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6일(목)
고양이 죽이고 전시한 학대범에 징역 2년6개월… 동물보호법 위반 역대 최고형

고양이를 잔인하게 학대하고 목숨을 빼앗은 사건의 피고인들이 최근 잇따라 실형을 선고받았다.

21일 대구지방법원은 경북 포항에서 고양이들을 연달아 죽인 피고인 A씨에게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의 역대 최고형인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20일에는 경북 포항 폐양어장에서 고양이 16마리를 포획해 잔혹하게 죽인 B씨에게 징역 1년 4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판결이 나왔다. 이전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에서는 실형 선고가 드물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와 시민들은 판례를 뒤집은 판결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21일 동물권행동 카라는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서 열린 ‘포항 고양이 연쇄 살해사건’ 재판에 앞서 법원의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21일 동물권행동 카라는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앞에서 ‘포항 고양이 연쇄 학대사건’ 결심 공판을 앞두고 법원의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재판부가 달라졌다

동물보호법 제46조에 따르면 동물을 죽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문제는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부터 2016까지 도축시설에서 매년 개 30여 마리를 380볼트 전류가 흐르는 전기 쇠꼬챙이로 감전시켜 죽인 학대범에게도 대법원 판결은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는 데 그쳤다.

이번엔 달랐다. 법원은 두 사건의 피고인들에게 실형 1년 이상의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 A씨는 2019년부터 포항 북구 일대에서 길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인 후 전시했다. 지난 6월에는 4~5개월 된 새끼 고양이 ‘홍시’를 초등학교 급식소 앞에 목매달아 놓아 공분을 샀다. 수사 과정에서 A씨가 포항시청을 사칭해 ‘길고양이 먹이 급여 금지’ 경고문을 부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A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외에도 재물손괴,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동물보호법상 법정 최고형인 3년에 준하는 수준이며, 동물학대사건 판결 중 역대 최고형이다. 이날 판결을 내린 김배현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3형사부 부장판사는 “이번 범행은 우발적이라기보다는 치밀한 계획과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진행됐으며 수법이 잔혹하다”면서 “피고인은 일부 범행을 부인했으나 수사기관에서 제출한 증거에 의해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최민경 동물권행동 카라(이하 카라) 정책행동팀장은 “선고가 내려지자 기다리던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일부 동물권 활동가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며 “재판부가 동물학대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2년 넘는 실형을 선고한 건 굉장히 이례적이고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20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6호 형사법정에서 열린 ‘포항 폐양어장 고양이 학대사건’의 피고인 B씨는 1년 4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B씨는 지난 1월부터 길고양이 16마리를 포획해 깊이 3~4m에 달하는 폐양어장에 가두고, 고양이를 해부하거나 폭행하는 학대행위를 저질렀다. 이를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고,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민에게 협박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올해 초 경북 포항 호미곶 인근 폐양어장에서 길고양이 16마리를 포획해 잔혹하게 죽인 학대범에 1년 4개월 실형이 선고됐다. /동물권행동 카라
올해 초 경북 포항 호미곶 인근 폐양어장에서 길고양이 16마리를 포획해 잔혹하게 죽인 학대범에 1년 4개월 실형이 선고됐다. /동물권행동 카라

남은 과제는 ‘재범 방지’

동물권단체 관계자들은 여전히 해결돼야 할 과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건 양형 기준의 부재다. 특히 동물학대 사건은 양형 기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형량이 들쑥날쑥하다.

최민경 팀장은 “사람을 죽인 경우 살인방법, 사체훼손방법 등에 따른 양형 기준이 세부적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사건별로 수평비교를 할 수 있고 판결도 대략 예측할 수 있지만, 동물학대 사건은 양형 기준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아 사건마다 형량이 다른 이유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두 사건에서 검찰은 피고인 A씨에게 징역 3년을, B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A씨는 B씨보다 1년 2개월 더 긴 형량을 선고받았다. 양형 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에 이유는 알 수 없다. 이에 동물권옹호 변호사들은 “죄질보다 어떤 수사기관과 법원을 만나는지가 판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범을 방지할 장치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아일랜드, 미국 등 국가에는 동물학대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 동물을 기를 수 없도록 하는 ‘동물사육 금지처분’ 제도가 있다. 지난 7월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부도 동물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시행까지는 2년가량 남은 실정이다.

법원은 동물학대 사건의 피고인에는 치료감호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치료감호법에 동물학대 범죄와 관련해 명시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동물학대 사건 외에는 통상적으로 피고인의 폭력성이 인정되면 법원은 교육이수명령과 치료감호명령을 내린다.

박미랑 카라 동물범죄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동물학대 사건의 경우 법원이 가해자의 위험성, 폭력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아 치료감호 같은 부가적인 처분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학대를 저지른 피고인이 출소한 이후에도 폭력성이 교정되지 않으면 보호관찰관이 폭력 교육, 상담 치료 등의 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면서도 “신청, 처분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해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복잡하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최민경 팀장은 “양형 기준과 재범을 방지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해 동물보호법의 구멍을 점차 메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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