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3일(월)

기업, 사회공헌 포털 오픈한 까닭은?

CSR 영역 넓히는 기업들
매체 통한 홍보 한계에 기업 자체 사이트 열고 고객과 직접 소통 나서
임직원 자원봉사 시간… 고객에게 실시간 공개
비영리 단체 모금함… 사회공헌 포털에 열어 기부자와 연결하기도

미상_그래픽_CSR_사회공헌포털_2013“지속가능 경영보고서는 고객에게 해당 기업의 CSR 활동을 알리는 중요한 매체다. 하지만 길고 복잡한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는 아무도 읽지 않는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사진·영상 등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보고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0일, ‘더나은미래’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리처드 웰포드(Richard Welford) ‘CSR 아시아’ 회장이 밝힌 최근 트렌드다. 자사의 CSR 활동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기업들이 고객과 쌍방향 소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러한 모습은 최근 국내 몇몇 기업들에도 나타나고 있다. 자사 홈페이지에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올리는 데 그쳤던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사회공헌 포털’을 오픈하고 있는 것. ‘사회공헌 포털’에는 해당 기업의 CSR 활동 정보는 물론, 고객과 임직원의 기부·봉사를 유도하는 다양한 캠페인들이 진행되고 있다.

◇일방적 홍보에서 쌍방향 소통으로… 자체 홍보 채널 구축한 기업들

“그동안 나름대로 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해왔는데, 정말 잘하고 있는지 외부의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따끔한 지적이라도 좋으니 고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싶었어요”(김태우 아모레퍼시픽 사회공헌팀 부장).

지난 3월 22일, 기업은행은 ‘참좋은기부’ 포털에서 온라인 모금을 진행하고 있는 기아대책과 함께 명동 거리에서 ‘물의 날 캠페인’을 진행했다. 온라인 모금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해 시민들에게 비영리단체를 홍보하고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기업은행 제공
지난 3월 22일, 기업은행은 ‘참좋은기부’ 포털에서 온라인 모금을 진행하고 있는 기아대책과 함께 명동 거리에서 ‘물의 날 캠페인’을 진행했다. 온라인 모금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해 시민들에게 비영리단체를 홍보하고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기업은행 제공

지난 4월 1일, 아모레퍼시픽이 ‘사회공헌 포털’을 오픈했다. 사내 임직원용으로 운영되던 10여개의 사회공헌 캠페인 사이트를 통합,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것. ‘그림 맞추기 게임’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의 사회공헌 활동을 소개하고, 댓글 수에 비례해 장애인복지시설에 선물을 기부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나눔일보’란 뉴스 코너를 마련해 회사 소식을 전하고, 원하는 고객에겐 CSR 뉴스레터도 발송하고 있다. 20일 만에 방문자 수가 약 2만7000명을 넘어섰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사회공헌 포털 ‘티투게더(T-together)’에 고객 참여 자원봉사 서비스를 오픈했다.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봉사 가능한 기관을 실시간으로 조회하고 신청할 수 있다. 봉사처와 봉사자를 매칭하는 중개 역할을 시도한 것. 이승희 SK텔레콤 사회공헌팀 매니저는 “그동안 신문이나 방송에 사회공헌 활동을 홍보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많았다”면서 “SK텔레콤과 고객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했고, 자원봉사 플랫폼을 통해 SK텔레콤의 CSR 철학이 자연스레 홍보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CSR을 지속적으로 다루는 매체가 워낙 없다 보니,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홍보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했다”면서 “사회공헌 포털은 고객의 반응을 즉시 파악할 수 있는 대체 채널인 셈”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고객 참여형 사회공헌 포털, 임직원 자원봉사 독려 기능도

임직원 자원봉사 행사를 앞둔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고민이 많다. 임직원 참여율이 저조하진 않을까, 프로그램 만족도가 떨어지진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 때문에 CSR 담당자들은 직원들의 자원봉사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매일같이 고민한다. IBK기업은행은 사회공헌 포털 ‘참좋은기부’를 통해 이러한 부담을 한결 덜었다. 지난 2011년, 기업은행은 비영리단체와 기부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모금 사이트를 구축했다. 포털 활동 지수와 금융상품 가입 여부에 따라 고객들에게 기부 화폐 ‘윙(Wing)’을 지급하고, 이를 원하는 단체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한 것. 자원봉사를 신청한 직원들에겐 1명당 1만원씩 ‘윙’을 지급하고, 봉사를 마친 뒤 해당 기관에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은행은 참여한 직원 수만큼 봉사기관에 매칭그랜트(matching grant·임직원이 내는 기부금만큼 기업에서 동일한 금액을 내는 방식)로 추가 기부한다. 김정희 기업은행 CMS사업부 대리는 “봉사와 기부를 동시에 경험한다는 장점 때문인지, 자원봉사 공지가 뜨면 금방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 사회공헌 포털 메인 화면에는 임직원 자원봉사 지수를 나타내는 온도계가 있다. 직원 4000명이 봉사활동 1시간을 채울 때마다 눈금이 한 칸씩 올라간다. 눈금은 총 9개다. 올 한 해 직원들의 목표 봉사 시간을 9시간으로 정했기 때문. 김 부장은 “고객들이 지켜본다는 생각에 직원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봉사에 더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며 “부서를 불문하고 임원들의 관심도 높아 포털에 들어와 직원들 봉사나 사내 나눔 소식을 체크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사회공헌 포털을 만든 아모레퍼시픽은 핑크리본 마라톤 캠페인에 참여하는 2만여명의 시민 등 고객과 직접적인 소통에 나섰다. /이태경 기자
지난 4월, 사회공헌 포털을 만든 아모레퍼시픽은 핑크리본 마라톤 캠페인에 참여하는 2만여명의 시민 등 고객과 직접적인 소통에 나섰다. /이태경 기자

◇비영리단체-기부자 연결… 지속 가능한 모금 전략 필요해

사회공헌 포털사이트 내에 온라인 모금 기능을 포함한 곳도 있다. SK텔레콤은 사회공헌 포털 안에 온라인 모금함 ‘기브유(Giveu)’를 구축했다. 비영리단체 65곳의 모금 캠페인이 ‘기브유’에 올라와 있다. 고객들은 원하는 모금 캠페인에 레인보우포인트, OK캐쉬백 또는 현금으로 기부하면 된다. 지금까지 비영리단체에 전달된 모금액은 총 7억원에 달한다. 기업은행의 ‘참좋은기부’에는 총 95개의 비영리단체가 온라인 모금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고객들은 기업은행이 지급한 ‘윙’ 포인트나 현금으로 비영리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1년 동안 약 1만6000명이 기부에 동참했다. 비영리단체 실무자들은 “지금까지 온라인 모금 플랫폼은 네이버와 다음뿐이었는데, 기업 포털이 생기면서 잠재적 후원자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늘어났다”면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규모가 작은 비영리단체의 경우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단체 홍보가 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비영리단체가 모금 콘텐츠를 계속 올리지 않으면 사회공헌 포털 기능이 멈추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순히 플랫폼만 제공할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비영리단체의 모금액이 늘어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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