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들, 전문 역량 강조하며 비영리에 뿌리 둔 CEO 임명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세 번째이자 첫 외부 CEO로 암 연구자 수전 박사 초빙
포드 재단의 대런 워커 CEO… 흑인 혼혈이자 동성애자
켈로그재단도 처음으로 흑인 여성 몽고메리 임명
미국 거대 재단들에 ‘새로운 리더십’ 바람이 불고 있다. 재단들이 앞다퉈 영입한 새로운 CEO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수십 년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다. ‘백인 남성’들로만 이뤄졌던 기존 재단 CEO 구성도 한층 다양해졌다. 자산규모 400억달러(약 42조9000억원)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은 작년 12월, 수전 데스먼드 헬먼(Susan Desmond-Hellmann·56) 박사를 재단의 세 번째 CEO로 초빙했다. 수전 박사는 한평생 소아마비, 암 치료 등을 연구해온 세계적 암 연구자다. 항암치료약을 개발하는 글로벌 제약 기업 제넨테크(Genentech)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그녀는 2009년부터는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대학(UCSF) 총장으로 재직했다. 전문성을 강조해, 마이크로소프트 기업 외부에서 CEO를 영입한 것은 재단 설립 이래 최초다.
110억달러(약 11조8000억원)의 자산 규모로 미국 내 2위를 달리는 포드재단 역시 지난해 9월 새로운 CEO를 맞이했다. 대런 워커(Darren Walker·54)는 2002년 록펠러재단에서 시작, 2010년부터 포드재단에서 일해온 내부 전문가다. 비영리 영역에 종사하기 이전엔 세계적 컨설팅 기업 매킨지에서 6년간 몸담기도 했다. 흑인 혼혈이자 게이(동성애자)인 그는 “차별을 해결하는 데 재단의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80억달러(약 8조6000억원) 자산 규모의 W.K. 켈로그재단은 지난해 10월, 몽고메리 타브론(La June Montgomery Tabron·51) 여사를 재단 대표로 임명했다. 재단 최초의 흑인 여성 대표인 몽고메리 여사는 24세에 켈로그재단에 입사해 26년 경력을 자랑하는 잔뼈 굵은 재단 경력자다. 이 밖에도 윌리엄앤드플로라휴렛재단(자산 규모 80억달러, 8조6000억원), 블룸버그필랜트로피(자산 규모 40억달러, 4조3000억원)를 비롯하여 다양한 재단에서 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대표가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비영리 조직’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라는 것. 과거 영리 기업 출신 CEO가 많았던 것에 비해, 비영리 영역이 전문화되면서 이에 대한 이해가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이다. 미국 재단센터(Foundation Center) 센터장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는 “비영리 재단 CEO 자리가 단순히 ‘얼굴마담’이 아니라 ‘전문 직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