사회의 오래된 오해는 아직까지 혼란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NGO는 국제적인 규모, 의사결정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 보유 등의 조건을 통과하여 UN이나 ILO 등의 국제기구에서 승인하는 규모 있는 비영리조직의 인증 용어다.

UN이 창설된 1945년 처음 사용된 NGO라는 용어(Thomas Davies)는 UN헌장(United Nations Charter) 71조에서, 경제사회이사회에 협의자 지위를 수여받은 기관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현재 6000개 내외로 추산된다. 일반적인 비영리 조직을 칭한다면 NPO로 불러야 적합하다.

우리 사회의 NPO는 얼마나 많을까? 관행적으로 구분해 보자면 시민단체, 모금기관, 사회복지기관과 시설, 마을공동체 및 풀뿌리단체, 자원봉사조직, 국제개발 및 구호단체를 떠올릴 수 있다. 나아가 종합병원, 학교, 종교기관까지 확장할 수 있다. 법적으로는 임의단체, 비영리민간단체, 비영리법인, 공익법인, 특수법인 등으로 구분하며 주제별로 환경, 정치, 인권, 구호, 빈곤, 복지, 돌봄, 젠더, 평화, 노동, 장애, 노인, 청년, 동물…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영리 조직의 운영이나 경영을 가르치는 공간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있을까? 세계적으로 비영리 경영을 가르치는 학교는 200여 개다. 반면 우리 사회의 그것은 소위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것치고는 많지 않다. 만일 비영리단체가 회계 부정을 저지르면 전 국민적인 비난을 불러일으키지만, 정작 이러한 조직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학교나 기관은 사회적으로 많다고 할 수 없다.

비단 비영리 조직만 국한된 사실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경제나 사회연대경제를 가르치는 곳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가르치는 곳도 드문 편이다. 갈수록 사회적 가치나 지속가능한 발전, 공익과 공공성은 강조되면서도 정작 공적 영역에서 이를 다루는 곳이 많지 않다는 이중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몇 개 있는 교육 훈련 역시 즉시적으로 효과성이 입증되는 실무적 기술과 직무능력 향상을 목표로 한 과정이 대다수다.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은 진보정권, 보수정권과 무관하게 갈수록 경직된 관리 감독을 추구하고 있다. ‘보조금을 통해 얼마나 사회를 개선했는지’가 아니라 ‘계획한 대로 잘 집행했는지’가 책무성으로 대변되는 분위기다. 운영 전문성보다는 회계 투명성이 더 중요한 가치처럼 여겨지는 목적 전치가 일반화되는 추세다.

비영리 조직의 책무성이란 법과 규칙을 준수하는 소극적 의미로 그치지 않는다. 법과 규칙을 개선하기 위한 실험과 도전을 시민과 함께 해내는 적극적 준수를 배제할 수 없다. 애초에 목표란 가보지 않은 길을 뜻한다. 이런 면에서 비영리 조직의 책무성은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무언가를 바꿔내는 변화를 성과로 입증하는 일일 것이다.

최근 조직의 리더가 된 후 조직 운영에 대한 고충을 호소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실무적으로 뛰어난 인재였다 하더라도 리더가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직무를 맡는다는 뜻이라, 어려움을 호소하는 관리자들이 많다. 조직 운영에 대한 철학이 없으면 기술에 의존하게 되고, 자기 가치관에 대한 확립이 미흡하면 중심을 잃고 휩쓸리기 쉽다.

사회적 기여를 위해 탄생한 비영리 조직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할 때, 마치 기업 경영이나 정부 조직의 문법을 롤 모델처럼 적용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한편 기업인 출신의 리더가 비영리에 대한 준비 없이 거버넌스에 참여할 때, 효과보다는 효율을, 사업보다는 모금을, 협력보다는 경쟁을, 변화보다는 숫자를 선호하는 공통점이 보이는 현상도 종종 보인다.

우리 사회는 얼마나 ‘비영리 경영인’을 키워내고 있을까? 그전에 ‘비영리 경영(Non-profit management)’에 대한 기본 정의는 되어 있을까?

경영학의 대가 Peter Drucker는 그의 저서 「Managing the Non-Profit Organization(1999, 한국 번역명: 비영리 단체의 경영)」을 통해 비영리 조직에 대한 경영을 집대성했다. 그의 관심은 비영리 ‘조직’ 자체에 대한 경영이었지만 후대는 이를 ‘비영리 경영(Non-profit management)’으로 발전시켰다. ‘비영리 경영’은 현재 영미권을 중심으로 주요 대학의 학위 및 비학위 과정으로 다뤄지고 있다.

특히 영국을 위시한 유럽 사회는 비영리와 사회적 경제(사회연대경제)를 결부시켜 통합적 접근을 시도함으로써 비영리 경영의 의미를 공익경영과 사회적 경영으로 확장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비영리 경영, 우리 사회는 어디쯤 서 있을까?

이재현 NPO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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