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2배 빠르지만 제대로 된 노후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한·일 양국의 65세 이상 고령층 500명을 대상으로 연금수령 실태 등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최근 10년간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연평균 4.2%씩 증가해 2.1%씩 증가한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보다 2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OECD 38개국 중 28위에 불과했던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15.7%)은 2024년 19.2%로 OECD 평균(18.8%)을 웃돌고, 2045년에는 37.0%로 일본 넘어서며 OECD에서 가장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나라가 될 전망이다.
한국의 고령인구가 일본보다 빠르게 늘어가는 추세지만 연금을 받는 비율은 10%p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고령층 중 공적연금을 받는 비율은 83.9%, 사적연금 수령 비율은 21.8%였다. 일본은 수령 비율이 공적연금 95.1%, 사적연금 34.8%에 달했다. 평균 연금 수령액도 한국이 월 82만8000원으로 일본 164만4000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한경연은 “일본은 한국보다 더 내고 더 받는 공적연금 체계가 구축돼 있어 노후에 안정적인 소득 확보가 가능하다”며 “또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 지원율이 한국은 19.7%에 불과해 일본(31.0%)은 물론 OECD 평균인 26.9%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한국 고령층은 일본에 비해 자녀 등으로부터 받는 경제 지원 의존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외 생활자금 조달방식을 묻는 질문에서 ‘자녀 등 타인의 경제적 지원’을 꼽은 한국 고령층은 17.4%였지만, 일본의 경우 3.6%에 그쳤다.
노후 생계안정을 위한 최우선 정책과제로는 두 나라 고령층 모두 ‘노인 일자리 창출’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응답률은 한국 48.1%, 일본 32.0%로 나타났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공적·사적 연금의 노후 생활 보장 기능을 강화하고, 양질의 일자리 제공을 통한 소득개선이 시급하다”며 “양질의 고령자 민간 일자리 확충을 위해 파견·기간제 규제 완화 등 노동시장 유연화와 직무·성과에 기반을 둔 임금체계 정착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