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일(금)
‘꿀벌 실종 시대’… 올 1분기에만 전국 78억 마리 사라져

올해 1분기 전국 양봉 농가에서 약 78억 마리의 꿀벌이 집단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꿀벌의 개체 수 급감 문제를 분석한 ‘벌집군집붕괴현상(CCD), 꿀벌의 경고에 응답하라’ 보고서를 22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꿀벌 실종 문제에 관심과 동참을 촉구하기 위한 KB금융의 ESG 경영 일환으로 작성됐다.

경남 창녕군 양봉농가의 빈 벌통.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2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전국에서 78억 마리의 꿀벌이 집단 실종됐다. /조선DB
경남 창녕군 양봉농가의 빈 벌통.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2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전국에서 78억 마리의 꿀벌이 집단 실종됐다. /조선DB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양봉 농가의 벌통 약 227만개 가운데 39만여 개(17.2%)의 벌통이 피해를 봤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벌통에는 여왕벌, 수벌, 일벌 등 2만여 마리의 벌이 서식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1분기 기준 약 78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

무리를 짓는 꿀벌이 이처럼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벌집군집붕괴현상’이라고 한다. 이 현상은 전 세계적 현상이며 매년 유럽에서 30%, 남아프리카에서 29%, 중국에서 13%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농촌진흥청·농림축산검역본부·한국양봉협회·지방자치단체는 합동 조사를 거쳐 올해 들어 발생한 현상의 원인으로 ▲해충 ▲과도한 살충제 사용 ▲말벌 피해 ▲이상기후 등의 복합적인 요인을 꼽았다. 다만 꿀벌 실종의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꿀벌이 군집 단위로 사라지면 시체가 남지 않아 원인 분석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와 국제기구는 생태계에서 꿀벌이 사라질 경우 인류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경고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87종을 생산하는 데 꿀벌이 영향을 미친다. 하버드대 사무엘 마이어 교수팀은 꿀벌이 없어지면 식물이 열매를 맺지 못해 식량난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연간 142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2015년 발표했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꿀벌의 경제적 가치를 최대 5770억 달러(약 730조원)로 추정했다.

세계 각국은 꿀벌의 개체 수 감소를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2016년 미국은 세계 최초로 꿀벌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유럽연합(EU)은 2018년 4월 꿀벌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진 네오니코티노(neonicotinoid) 계열 살충제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영국은 꿀벌과 야생화 서식 지역을 연결하는 꿀벌 친화적 통로 ‘B-라인’을 조성했다.

KB경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벌집군집붕괴현상을 막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건강한 서식지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꿀벌의 먹이가 되는 밀원(蜜源)식물을 재배하고 밀원숲을 조성하는 데 정부는 물론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B금융은 최근 서울 여의도 본사 사옥 옥상에 도시 양봉장을 지었다. 이를 위해 도시 양봉 사회적기업 어반비즈와 협동했다. 이 양봉장에는 벌 12만 마리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 꿀벌이 서식할 수 있는 밀원숲을 강원도 홍천 지역에 조성하는 계획도 세웠다. 사회적기업 트리플래닛과 함께 앞으로 4년간 헛개나무, 백합나무 등 10만 그루 규모로 나무를 심겠다는 목표다.

KB경영연구소는 “정부, 지방자치단체는 품종 개량, 병충해 예방 등에 과학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국제기구 활동과 연계하는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의 꿀벌 보호 활동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선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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