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31일(목)

EU, 기업에 인권·환경 실사 요구하는 ‘CSDDD’ 발효 [이 달의 ESG]

공급망 실사 지침(CSDDD) 법제화, 2027년부터 적용
공급망 내 인권과 환경 침해 사례 조사하고 시정해야

7월 25일, EU의 공급망 실사 지침(이하 CSDD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이 발효됐다. 2027년부터 EU에서 영업하는 기업은 자사와 협력사의 활동이 인권과 환경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조사하고 시정해야 한다.

EU가 25일 공급망 실사 지침(CSDD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을 발효했다. /조선DB

공급망 실사 지침은 기업 활동 중에 발생한 인권 침해와 환경 오염을 줄이는 것이 목표로, 지속가능경영 정책의 일환이다. 2022년 EU 집행위원회에 제안된 것을 시작으로 2024년 5월 24일 EU 이사회 최종승인을 받고, 지난 25일에 발효돼 EU법의 지위를 갖게 됐다. 2027년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5년에 걸쳐 지침이 순차 적용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CSDDD를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사 의무가 없는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직접 적용대상인 기업과 거래를 하기 위해선 해당 기업의 공급망 실사 요구에 응해야 한다. CSDDD가 주요 기업의 과제가 되면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알기 쉬운 EU 통상 정책 시리즈’를 발간했다. 이를 기반으로 실사 지침에 대한 주요 내용을 Q&A로 정리했다.

‘알기 쉬운 EU 통상 정책 시리즈 – EU CSDDD 공급망 실사 지침 Q&A’ 보고서 갈무리

Q. 공급망 실사 지침 대상은?

EU 내 설립된 역내 기업과 역외 기업별로 기준이 다르다. 역내 기업의 경우 전 세계 순 매출액이 4억5000만 유로(한화 약 6750억원)를 넘고 평균 직원 수가 1000명을 초과하는 경우다. 역외 기업의 경우 매출액이 4억5000만유로만 넘어도 실사 대상이다. 로열티 수익 기업은 로열티로 인한 수익이 2250만유로(한화 약 337억원)을 넘고 순 매출 규모가 8000만유로(한화 약 1198억)를 초과하면 적용된다.

기업의 최종 모기업이 EU에 소재를 두지 않아도 EU 내에서 얻은 연결 매출액 기준이 4억5000만유로를 넘기면 실사의 의무를 진다. 더불어 직원 수를 산정할 땐 정규직뿐만 아니라 용역 근로자, 계절 근로자, 기타 비정규직 근로자도 포함된다.

Q. 실사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업스트림 공급망과 다운스트림 공급망에 포함되는 자회사와 직간접적인 협력사가 실사 대상이다. 업스트림은 단계는 원자재·부품·제품의 제조 과정을 의미하며, 다운스트림 단계는 제품의 유통·판매·사용 단계를 뜻한다. 이번 CSDDD에서는 업스트림의 모든 단계를 포함한다. 다만 다운스트림 단계에서는 제품의 유통과 운송 및 보관까지만 해당하고 소비자의 사용 단계와 제품 폐기 단계는 빠진다.

Q. 주요 실사 내용은 무엇인가?

인권과 환경 두 항목으로 나뉜다. CSDDD가 규율하는 인권 침해의 예시로는 ▲근로자에게 공정한 임금과 적절한 생활임금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 ▲처벌을 위협하며 개인에게 노동과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강제노동) ▲동등한 가치의 노동에 불평등한 임금을 지급하는 행위 등이 있다. 환경 침해에는 ▲식품의 보존 및 생산을 위한 자연 기반을 훼손하는 행위 ▲세계유산 지역에서 무허가 채굴이나 건설을 진행하는 행위 ▲금지 농약을 사용하여 농작물을 재배하는 행위 등이 있다.

더불어 실사 의무 기업은 기후 전환 계획(Translation plan for climate change mitigation)을 채택해야 한다. 기후 전환 계획 목표에는 ▲지속 가능한 경제 전환 ▲파리협정에 따른 지구온난화 1.5도 감축 ▲2050년까지 기후 중립 목표 달성이 있다. 다만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에 따라 공시의무가 있는 기업의 경우, 보고 내용에 기후 전환 내용이 반영돼 있으므로 기후 전환 계획을 채택하지 않아도 된다.

Q. 실사 의무 미준수에 따른 책임은?

CSDDD는 공급망 내 발생한 인권과 환경 위반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을 때 제재를 가한다. 기업이 리스크를 인지하고도 시정하지 않거나 방치할 때 페널티를 주는 것이다. 각국은 의무 위반 기업에 전 세계 순 매출액 5% 이상의 벌금을 부과 가능하다. 더불어 EU 회원국은 공공 조달 참여 배제 등의 제재를 부여할 수 있다.

공급망 실사 지침이 EU 회원국 전체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 아닌 ‘지침’인 만큼, 각국은 최소 기준인 지침에 따라 국내법을 제정한다. EU 회원국은 2026년 7월까지 국내 입법 절차를 마쳐야 한다. 각국은 실사 항목 범위를 확대하는 등 조항을 강화할 수 있다. 민사소송 청구 주체와 같은 세부 조건 또한 국가별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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