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화)

‘착한 은행’ 트리오도스 성장 비결은

공익·수익 잡은 해외 임팩트 투자

“인간과 환경, 경제의 균형을 목표로 하는 은행업종이 10년 내 세계 인류의 6분의 1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윤리적 목적을 추구하는 은행 국제연합(Global Alliance for Banking on Values·이하 GABV)’의 공동 설립자인 페테르 블롬 트리오도스(Triodos) 은행장의 말이다. GABV에 소속되어 있는 24곳의 금융기관은 이윤 증대 외에 투자할 대상의 윤리와 공익을 따진다. 실물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며, 지역사회 기반 기업에 대한 금융이나 마이크로파이낸스 등 사회적 금융(Social Finance)을 제공한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네덜란드 트리오도스, 독일 GLS은행을 비롯한 GABV 소속 은행들은 당기순이익이 772만달러( 약 89억원)에서 1663만달러(약 190억원)로 2배가량 늘었다.

지속 가능성에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트리오도스은행(Triodos Bank)은 세계금융 위기가 터진 다음 해인 2009년 영국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와 국제금융공사(IFC·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은행’으로 선정됐다. 자산이 겨우 43억유로(약 6조3214억원) 수준인 트리오도스은행의 지난 10년간의 성과는 놀랍다. 2010년 순이익(178억원)은 전년 대비 20% 늘었고, 대표 상품인 지속 가능자산 펀드의 연간 수익률은 12%에 이른다.

이 조그만 은행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트리오도스은행 수익의 약 80%는 예금 상품 및 사업 자금 대출에서 나온다. 중요한 것은 융자 심의를 할 때 사업을 통해 창출되는 사회적 부가가치를 먼저 본다는 점이다. 일명 ‘임팩트 투자(impact in vestment)’다. 융자 대상 산업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 신재생에너지, 유기농 사업 등 환경을 이롭게 하는 사업이다. 전체 융자액의 30% 정도는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단체의 몫이다.

최근 트리오도스은행은 네덜란드 남서부에서 새롭게 개업하는 수많은 식당들 중 ‘언덕 위의 오두막의 집(The River Cottage)’를 투자처로 선택했다. 이 식당의 방침이 ‘오로지 지역 내의 유기농 제품만 쓰는 것’이기에 푸드마일리지(식품의 생산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이동거리)를 줄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리오도스은행이 지난 75년 동안 투자한 회사도 있다. 시골 농부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웨일스 지방의 낙농업 회사다.

네덜란드 정부는 1995년부터 녹색 투자 정책 지원의 일환으로 신재생에너지의 투자 자본 이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감면했다. 덕분에 트리오도스은행은 10년간 50억유로(약 7조2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유입할 수 있었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효율성에 기반한 자본주의가 발전의 모델을 추구했지만, 몇 번의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대안적 차원의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양극화 문제 등 사회문제가 심각한데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임팩트 투자의 흐름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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