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말에는 대기 정체로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날이 지금보다 최대 58%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대기정체는 온난화로 기압배치가 바뀌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만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 약 7%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일 우리나라 대기정체에 관한 미래변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동아시아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대기정체지수를 적용해 탄소배출량에 따른 한반도의 대기정체일수 변화를 예측한 연구다. 기상청 연구진은 ▲고탄소 시나리오 ▲중간단계 시나리오 ▲저탄소 시나리오로 나눠 전망했다.
현재(1995~2014년) 대기정체 발생일은 연평균 26.2일이다.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21세기 후반(2081~2100년) 대기정체일이 39.5~41.5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지금보다 최대 58% 증가하는 것이다. 탄소배출을 서서히 감축한 중단단계 시나리오에서는 약 35.3일, 탄소중립을 달성한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약 28.1일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기상청은 “탄소감축 노력에 따라 미래의 대기정체일이 최대 13.4일(51%)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정체는 공기를 이동·확산하는 바람이 미약한 상태로, 겨울~봄철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의 주요 원인이다. 온난화가 심해지면 한반도 주변 기압배치가 바뀌면서 상·하층 바람이 약해진다. 한반도 전역의 공기도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때 생성된 미세먼지는 확산하지 못하고 대기 중에 그대로 축적된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여도 고농도 미세먼지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 실제로 2001~2014년 겨울~봄철 서울에서 대기정체가 나타난 날의 약 80%에 ‘나쁨’ 이상 수준의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발생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