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6일(목)
초록색 쓰레기통 생기자, 마을이 달라졌다

기아×굿네이버스 ‘그린라이트 프로젝트’ 10년의 임팩트

베트남 호아빈성 마이쩌우현에서 지난 3년간 진행된 ‘그린라이트 프로젝트’ 활동으로 이뤄진 업사이클 놀이터 조성에 현지 어린이들이 동참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베트남 호아빈성 마이쩌우현에서 지난 3년간 진행된 ‘그린라이트 프로젝트’ 활동으로 이뤄진 업사이클 놀이터 조성에 현지 어린이들이 동참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남서쪽으로 140㎞ 떨어진 마이쩌우현. 스물세 개 마을로 이뤄진 인구 6만3000명의 작은 지방정부다. 십여 년 전부터 이 지역에 쓰레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불어나는 생활 쓰레기를 감당할 수 없어서 길가에 쓰레기 더미가 쌓이고, 가정에서는 온갖 쓰레기를 한데 쌓아놓고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마이쩌우현에도 쓰레기 처리 시설이 한 곳 있었지만 규모가 작았다. 도로 정비가 제대로 안 된 탓에 처리 시설로 쓰레기를 보낼 방법조차 없는 마을이 대부분이었다.

이곳에 변화가 시작된 건 지난 2019년부터다. 거리에 쌓였던 쓰레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을마다 초록색 쓰레기통이 생기더니 1.5t짜리 쓰레기 수거 트럭이 골목을 누비기 시작했다. 지역 전체를 관할하는 쓰레기 처리 센터도 새롭게 건립됐다. 센터에는 분리수거한 폐플라스틱을 ‘펠릿’으로 재가공하는 시설이 마련됐다. 건축 자재나 바닥재로 사용되는 펠릿의 판매 수익은 쓰레기 처리 센터의 운영비로 쓰인다. 기아와 굿네이버스가 지난 3년간 마이쩌우현에서 함께 진행한 ‘그린라이트 프로젝트(GLP ·Green Light Project)’의 결과물이다.

그 많던 쓰레기는 어디로 갔을까

GLP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지역사회 자립과 환경 개선을 목표로 지난 2012년 시작됐다. 지난 10년간 진행한 GLP 프로젝트는 총 12개. 한 프로젝트당 3~5년 정도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베트남 마이쩌우현은 GLP의 열두 번째 거점이자 아시아 첫 거점이다. 사업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지속가능한 쓰레기 처리 시스템이다. 기존 쓰레기 처리 시설을 센터로 증축하고, 수거 차량 2대를 지원해 수거 가능 지역을 기존 6곳에서 11곳으로 확대했다. 또 마을 전역에 쓰레기통 290개를 설치해 주민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동참하도록 유도했다. 폐플라스틱으로 재활용 소재를 생산하는 설비를 센터 내에 도입, 수익 구조를 만들어 냈다. 장기적으로 이 돈을 센터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사업 효과가 가시화된 건 사업 2년 차부터다. 2020년 기준 월평균 쓰레기 수거량은 253t이었지만, 이듬해에는 280t으로 늘었고 사업 마지막 해인 올해는 400t을 넘어섰다. 센터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쓰레기 수거료’를 지불하는 주민도 사업 초기에는 5000명에서 9842명이 돼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수거료 총액도 연간 3400만동(약 196만원)에서 4160만동(약 240만원)으로 22%가량 증가했다.

이용자 상승 폭만큼 수거료가 늘지 않은 건 지역별로 차등을 뒀기 때문이다. 어정욱 굿네이버스 사회공헌협력팀 부장은 “지역의 소득수준에 따라 수거료를 차등적으로 책정했고, 전체 23개 지역 중 11곳에서만 수거료를 받고 있다”면서 “수거료가 기대보다 덜 걷히더라도 쓰레기 수거율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변화는 주민들의 인식이다. 인프라 구축과 동시에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환경 인식 개선 캠페인이 이뤄지면서다. 지역의 초등학교 4곳에 폐차 차체와 폐타이어 등을 활용한 업사이클 놀이터를 설치했고, 나무 심기나 환경보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역의 삼쾌학교 교사인 응우옌 티 상씨는 “업사이클 놀이터를 통해 학생들에게 폐기물도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교육할 수 있었다”면서 “장기적으로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교육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6월에는 이곳에서 지역 주민 600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행사가 열렸다. 인근 마을 주민과 아이들까지 참여한 이양식(移讓式) 행사였다. 지난 3년간 구축한 쓰레기 처리 센터 설비의 소유권과 운영권을 지방정부로 완전히 넘기는 자리였다. 마이쩌우현 관계자는 “환경보호에 대한 주민 인식 개선이 지역의 쓰레기 처리 시스템을 원활하게 작동시키는 원동력이 됐다”면서 “마이쩌우현 측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이양받은 설비와 장비를 관리하고 쓰레기 처리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교육 문제 해결하려면 부모의 경제 자립이 필수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해외 지원 사업의 경우 현지에서 원활하게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돈을 들여 건물을 짓거나 설비를 구축해 놓고도 관리를 제대로 못 해 방치되거나 흉물로 남는 경우도 있다.

