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4일(화)

수만명이 공감했습니다, 공익 위한 우리 블로그

공익 블로거 4인의 이야기
“공익적 가치 알리자”며 시작… 해외 공헌활동·제품 올리고 사회적기업 제품 후기 작성
문화예술 캠페인 홍보하기도

블로그의 홍수 시대다. 지난 4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온라인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 등록된 블로그 수는 약 3650만개에 달한다. 최근 공익 분야에서도 다양한 사례와 정보를 전하는 블로거의 활약이 눈에 띈다. 더나은미래는 공익 블로그 운영자 4인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주


미상_사진_공익_공익블로거4인_2013

“작년 4월에 미국의 사회적기업 ‘홀스티'(Holstee) 소개글을 블로그에 올렸어요. 인도의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로 재활용 지갑을 만든 곳이죠. 글을 보고 네티즌 몇 분이 ‘지갑을 사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홀스티에 직접 연락을 해 공동구매를 진행했습니다. 이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는데, 글을 올리자 순식간에 100개 가까이 신청 댓글이 달렸어요. 좋은 의미를 가진 상품에 대한 사회적 니즈(Needs)가 매우 강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사회혁신가와 해외의 공익활동 사례를 소개하는 블로그 ‘사람바이러스'(saramvirus.com) 공동 운영자 노승훈(28)씨의 말이다. 노씨는 목표로 했던 대학 진학에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재수를 거쳐 2005년 건국대 영화예술학과에 입학했으나 1년 만에 중퇴하고 영상과 디자인 제작 등을 하는 개인사업을 시작했다. 노씨는 “나만의 방식으로 커리어를 쌓고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청년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공익근무 시절 만났던 김으뜸(27)씨도 뜻을 함께했다. 군 제대 이후 2010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며, 매일 하루 2~3시간씩 60여개의 해외 사이트를 직접 찾아 자료를 읽고, 그중 흥미로운 사례를 올리기 시작했다. 블로그가 인기를 끌며 2012년부터 네이버 파워블로그로 선정됐다.

아름다운가게에서 7년 동안 일했던 김대호(36)씨가 블로그를 개설한 건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비영리단체와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면서 공익적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고 싶다는 욕구가 컸어요. 그런데 제가 하루에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사람은 많아야 수십 명에 불과해요. 블로그는 하루에 최대 수만 명과 소통할 수 있죠.” 김씨는 2008년부터 ‘꿈으로 보는 세상'(parublog.com) 블로그를 통해 해외의 환경 광고나 공공 디자인, 문화예술 캠페인 사례를 올리고 있다. 네티즌들이 그의 블로그를 방문한 횟수는 무려 1230만 번에 달하며, 네이버 파워블로거에 4년 연속 선정됐다.

‘사회적경제 리뷰 블로그'(serblog.kr)를 운영 중인 고예슬(26)씨는 대학에서 IT를 전공하고 최근까지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대학 시절 지역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가 만난 저소득층의 자립 방안을 고민하면서 그녀는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회적기업 상품 중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많더라고요. 사용 후기도 찾을 수 없었고요. 다양한 기준으로 상품을 평가하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씨는 한 제품을 최대 1년까지 사용하며 가격·디자인·실용성·내구성 등을 평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녀가 리뷰한 제품과 서비스의 개수도 124개나 된다.

◇공익 분야의 1인 미디어로 맹활약…블로그를 단순한 광고로 인식하는 사회 반응은 아쉬워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가까이 활동하며 콘텐츠를 쌓은 결과, 사회는 블로거들을 공익 분야의 또 다른 전문가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김대호씨는 블로그 글과 온라인 연재 칼럼을 정리한 책을 두 권 펴내고, 전국을 돌며 공공 디자인 컨설팅을 진행한다. 강연 횟수도 1년에 100회에 육박한다.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요즘에는 오히려 블로그 운영 시간이 모자랄 정도. 김씨는 “최근 환경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상담을 요청하는 친구가 많은데, 이메일이나 편지를 받을 때마다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고예슬 씨의 경우, 최근 참여한 한 사회적 경제 행사에서 사회적기업 담당자들이 먼저 그녀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고씨는 “사회적기업 제품이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를 소비자의 입장에서 평가하는 데 집중했을 뿐인데, 많은 사회적기업이 내 글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사람바이러스는 작년 말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KickStarter)에 올라온 아프가니스탄 지뢰 제거 프로젝트를 블로그에 소개하고 네티즌들과 함께하는 온라인 모금 프로젝트 계획을 세웠다. 참여 의사를 밝힌 네티즌만 수백 명에 달했으며, 예정 모금 액수도 1000만원을 넘어설 정도였다. “캠페인 당사자와 메일로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그 분의 활동이 체계적이지 않고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모금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지금도 아쉬운 부분이죠.” 김으뜸 씨가 입을 열었다. 노승훈씨와 김으뜸씨는 앞으로 멘토링을 위주로 한 교육콘텐츠 개발과 국내외 친환경·혁신 제품 및 공정무역 상품을 온라인에 판매하는 편집숍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편 블로그를 통한 마케팅이 주목받으면서 비영리단체나 관련 기관의 홍보 및 제휴 요청도 종종 들어온다. 하지만 공익 블로거들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다. 블로그를 단순한 광고 수단으로만 본다는 것이다. 고예슬씨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시간과 열정의 일부를 쏟는 것”이라면서 “공익 블로거들의 활동을 재능기부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김대호씨는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 전문적인 지식을 미리 갖춰야 할 필요는 없다”면서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좋은 블로그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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