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30일(수)
“비영리단체가 일하기 좋은 나라 되려면?”… 아름다운재단, 공익활동 환경평가 결과 발표

“국내 공익활동을 활성화하려면 세 가지 부분에서 변화가 필요합니다. 정부 규제 완화, 지역 내 지원 활용, 신뢰 부족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합니다.”

지난 12일 아름다운재단이 비영리 연구·자문기구인 ‘아시아 필란트로피 소사이어티센터'(CAPS)와 공익활동 환경평가지수 ‘두잉 굿 인덱스(Doing Good Index, DGI) 2022’ 조사 결과 발표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DGI는 아시아 각국의 ▲정부 규제 ▲세금과 재정 정책 ▲정부 조달 ▲공익 생태계 등 공익활동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파악해 평가한다. 지난 2018년 첫 분석 결과를 내놓은 이후 2년 주기로 발표되며, 이번이 세 번째다.

이날 결과 발표회는 ‘한국은 비영리단체가 일하기 좋은 환경일까?’를 주제로 열렸다. 발표자로는 ‘DGI 2022’ 연구를 이끈 아네로테 웰시(Annelotte Walsh) CAPS 책임연구원이 나섰다.

12일 아시아 필란트로피 소사이어티센터(CAPS)의 아네로테 웰시(Annelotte Walsh) 책임연구원이 '두잉 굿 인덱스(Doing Good Index, DGI) 2022'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제공
12일 아시아 필란트로피 소사이어티센터(CAPS)의 아네로테 웰시(Annelotte Walsh) 책임연구원이 ‘두잉 굿 인덱스(Doing Good Index, DGI) 2022’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제공

공익단체 신뢰도 높이려면

연구진은 아시아 17국에 있는 2239개 사회공익단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전문가 인터뷰를 시행했다. DGI 조사에서는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각국을 ▲두잉 엑설런트(Doing Excellent) ▲두잉 웰(Doing Well) ▲두잉 베터(Doing Better) ▲두잉 오케이(Doing Okay) ▲낫 두잉 이노프(Not Doing Enough) 등 5개 그룹으로 나눈다. 한국은 3회 연속 ‘두잉 베터’ 그룹으로 분류됐다. 웰시 연구원은 “한국은 2018년 이후 모든 부문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최상위 수준인 ‘두잉 엑설런트’로 분류된 국가는 2018년과 2020년에 이어 올해도 나오지 않았다. ‘두잉 웰’에는 싱가포르와 대만이 이름을 올렸다. ‘두잉 베터’에는 우리나라 외에 중국·홍콩·일본·말레이시아·필리핀이 포함됐다. ‘두잉오케이’에는 캄보디아·인도·인도네시아·네팔 등 7국이, ‘낫 두잉 이노프’에는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가 속했다.

'DGI 2022'에서는 아시아 17국을 공익활동 환경 수준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아름다운재단 제공
‘DGI 2022’에서는 아시아 17국을 공익활동 환경 수준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가장 높은 단계인 ‘두잉 엑설런트(Doing Excellent)’에 속한 국가는 없었고, ‘두잉 웰(Doing Well)’에는 싱가포르와 대만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두잉 베터(Doing Better)’ 그룹에 포함됐다. /아름다운재단 제공

웰시 연구원은 공익단체에 대한 전 사회적 신뢰 부족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몇 차례의 비리 스캔들이 공익단체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낮췄다는 분석이다.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14%만이 ‘공익단체가 완전한 신뢰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아시아 평균인 41%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는 기부율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웰시 연구원은 “정부가 ‘기부의 날’을 제정하거나 공익단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관련 정책을 만들어 ‘소셜섹터를 정부가 신뢰한다’는 신호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잡한 정부 규제도 공익활동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목됐다. 비영리단체로 등록하는 데 소용되는 시간이 4개월이지만 한국은 7개월에 달한다. 설립된 후에도 총 43개 기관과의 조율을 거쳐야 한다. 관계자들이 관련 법안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웰시 연구원은 “공익단체 설립 절차를 간소화하고, (비영리단체 행정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중앙 기관이 필요하며 법은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 기업 등 민간 기부를 촉진하는 등 지역의 지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소개했다. 기업은 공익단체에 직접 기부하거나 기술 이전 등을 통해 역량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인센티브 제도’도 손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제 혜택은 사회적 자본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일 뿐 아니라, 정부가 소셜섹터와 개인의 기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소셜섹터 기관은 정부·기업과 협력 관계를 형성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면서 “공익단체가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하는지에 대한 스토리도 공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이어진 토론에서는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김성주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상임변호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박훈 교수는 “새 정부의 인식에 따라 제도는 변화한다”면서 “환경이 오히려 악화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성주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름다운재단 제공
김성주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름다운재단 제공

김성주 교수는 지난 6월 전 세계 91국의 공익활동 환경을 조사한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의 GPEI 지수와 이번 DGI 지수를 비교했다. 비교 대상을 확대해 아시아 국가의 환경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동아시아 국가는 전 세계 중상위 수준에, 동남아시아 국가는 중하위에 위치했다. 세부 지표를 비교한 결과 GPEI 연구에서도 한국의 경제 환경 지표가 낮게 나타났다.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 인근 국가보다도 낮았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정부 조달이 적고 기부금 규모가 작으며 비영리 단체의 재정 자립도가 낮은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희숙 변호사는 소셜섹터에서 앞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기부금품법 관계 부처 통합, 기부금 중 인건비 지출의 적정 비율, 부동산·주식기부 규제 완화 등의 이슈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앞으로 규제가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면서 “정부는 전반적으로 민간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기조를 밝혔지만, 비영리 섹터에서만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과 현장의 괴리가 심해 비영리단체의 부담이 크다”면서 “준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과 규제가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DGI 2022’ 보고서 전문은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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