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5일(금)

“1년에 한 번뿐인 생일, 기부로 영웅 한번 되보실래요?”

생일모금하는 소셜벤처 ‘비카인드’
유명인사·시민들과 함께 지킬 수 있는 약속 만드는 ‘착한 약속’ 캠페인 벌여
“살 빼면 100만원 기부등 재밌게 자선에 참여하는 모금 트렌드 만들래요”

“1년에 한 번뿐인 생일,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돕는다면 당신도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중순부터, 김동준(27)·최준우(27)씨는 수퍼맨과 배트맨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섰다. 두 청년은 술집 아르바이트생도, 이벤트업체 직원도 아니다. 사람들에게 ‘생일모금’을 알리기 위해서다.

소셜벤처 비카인드의 최준우(왼쪽)·김동준씨.
소셜벤처 비카인드의 최준우(왼쪽)·김동준씨.

지난달 14일 홍대입구 근처에도, 두 청년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강남역, 명동 등지로 거리캠페인을 나선 게 벌써 스무 번째다. “6월이 생일인 사람!” 수퍼맨 분장을 한 최준우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여고생 5명이 까르르 웃으며 한 친구를 떠민다. “야, 너 생일이잖아!” 배트맨 옷을 입은 김동준씨가 말을 건넸다. “이름이 뭐야?” “다희요.”. 수퍼맨과 배트맨은 케이스에서 이벤트용 안경을 꺼내, 주인공의 얼굴에 씌웠다. “하나, 둘, 셋! 생일 축하합니다.” 갑작스러운 생일 축하 노래가 홍대 거리에 울려 퍼지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이번 생일에는 친구들에게 선물 대신 기부를 부탁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들이 한국의 자선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김동준씨는 나무 심기 게임을 통해 기부를 실천하는 애플리케이션 ‘트리플래닛’의 설립 초기 멤버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그는 창업을 위해 휴학을 결정하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후 ‘트리플래닛’이 소셜벤처로 유명세를 타자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이슈까지 해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며 두 번째 창업을 결심한 것. 김씨는 “미국은 걸스카우트가 쿠키를 팔아 기금을 마련하는 등 일상의 펀드레이징이 활발한 편이지만 한국에서는 기부와 모금의 차이를 잘 모르는 등 자선문화가 덜 확산됐다”며 ‘모금문화의 대중화’를 선포하고 나섰다. 그는 소셜벤처 ‘비카인드’를 창업해 모금플랫폼인 홈페이지(http://bekind.co.kr)를 만들었다. 최준우씨도 고향 친구 김동준씨의 사업 제안에 ‘젊을 때 의미 있는 일에 열정을 쏟아보자’며 굴지의 대기업을 그만두고 의기투합했다.

비카인드가 현재 주력하는 서비스는 ‘생일모금’이다. 개그맨 정종철씨는 생일 전날인 6월 26일, 소아암 환아 정기치료비 지원을 위한 모금페이지를 만들었다. 단 하루 만에, 목표금액 50만원 중 42만6000원이 모였다. 지인과 팬 23명이 정종철씨의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서비스를 통해 모금에 동참한 결과였다. 지난 4월부터 ‘비카인드’를 통해 생일모금에 참여한 사람은 55명, 총 모금액은 700만원 정도다.

“목표 금액이 80%를 넘으면, 회사 식구들을 위해 중앙 커튼 앞에서 무반주로 노래를 부르겠다” “목표 금액이 85%를 넘으면, 한강에서 시원하게 입수하겠다”는 등 생일을 맞이한 펀드레이저들의 이색 공약도 있다.

자선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각종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착한 약속(kind promise)’ 캠페인을 벌였다. 이상봉 디자이너, 박원순 서울시장, 영화배우 오지호씨 등 유명인사 30여명과 시민 3000명에게 자신이 지킬 수 있는 착한 약속들을 받았다. 최준우씨는 “행사장, 연예인 결혼식장 등을 거의 매일같이 돌아다니며 캠페인 참여를 독려했다”고 귀띔했다. 지난달부터는 해당 월에 생일을 맞이한 유명인사들을 찾아다니며 생일모금을 알리고 있다. 카카오톡 박용후 홍보이사도 강연장에서 두 청년을 만나 100만원을 모금해 소아암 환아 정기치료비로 기부했다.

앞으로는 ‘내가 살을 5㎏ 빼면 100만원을 기부하겠다’ 등의 도전모금, 결혼식 등 기념일모금 등 다양한 펀드레이징을 시도하면서 자선문화의 대중화를 이루겠다는 두 청년, 그들은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알게 하면서 많은 이가 재미있게 자선에 참여하는 트렌드를 만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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