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평가에서 ESG 비중 2배 높아져
거래증권사 수 줄며 증권사 간 경쟁 증가
지난 25일, 국민연금이 올해 하반기 국내주식 거래 증권사 47곳을 선정해 알렸다. 이번 심사에는 작년부터 ESG 배점을 높인 기준이 적용됐다. 앞으로도 국민연금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계속 중요시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기준에 따라 국내주식을 매매할 증권사를 선정한다. 1등급부터 3등급까지 나누는데, 등급에 따라 거래 물량과 수수료가 차이 난다. 이번에 일반거래증권사 26곳, 사이버거래증권사 6곳, 인덱스거래증권사 15곳을 결정해 통보했다.
국민연금은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통해 거래증권사를 선정한다. 총점은 100점이다. 일반거래증권사와 인덱스거래증권사의 경우, 정량평가 기준에 ESG 항목이 있다. 국민연금은 작년 선정 기준을 바꾸면서 ESG 항목을 5점에서 10점으로 올렸다. 세부 항목으로 ESG 관련 보고서 발행건수를 평가하는 ‘책임투자보고서’는 4점을, ESG 정보공개를 평가하는 ‘ESG 경영’은 6점을 배정받았다. 이름도 ‘책임투자 및 사회적 책임 배점’에서 ‘책임투자 및 ESG 경영’으로 손봤다. 선정 과정에서 ESG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국민연금은 증권사에서 놓칠 수 없는 ‘큰 손’이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투자규모가 155조 9000억원(2024년 1분기 기준)에 달한다. 증권사의 법인영업 수익에서 국민연금의 거래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 거래증권사’라는 상징성도 있어 다른 기관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이번 상반기부터 일반거래증권사 수를 36개에서 26개로 10개 줄이면서 증권사 사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1등급은 8곳에서 6곳으로, 2등급은 12곳에서 8곳으로, 3등급은 16곳에서 12곳으로 줄었다. 그만큼 1~2점 차이로 합격 여부가 결정나거나, 등급이 갈릴 수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1년 사이 평가 배점이 두 배나 높아진 ESG 항목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책임투자 강화되는 공적연기금
국민연금이 평가에서 ESG의 비중을 높인 것은 공적연기금으로서 책임투자를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책임투자는 투자 시 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경영 같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 국민연금은 거래할 증권사뿐 아니라 투자할 기업을 결정할 때도 ESG를 기준으로 삼는다. 자체 ESG평가체계에 따라 국내주식과 채권을 6가지 등급으로 나눠 선택 시 참고하고 있으며, 작년 11월부터는 해외 자산투자에도 ESG평가를 도입했다.
각종 연기금의 ESG 강화는 글로벌 트렌드다. 일본의 공적연금펀드(GPIF)는 2014년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 기업 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프랑스의 연금준비기금(FRR)의 ESG 투자규모는 57억 유로로, 전체 투자의 16%에 달한다. 미국에서 가장 큰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은 최근 기후 투자 규모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투자에 있어 ESG 요소를 계속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지속가능성 운용 원칙에 따라 지속적으로 기금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고, 2019년에는 운용 원칙에 지속가능성을 추가했다.
2024년도 하반기 국민연금 거래증권사는?
한편, 이번에 선정된 일반거래증권사 중 1등급 증권사는 6개로 CSGI증권, KB증권, 다이와증권,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이다.
2등급은 CLSA코리아증권, NH투자증권, 맥쿼리증권, 메리츠증권, 모건스탠리증권, 미래에셋증권, 신영증권, 유안타증권 등 8개 금융사다. 3등급에는 BNK투자증권, IBK투자증권, LS증권, 노무라금융투자, 다올투자증권, DS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홍콩상하이증권서울지점, 현대차증권, 흥국증권 등 12개 금융사가 이름을 올렸다.
사이버거래증권사로는 BNP파리바증권, SI증권, 리딩투자증권, 부국증권, 유화증권, 한양증권 등 6개사가 지정됐다.
인덱스거래증권사는 1등급에 NH투자증권, 신영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4개사가 선정됐다. 2등급은 BNK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유진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5개사다. 3등급은 LS증권, 교보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등 6개사다.
올해 상반기에는 거래증권사로 뽑혔지만 이번에 탈락한 증권사로는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DB금융투자, SK증권, 골드만삭스, 씨티증권 등 6곳이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