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일(금)
아프간 특별기여자는 환대하고 유학생엔 출국명령서… 난민을 향한 이중잣대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체류하던 아프가니스탄 출신 A씨는 최근 ‘출국명령서’를 받았다. 체류 자격이 끝나갈 무렵 난민인정 신청을 내면서다. 법무부의 ‘난민인정 심사·체류 지침(이하 난민지침)’상 A씨는 난민신청 남용자로 분류됐다.

아프간은 지난해 미군 철수와 동시에 무장단체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난민 55만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지속된 분쟁으로 전 세계에 흩어진 아프간 난민 인구는 약 260만명에 이른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공군 수송기로 아프간인 400여 명을 특별기여자 신분으로 국내에 입국시키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난민지침 정보공개청구소송 2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난민심사 행정지침 공개 요구 행정소송을 항소심 법원이 받아들였다. /난민인권네트워크 제공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난민지침 정보공개청구소송 2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난민심사 행정지침 공개 요구 행정소송을 항소심 법원이 받아들였다. /난민인권네트워크 제공

A씨의 사정은 아프간 특별기여자들과 다르지 않다.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지난 17일 더나은미래와의 통화에서 “현재 A씨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ID카드와 체류자격도 없이 난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문제의 발단은 법무부의 난민지침이다. 법무부는 지침에 따라 난민심사 대상을 판단하는데, 이를 ‘국가안전 보장 등에 관한 사항’이라며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가 내부 지침을 반드시 공개해야 하는 건 아니다. 정보공개법 9조 1항 2호에 따르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로 할 수 있다. 법무부는 지침이 공개되면 난민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난민인정 여부를 내부 지침에 따라 기계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진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난민인정은 난민법에 따라 판단돼야 할 일이지 지침 자체는 내부 규정에 불과해 비공개 원칙을 고수할 이유가 없다”며 “법무부가 상당히 방어적인 것은 사실”이라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지침이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다. 지난 3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법무부가 난민지침을 공개했지만, 변경된 최신 지침은 여전히 비공개 상태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는 “이번에 소송을 통해 공개한 지침은 소가 제기된 2020년 4월 당시 내용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일 변호사는 “소송을 통해서만 지침을 공개하고서 또다시 수정하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2006년부터 여러 판결에서 ‘비공개 사유가 인정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은 공개하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지침의 상당 부분이 이미 여러 차례 공개됐고,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난민신청자의 체류관리업무에 구체적인 기준을 공개해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의 난민지침 비공개로 인한 피해는 난민 신청자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김연주 변호사는 “난민 행정이 거의 지침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내부 기준이 바뀌어버리면 적절한 준비나 대응을 할 수 없다”면서 “국내 일시 체류 허가를 받았던 난민 신청자가, 지침이 변경된 사실을 모르고 체류기간 연장을 받으러 갔다 강제출국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고 했다. 이일 변호사는 “공개되지 않은 지침이 난민 신청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권리 행사를 소극적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백지원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100g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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