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미래의 꿈도 희망도 함께 키우는 ‘영화창작수업’

CGV 사회공헌’나눔의 영화관’

미상_사진_CSR_CGV_2010지난 20일 오전 10시.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 마을회관 앞 사거리 골목에 모인 아이들은 슬레이트와 메가폰,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끙끙거리며 영화를 찍고 있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강아지 두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가 카메라 앵글을 벗어날 때마다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동물들을 잡기 위해 온 동네를 뛰어다녔다. 사거리 건너편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지희택(76)씨에게 아이들이 소란스러워서 불편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니, 나도 이 영화에 출연하는데. 내 차례가 아직 안 왔어”였다. 지희택씨는 부인이 고스톱을 쳐서 번 용돈 5000원을 몰래 가져갔다고 의심받는 할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연기가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가슴에 힘을 준다. “1967년, 68년 이런 때에는 동네에서 놀거리가 없어서 사람들끼리 연극 같은 걸 했었어. 그때 내가 각본도 쓰고 연기도 하고 했었지”라며 40년 만의 연기에 대한 남다른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사거리를 지나 도착한 학교 앞에선 검은색 옷을 걸친 아이들이 얼굴에 갖가지 분장을 하고 대사 연습을 하고 있었다. 5학년 형운(12)이가 맡은 역할은 유령 연기 겸 촬영감독. 형운이는 집에 있는 해골이 그려져 있는 옷을 소품으로 가지고 왔다. ‘평소엔 입을 일이 별로 없는데 특별히’ 선택한 옷이다. 학교로 오던 친구가 유령에 납치당하는 장면을 찍는 동안 4학년 은경(11)이는 숨이 목까지 찼다. 친구를 납치한 유령을 잡기 위해 엄청나게 달렸기 때문이다. 친구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경찰이 유령을 발견했지만, 체포에 실패하고 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선택한 해법은 인터넷 검색. 인터넷 검색을 통해 유령을 잡는 방법을 안 아이들은 친구를 구출해 무사히 학교로 돌아온다.

CGV의 ‘나눔의 영화관’영화창작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은 시나리오 작성부터 연기, 촬영, 감독을 모두 직접 해야 한다. 아이들이 자신들이 촬영했던 내용을 돌려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정현석 객원기자 srgchs@naver.com
CGV의 ‘나눔의 영화관’영화창작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은 시나리오 작성부터 연기, 촬영, 감독을 모두 직접 해야 한다. 아이들이 자신들이 촬영했던 내용을 돌려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정현석 객원기자 srgchs@naver.com

진지한 듯 우스운 듯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세계를 담은 영화 세 편이 제작되는 현장은 지촌초등학교 지암분교다. 춘천 시내에서 차로 40분 걸리고 하루에 춘천시내에서 버스가 네 번 정도 오는, 전교생이 23명인 작은 학교다. 이 마을과 학교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이 영화 창작 수업은 멀티플렉스 사업자인 CGV의 사회공헌사업 ‘나눔의 영화관’이다. CGV는 2008년부터 매달 전국에 있는 벽지 학교나 분교, 혹은 지역아동센터를 찾아가 3일간의 영화 창작수업을 진행했다. 시나리오 작성부터 연기, 촬영, 감독, 마을 주민들을 모시고 진행하는 영화 상영회까지 모두 아이들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수업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지암분교의 5~6학년 통합반 담임 김현우(28) 선생님은 아이들의 영화수업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5~6학년만 되도 이런 체험을 하게 되면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져요. 특히 직업체험이나 진로교육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한층 더 진지해지죠. 공부나 생활에서 목표가 있어야 할 시기에 좀더 구체적인 꿈을 키우게 됩니다.”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도움반의 안미라(29) 선생님도 이 프로그램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어린 아이들에게 영화 창작이 어려울 수도 있는데 장애가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들이 함께 작업을 하고 있어요. 통합수업이 창작 체험에서도 이루어지는 거죠.”

2008년부터 지금까지 이런 영화창작수업을 받은 아이들은 557명. 26개의 학교와 10개 지역아동센터가 참여했다. 영화 창작 수업을 받은 아이들 일부는 졸업앨범을 영상으로 만드는 추가 작업을 하거나 자기 지역의 환경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나눔의 영화관 담당자 이나영(30) 대리의 말처럼 “영화 창작 수업이 한 번의 캠프로 끝나기보다는 교육적인 효과를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는 것”이 사업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10월부터는 영화창작수업의 대상을 넓혀 다문화가정 아이들과도 진행할 예정이다.

미상_그래픽_CSR_영화_2010CGV 이상규(43) 팀장은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부터 사회공헌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사업 취지를 밝혔다. 실제로 CGV는 영화 창작 수업을 진행하는 것 외에도 전국의 저소득계층 아이들에게 매달 영화관람과 극장 체험 교육을 제공하는 등 영화와 극장이라는 업의 특성을 사회공헌사업에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눔의 영화관 사업과 CGV는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다른 영화사업자들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다. ‘더나은미래’가 지난 7월 2일에 개최했던 ‘러브마크의 전략, CSR’강좌에서 발표되었던 한 보고서는 CGV의 브랜드 로열티가 다른 멀티플렉스 사업자보다 높고, 그 이유로는 사회공헌 사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공헌 컨설팅 전문업체 플랜엠의 김기룡(34) 대표는 “전략적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이 많은 기업들에는 기업의 자원과 사회공헌사업을 효과적으로 연결시킨 CGV 나눔의 영화관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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