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5일(금)

외부인사 영입 · CEO 직속… 대기업 CSR위원회 트렌드

기업문화 혁신, CSR위원회가 이룰까

외부 인사 영입 사례
삼성전자·SKT 등 전문가 소견 듣고 CSR 전략 수립·평가

CEO 직속 사례
LG전자·신한금융지주 전사적인 운영으로 CSR 효율성 높여

미상_그래픽_CSR_외부인사전문가소견소통_2013지난 3월 15일 삼성전자는 주주총회에서 권오현 부회장이 “법적 지위를 갖는 이사회 산하에 CSR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LG전자는 ‘협력 회사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 지원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제6회 이해관계자 자문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는 LG전자 경영지원부문장 남상건 부사장 등 회사 중역과 국민대 경영대 노한균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정대진 산업정책과장, 한국구매전문가협회 류성국 회장 등의 외부 패널이 참석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대기업들의 CSR위원회에 대한 눈길도 쏠리고 있다. CSR위원회가 유명무실해진 사외이사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인지, 아니면 기업 문화를 윤리적으로 바꿀 혁신적인 기관이 될지 주목받는 것이다.

◇외부 인사 영입한 CSR위원회, 기업 투명성 높일까

삼성전자 CSR위원회는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 6개의 소위원회 중 하나로 사외이사 5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외이사는 이인호 전(前) 신한은행장, 김한중 전(前) 연세대 총장, 송광수 변호사, 이병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이다.

삼성전자 측은 사외이사만으로 CSR위원회를 구성한 이유에 대해 “지속 가능 경영과 CSR이라는 주제는 경영 활동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사외이사 역할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CSR위원회는 어떻게 활동하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위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전공을 살려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연구회를 설립할 예정”이라며 “아직 반기 1회, 분기 1회 등 의무적으로 정해진 모임은 없다”고 밝혔다.

외부 인사들을 영입해 CSR위원회를 만든 사례는 삼성전자가 처음이 아니다. SK텔레콤은 2008년 이사회 산하에 ‘기업시민위원회’를 만들었다. 기존의 ‘윤리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것이다. ‘기업시민위원회’는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성원은 지동섭 전략기획부문장을 비롯해 한국금융연구원 엄낙용 연구원, 서울대 사회학과 임현진 교수 등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분기별 이사회 때 기업시민위원회도 열린다”며 “정기적으로 CSR 전략을 피드백하고 수립하고 있는 의사 결정 기구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포스코도 2011년 11월 외부 인사 8인과 사내 위원 5인으로 구성된 CSR위원회를 발족했다. 외부 인사는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경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회공헌사업본부장, 고선주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원장, 엄치성 전경련 사회본부장 등 학계 및 기관의 전문가다. 사내 위원은 CR본부장, 사회공헌부장, 포항·광양의 부서장 등이다. 위원회는 1년에 두 번 열린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고경영자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전문가의 소견을 들으며 CSR 전략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사회공헌 실무자는 해당 사업의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대외적으로 CSR을 소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개 CSR 관련 정보는 공개가 잘 안 되는데 운영 과정에서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면 투명성에 기여한다”면서도 “CSR위원회가 공식적인 의결권을 가진 기구가 아니기에 형식적으로 운영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CEO 직속 CSR위원회는 전사적인 CSR 전략 추진 기구

CEO 직속의 CSR위원회를 설치한 기업도 있다. LG전자는 2009년 CEO 직속 정책 기구로 CSR위원회를 설치했다. 구성원은 CEO를 비롯해 사업본부장, 부문장 등이며 안건이 생겼을 때 비정기적으로 모인다. LG전자 관계자는 “CSR이 지속 가능 경영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이뤄져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며 “일례로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나 전자산업시민연대 등 파트너와 함께 추진해야 하는 프로젝트 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는 반기마다 이해관계자 자문회의를 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2011년 말 CEO 직속으로 사회공헌위원회(CSR위원회)를 도입했다. 위원장은 한동우 회장이며, 신한은행·신한카드·신한생명 등 12개 그룹사의 CEO가 위원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기존 사회공헌 활동이 그룹사별로 개별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이를 일체감 있고 효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며 “반기 1회씩 모임이 열리며 환경경영규범 등 회사 내 CSR 기준들을 한 번에 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한은행에선 어린이 금융 교육을, 신한생명에선 노인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하는 등 ‘금융교육’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그룹별로 전략에 맞춰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기룡 플랜엠 대표는 “CSR위원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CSR위원회가 자문기구인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말을 듣는 창구인지 혹은 전사적인 CSR 전략 추진 기구인지 등 명확한 역할 수립을 먼저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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