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일자리 창출은 기본… 사회복지에 주민 화합까지

마을형 사회적 기업

일자리 창출과 사회복지 향상에 주민화합까지. ‘마을형 사회적 기업’은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린다. 빵을 만들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고용하기 위해 빵을 만드는 것이 사회적 기업이라면, 지역주민들을 고용해 빵을 만들면서 주민결속까지 다지는 것이 마을형 사회적기업이다.

이런 마을형 사회적 기업이 대구·청주·시흥에 3곳 생긴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함께일하는재단이 공모한 시범사업에 대구 ‘동구행복네트워크’와 충북 청주 ‘행복마을’, 경기도 시흥 능곡지구의 ‘자연마을’ 사람들이 뽑혔다<사진>. 이들은 내년 3월까지 총 5억원의 예산과 컨설팅 지원을 받는다.

미상_사진_마을형사회적기업_LH_2010“안심동이라는 우리 동네이름처럼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동네를 만들고 싶습니다.”

어린이 돌봄서비스와 도시락 밑반찬 판매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대구 ‘동구행복네트워크’ 윤문주(42) 대표의 말이다. 저소득층·차상위 계층이 주로 거주하는 공공임대아파트에는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 가정이 많아 어린이 돌봄서비스가 절실하다. 도시락 밑반찬 사업은 먹을거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유기농 먹을거리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도시락 값을 받지만 독거노인 등 복지 사각지대 계층에는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동구행복네트워크는 지난 8년간 어린이날 행사와 가을축제를 준비해온 지역 시민단체들이 뜻을 모아 결성했다. 강현구(41) 동구행복네트워크 지원단장은 “지역축제 때 쿠폰으로 협찬하는 교육기관·병의원·식당 등과 함께 지역경제를 살리는 ‘마을화폐’도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성화동에 생길 ‘행복마을’은 충북 청원군의 농촌마을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을 살려 ‘로컬푸드 전(前)처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싱싱하고 값싼 유기농산물을 도시에 유통하기 위해 농산물을 세척·포장하는 작업이다. 행복마을 박종효(42) 대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통해 지역주민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장기적으로는 학교급식에 납품해 사업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마을은 마을주민을 고용해 어린이·노인·장애인 등 생애주기에 따른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아파트 방역·공원 관리 업무 등도 소화할 예정이다.

경기도 시흥 능곡지구 ‘자연마을’은 주민화합을 중점과제로 뒀다. 주민 여현주(33)씨는 “임대아파트와 일반분양아파트가 섞여있는 능곡지구에는 초기에 계층 간 위화감도 있었다”며 “마을형 사회적 기업을 통해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계기를 만들고 이윤은 취약계층에 환원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능곡지구 주변 땅을 이용해 ‘농부학교’를 만들 계획이다. 실직자인 주민과 탈학교 청소년들에게 인문학 강좌를 열어 이들을 ‘도시농부’로 육성하는 것이다.

함께일하는재단 정태길(49) 사무국장은 “마을형 사회적 기업이 잘 되면 산업화와 도시화 때문에 사라진 마을 주민 사이의 유대감이 다시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옆집 주민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 시대, 한국형 ‘마을’이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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