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일(금)
EU ‘여성할당제’ 확대 논의 재점화… 韓은 축소 움직임
/조선일보DB

최근 일정 비율 이상의 여성 기용을 의무화하는 ‘여성할당제’를 둘러싼 논의가 국내외에 활발하다. 나라별 분위기는 다르다. 유럽에선 EU 차원에서 여성할당제 확대에 나섰고, 한국은 정치권 중심으로 폐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현지 시각) EU집행위원회의 성명에 따르면, EU는 오는 2027년까지 회원국 상장기업의 이사진 3명 중 1명을 여성 이사로 선임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2027년까지 기업의 비상임이사 중 최소 40% 또는 전체 이사회 구성원의 최소 33%를 여성으로 할당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적용 대상은 EU 회원국의 상장기업이나 250명 이상의 직원이 있는 기업으로 약 2300개의 기업이 해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EU 27개 회원국의 고용·사회부 장관들은 이러한 법안 도입에 대한 합의를 마쳤고 조만간 입법을 위해 EU의회와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유럽에서 이번 여성할당제 확대 논의는 10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지난 2012년 EU는 회원국 내 기업들이 40%의 여성 임원을 임명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거나 국가 지원을 삭감하는 법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영국, 스웨덴 등의 국가가 반발하며 EU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10월 기준 EU 기업들의 여성 이사 비율은 평균 30.6%였고 여성 이사회 의장은 8.5%에 불과했다. 27개 EU 회원국 중 상장 기업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여성할당제를 시행하는 곳은 프랑스, 벨기에, 독일 등 8개 국가다. 불가리아, 체코, 크로아티아 등 9개국은 여성할당제는 물론 기업 내 성 다양성을 위한 관련 정책도 시행하고 있지 않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기업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을 높이기 위한 이번 제안을 통해 능력 있는 여성들의 이사회 진입을 막는 유리 천장을 깨길 바란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이사회에 여성을 포함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블랙록은 투자 기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미국 기업들에게 이사회의 다양성 비율을 30%로 높여야 한다면서 여성 2명 이상과 소수인종, 성 소수자(LGBTQ) 등 소수계층 1명 이상을 포함하라고 요구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SSGA)도 지난 1월 ‘2022 주주총회 투표 계획 관련 최고경영자 서한’을 통해 모든 글로벌 기업 이사회에 적어도 1명의 여성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미국, 캐나다, 영국, 유럽, 호주의 주요 기업들이 내년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이사회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울 것을 주문했다.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선DB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선DB

국내에도 기업 이사회의 성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20년 1월 개정돼 올해 8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 법인의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사실상 여성 이사 1인 이상을 포함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추세에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발표한 국내 500대 기업의 양성평등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대기업 여성 임원의 비중이 전년 대비 1.0%p 증가한 5.6%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 7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22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29개 국가 중 10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리천장지수는 기업 내 임원 비율,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성별 간 임금 격차 등 10개 항목을 토대로 산출된다.

출범을 앞둔 새 정부에서 인사 기조도 대기업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을 높이는 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3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성할당제를 ‘자리 나눠먹기’라고 표현하며 인수위원회 구성 과정에 이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은 “새 정부 인사 원칙에 여성할당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는 빠지게 됐지만, 능력 위주의 인사를 약속한 만큼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여성 인재들의 사회 진출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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