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튀르키예 지진서 홀로 생존한 아동… 신원 확인에 난항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부모·형제를 잃고 홀로 살아남은 아동들이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9일(이하 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튀르키예와 시리아 정부는 이번 강진으로 부모와 친지가 모두 사망한 채 홀로 생존한 아동이 최소 1915명이라고 집계했다. 이 중 78명은 구조된 지 3주가 지나도록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아동이 너무 어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탓에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일례로 구조 후 튀르키예 아다나 시립 병원에 이송된 아동 250명가량은 자신의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영유아였다.

지난달 7일(현지 시각) 시리아 건물 잔해 속에서 태어난 이 여아는 탯줄을 단 채 구조돼 알레포주 아프린의 아동 병원으로 옮겨졌다. 발견 당시 아이의 엄마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여아는 치료를 받고 퇴원해 고모 집에 입양됐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7일(현지 시각) 시리아 건물 잔해 속에서 태어난 이 여아는 탯줄을 단 채 구조돼 알레포주 아프린의 아동 병원으로 옮겨졌다. 발견 당시 아이의 엄마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여아는 치료를 받고 퇴원해 고모 집에 입양됐다. /AP 연합뉴스

지진 발생 초기,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 자원봉사자들이 구조작업에 참여하면서 아동의 신원을 파악할만한 기록이 누락된 탓도 있다. 구조 활동을 펼친 치한 테추르카씨는 “지진 직후 당황스러운 분위기로 인해 적절한 지시가 없었다”면서 “자원봉사자들은 수많은 아동을 구조했지만, 대다수는 가족이 모두 사망한 신원 미상의 아이들”이라고 했다.

이에 튀르키예 정부는 DNA와 사진, 지문, 신체적인 특징 등을 근거로 생존한 아동에게 친지를 찾아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통상 열흘 이상 걸리는 DNA 검사를 사흘로 단축했고, 아동의 신원을 가릴 만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지진 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 덕에 아동 1600명 이상이 친지를 찾았다.

한편 시리아에서는 난민 위기와 아동 인신매매 등으로 아동이 가족과 상봉하는 데 난항을 겪는다. 10여 년에 걸친 내전으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진 터라 홀로 생존한 아동이 친지와 만날 방도가 없다. 또 시리아 내 아동 인신매매 범죄는 워낙 고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6일 규모 7.8과 7.5의 강진이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 국경지대를 덮쳤다. 최초 발생 후 한 달이 지난 지금, 양국의 사망자는 5만10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건물 20만채가량이 붕괴·파손됐고, 20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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