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4일(수)

올해로 10년,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날개를 달다

올해로 10년,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날개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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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사랑의 다문화학교’ 10년의 임팩트

6기생 포함, 10년간 7231명 학생 교육
장점과 재능 발휘하도록 지속적 지원

이중언어 ‘장점’ 글로벌 인재로 양성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 멘토로도 활동

사회 공헌 사업 하나를 10년간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올해 1월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발간한 ’2019 사회공헌 백서’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사회 공헌 프로그램 296개의 평균 지속 기간은 8.6년이다. 비율로 따지면 10년 이상 사회 공헌 프로그램은 28%(84개), 1~5년 33%(98개), 6~10년 20%(60개)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 공헌 사업의 수혜자들이 다시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내놓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게 장수 프로그램들의 특징이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LG연암문화재단의 ‘사랑의 다문화학교’ 프로그램도 그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2010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국내 대기업 중 다문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교육 지원 사례로 알려졌다.

꿈을 심다

“어린 시절부터 또래 친구들과 조금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항상 위축됐고 소심했습니다. 강화라는 작은 섬에서 자라 처음 서울로 가보게 된 것도,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약사라는 꿈을 키울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다문화학교 덕분이었습니다.”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박정우(22)씨가 LG 사랑의 다문화학교를 만난 건 2012년이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박씨는 사춘기를 겪으며 한국말이 서툰 어머니가 부끄러웠다. 때때로 반항을 일삼던 그에게 변화가 시작된 순간이기도 했다.

박씨는 매달 카이스트(KAIST) 영재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실험 강의에 흠뻑 빠져들었다. 카이스트에 재학 중이던 대학생 멘토가 진행하는 강의는 과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층 넓혀줬다. 이론을 배우고 실제로 실험을 설계하며 공부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다양한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새로운 지식을 배우며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키웠다.

자신감이 생기자 학교 성적도 쑥쑥 올랐다. 그해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 국제 청소년 과학엑스포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무선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움직이는 자동차인 ‘미니 OLEV’로 조직위원회상(賞)을 받기도 했다. 현재 박씨는 약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다. 그는 “다문화학교를 통해 어머니에 대해서도 많이 이해하게 됐다”면서 “나중에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일하는 약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사랑의 다문화학교 참가 학생들이 과학 인재 과정 교육에서 만든 실험 결과물을 들고 있다. /LG연암문화재단 제공

사랑의 다문화학교 1기 졸업생인 바수데비(25)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학창 시절 인도인 아버지를 닮은 외모로 친구들에게 놀림당하기도 했지만, 긍정적인 성격 덕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바수데비씨는 “사랑의 다문화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이 상처받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올바른 다문화 인식을 심어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2018년 교사의 꿈을 이뤘다.

지난해 참가했던 한 졸업생은 “과학이나 이중 언어 분야의 지식뿐 아니라 자신감도 얻게 됐다”면서 “학교에서 접하기 어려운 프로그램과 멘토와의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진로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했다.

2019 전국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들의 모습. /LG연암문화재단 제공

10년의 임팩트

다문화학교는 지난해까지 689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올해 6기생을 포함하면 총 7231명에 이른다. 학생들에게는 대학생 멘토를 비롯해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카이스트 교수진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도 투입된다. 프로그램은 크게 언어인재과정과 과학인재과정으로 나뉜다. 대상자는 초등·중등·졸업생 과정으로 세분화했고,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2년 동안 지속적인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2019 전국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김혜영양. /LG연암문화재단 제공

언어인재과정은 매주 1대1 화상 강의로 중국·일본·몽골·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어 등 지원 언어 6개의 이중 언어 교육을 진행한다. 연 3회 글로벌 리더십 캠프와 방학 캠프는 물론, 수강생의 해당 언어권 국가에 8박 9일간 머물며 대학교에서 언어·문화 교육을 받고 이중 언어를 바탕으로 봉사 활동, 또래 간 문화 교류 등도 수행하게 된다.

지난 2018년부터는 교육부·한국외국어대학교와 함께 이중 언어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기 위한 ‘전국이중언어말하기대회’를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3기 졸업생인 베트남어권 김혜영양이 대상을 받기도 했다.

과학인재과정은 대전 카이스트에서 매월 1박 2일 캠프 교육, 월 1회 배송되는 과학상자를 통해 이론과 실습을 함께 배우는 온라인 교육 및 방학 캠프를 병행한다.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정 기술을 직접 설계·제작하고 이를 국내외 과학 경진 대회에서 발표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2년 상하이 국제 청소년 과학엑스포에 과학인재과정 학생 5명이 참가해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슬로바키아에서 열린 국제과학엑스포, 2014년 상하이 엑스포 등 국제 대회에 꾸준히 참가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열린 적정기술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다문화 청소년의 증가 추세에 맞춰 더 많은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세계시민교육과정, 장학금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자료=한국교육개발원

다문화가정의 학생 수가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면서 교육 지원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 수는 2012년 4만6954명에서 2020년 14만7378명으로 약 3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학생 수는 673만467명에서 535만5832명으로 137만명가량 줄었다. 전체 학생 수는 줄어드는 데 반해 다문화 학생 수는 반대로 늘고 있어 다문화 학생 비율은 0.7%에서 2.8%로 크게 늘었다. LG 관계자는 “매년 급증하는 다문화 청소년들을 글로벌 인재로 양성해 한국과 부모 국가를 잇는 가교(架橋)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다문화학교의 교육 과정을 마친 학생들에게도 지원은 계속된다. 졸업생 중 교육 의지가 높은 학생들에게는 성적우수장학금과 생계지원장학금 등 장학금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

다문화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멘토로 참여해 후배들을 돕는 경우도 있다. 지속 가능한 교육의 선순환이다. 배희주(20)씨는 2010년 언어인재과정 1기를 수료하고, 2018년 5기 멘토로 참여한 사례다. 그는 “언어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던 초등학교 시절의 경험을 살려 후배들의 멘토가 되기 위해 지원했다”면서 “언어 교육뿐 아니라 진학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작성도 도와주면서 현재까지도 멘티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다문화학교의 성과는 연구 논문 사례로 인용되기도 한다.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연구 논문 ‘한국 다문화가족 정책연구 Ⅲ’에 사랑의 다문화학교를 우수 다문화 교육 사례로 인용했고, 국제청심중학교의 김삼화 박사는 ‘다문화청소년의 내적성장 촉진요소에 대한 사례연구’를 통해 다문화학교 학생들이 정서적인 측면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LG 관계자는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은 두 가지 언어와 문화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만큼 글로벌 시대에 강점을 갖고 있는 인재”라며 “이들이 재능과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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