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육아기 재택근무제, 미혼 직원 마음도 움직였다

[포스코 사내 출산친화제도 효과성 분석했더니]

사내 출산·양육 지원 제도가 미혼 직원들의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스코는 지난 10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의 조영태 교수와 함께 ‘포스코·협력사 대상 사내 출산 친화 제도 효과성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포스코 직원 170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세대 분포는 20대 26%, 30대 50%, 40대 14%, 50대 10% 등으로 육아기에 있는 2030세대가 대다수였다. 먼저 근로 만족도를 높이는 가족 친화 제도를 물었다.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제도는 자녀 장학금, 출산 장려금, 결혼 축하금 등 현금성 지원으로 전체의 96%가 선택했다. 이어 직장 어린이집(87%), 난임 휴가·시술비 지원(76%), 남성 직원 대상 태아 검진 휴가·배우자 출산 휴가(70%) 순이었다.

육아기 재택근무제, 미혼 직원 마음도 움직였다

미혼 직원 대상으로 출산·양육 지원 제도와 결혼 의사 간의 상관관계 분석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 연구진은 포스코에서 실시하는 출산 친화 제도 14가지 가운데 결혼과 출산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제도를 꼽도록 했다. 그 결과 남성 직원들은 ▲육아기 재택근무제 ▲직장 어린이집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기 유연 근무제 등 네 가지를 선택했다. 여성 직원들은 육아휴직을 압도적으로 많이 꼽았다. 포스코는 육아휴직 시 자녀 1명당 최대 2년을 보장한다. 육아기 재택근무제는 만 8세 이하 자녀 1명당 최대 2년간 재택근무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다. 근무시간도 8시간 전일 근무와 6시간, 4시간 등으로 선택할 수 있다.

협력사 직원을 대상으로 질적 분석도 진행됐다. 협력사 직원도 포함하는 장학 제도와 직장 어린이집에 대한 만족도에 집중했다. 연구팀은 “심층 인터뷰 결과 제도 만족도가 대체로 매우 높게 나타났고, 가족의 여유와 불안함이 줄어드는 동시에 이직률 감소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직장 어린이집에선 포스코와 협력사 직원 자녀를 1대1 비율로 등록받는다”며 “제도 시행 초기에는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지만 협력사 직원들도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차츰 확산하면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포스코의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직원 중 출산·양육 지원 제도를 사용한 직원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 2019년 534명에서 2020년 649명, 2021년 663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744명이었다. 양육 지원 제도 대상자들은 매년 약 2200명 수준으로 제도 활용률은 평균 30%로 나타났다. 올해 1월부터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활용하는 성하철 과장은 “자녀가 없는 부부가 사내 제도 때문에 출산을 결심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둘째나 셋째를 고민하는 부부들에게는 상당한 메리트라고 느껴진다”면서 “미혼 직원들도 선배들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양육에 대한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조영태 교수는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는 주체로 국가뿐 아니라 기업들도 나서야 하는 이유가 확인됐다”며 “국내 기업들 여건에 맞는 다양한 지원 제도를 개발하고 확산해야 한다”고 했다.

문일요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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