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10년간의 ‘새싹 오케스트라’ 지원… ‘자립 열매’ 맺다

문화·예술 지원 사업, 전국 7곳 지원
올해 은평·안양군포관악단 자립 성공
“10년 지원 계획으로 자립 도와줄 것”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낙원악기상가 옥상 정원. 오전에 내린 소나기로 습해진 공기를 뚫고 청소년 관현악단의 음악 소리가 사방으로 퍼졌다.

이날 무대는 청소년 관악단 ‘올키즈스트라’의 자립을 기념하고자 마련됐다. 올키즈스트라는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의 문화 예술 지원 사업으로 현재 전국 7개 지역 관악단에서 단원 3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기념 공연의 주인공은 지난 10년간 자립 기반을 마련해온 은평관악단과 안양군포관악단이다. 유원선 함께걷는아이들 사무국장은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지역사회 안에서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10년을 꾸준히 지원했고 마침내 결실을 이뤘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낙원악기상가 4층 멋진하늘에서 올키즈스트라 은평관악단·안양군포관악단의 자립 기념 공연이 열렸다. /함께걷는아이들 제공

현재 대부분의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외부 지원금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다. 보통 1~3년 단위로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에 우후죽순 생겼다가 별안간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유원선 국장의 설명이다. 지원이 끝나면 오케스트라도 사실상 해단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운영되려면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아동센터 4~5곳이 컨소시엄을 이뤄 관악단을 구성하는 올키즈스트라는 서울에 있는 상위관악단과 은평관악단을 비롯해 안양군포관악단, 김해관악단, 아산관악단, 동해관악단, 창원관악단 등 총 7개가 운영 중이다. 이번에 이 중 두 곳이 자립에 성공한 것이다.

자립 준비에만 10년을 쏟아부었다. 함께걷는아이들은 총 8단계로 구성된 ‘지역관악단 지원 플랜’에 따라 이들의 자립을 도왔다. 창단 이후 3년간은 악기를 갖추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시기다. 매년 6000만원 규모의 지원을 통해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악기 구비율을 70%까지 올린다. 창단 4~5년 차에는 악기 대여 비율을 0%로 만드는 게 목표다. 6년 차에 접어든 관악단은 자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자립을 포기하면 지원은 중단되고, 관악단은 사라진다.

은평관악단과 안양군포관악단도 6년 차인 2015년부터 본격적인 자립 준비에 돌입했다. 후원위원회를 발족하고 지역사회 내의 모금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동시에 지원 규모를 기존 연 6000만원에서 5000만원, 4500만원, 4000만원 등으로 해마다 조금씩 줄여나갔다. 유원선 사무국장은 “관악단 하나를 운영하려면 지휘자·강사 레슨비, 연습실 대관비, 행정 전담 인건비 등 최소 연 6000만원이 든다”면서 “지역관악단 두 곳은 올해부터 지원금을 일절 받지 않고 자체 모금을 통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관악단 한 곳을 자립시키기 위해 10년간 투입된 자금은 약 5억원이다. 2013년 창단한 김해관악단은 올해부터 자립 준비에 돌입했고, 동해·아산·창원 관악단은 내년에 자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올키즈스트라는 2009년 부스러기사랑나눔회의 시범 사업으로 출발했다. 당시 안양·군포 지역의 지역아동센터 4곳에 다니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45명이 관악단을 구성하면서 첫발을 내디뎠다. 이듬해 관악단 사업을 전담하는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을 설립해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유원선 사무국장은 “정부 보조금 없이 민간에서 한 지역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10년 이상 문화 예술 사업을 지원한 건 올키즈스트라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에는 올키즈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전문 강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비영리사단법인 ‘TAG(Teaching Artist Group)’를 설립했다. 기존의 문화 예술 교육에 사회복지를 접목한 수업 방식을 연구하고 확산하자는 취지다. 안양군포관악단 지휘자인 최호진 TAG 이사는 “전국 50여 명의 연주자들과 교육 현장 노하우를 꾸준히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유원선 사무국장은 “사업 초기만 해도 실내 연주회 때 반사판 설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악기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이해하지 못해 강사들과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면서 “10년 가까이 현장 노하우를 쌓은 강사들의 경험은 지역 오케스트라를 육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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