어정욱 부장은 “원샷 지원의 한계는 분명하다”면서 “한때 아프리카의 식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여러 NGO와 교회, 개인 자격으로 우물을 만드는 사업을 벌인 적이 있는데, 이양식 이후 관리가 안 되면서 안에서 물이 썩는 사례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를 짓고 부지 내에 식수 타워를 갖추고, 교사와 관리자들에게 교육하고, 주민들 대상으로 인식 개선 캠페인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도 모두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지의 여건이나 상황에 따라 지원 사업의 목적이나 방향이 달라지지만, 지역 주민의 경제적 자립이나 소득 증대는 모든 사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정다정 굿네이버스 사회공헌협력팀 과장은 “만성적인 빈곤에 시달리는 지역은 인프라를 갖춰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예를 들어 학교를 짓고 아이들에게 오라고 해도 일을 하러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2012년 GLP 첫 사업으로 진행한 탄자니아 나카상궤 사업은 ‘교육 격차 해소’와 ‘주민의 경제적 자립’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한 대표적 사례다. 5년간 이어진 사업을 통해 지역에 중등학교를 세웠고, 동시에 교복과 의류를 생산하는 공장을 함께 설립해 주민들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2014~2019년 탄자니아 바가모요에서 진행한 사업은 중등학교 설립과 함께 농가 소득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파인애플 농가에 종사하는 주민이 많았기 때문에 농사법과 농기구 등을 지원하고 유통을 위한 수송 차량 등을 지원한 것이다.

지난 2016년부터 4년간 지속한 케냐 단도라의 GLP 사업에서는 직업훈련 센터 건립에 집중했다. 나이로비시에 속한 단도라 지역은 빈부 격차가 극심해 도시 빈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당시 기아와 굿네이버스는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정비 ▲재봉 ▲전기전자 ▲정보통신 ▲미용·뷰티 ▲컴퓨터 활용 등 6개 분야를 교육하는 직업훈련 센터를 구축했다. 또 자동차 정비소인 ‘그린카 센터’를 운영하면서 센터 수료생들이 인턴십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6월 베트남 마이쩌우현에서 열린 ‘그린라이트 프로젝트’ 이양식에 지방정부 관계자를 비롯한 주민 600여 명이 참석했다. /굿네이버스 제공
지난 6월 베트남 마이쩌우현에서 열린 ‘그린라이트 프로젝트’ 이양식에 지방정부 관계자를 비롯한 주민 600여 명이 참석했다. /굿네이버스 제공

현지 주민 설득에만 수개월… 장기 프로젝트 중요한 이유

기업이 해외 사회공헌 사업을 3~5년간 지속하는 사례는 드물다. 대부분 1년 단위로 사업을 끝내고 결과 보고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정다정 굿네이버스 사회공헌협력팀 과장은 “기간을 3년 이상으로 두고 로드맵을 수립·시행할 수 있는 해외 지원 사업은 거의 없다”면서 “보통 병원이나 학교를 지을 때 현지 여건에 따라 2차 연도까지 사업을 끌고 가는 경우는 있지만 GLP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이어 “해외 사업은 지방정부와 주민들을 설득하고 동참시키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이번 베트남 사업 기간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는데 만약 단기 지원 사업이었다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아는 GLP 사업 1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 자립’에서 ‘환경 개선’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은주 기아 지속가능경영팀장은 “GLP는 진정성을 갖고 자원을 투입해온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이라며 “지난 10년간 사업을 이어가면서 ‘우리가 지역사회의 자립에 기여하는가’에 대해 자문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나섰고 고민 끝에 환경 문제를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은주 팀장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시기에 사회공헌 사업도 환경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라며 “향후 ‘모빌리티’와 ‘친환경’이라는 두 키워드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는 교통약자 이동권 향상을 위한 ‘초록여행’ 사업을 진행하고, 해외에서는 지역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GLP 2.0′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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