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재협’)에서 사무총장의 부당한 업무 지시로 직원들이 ‘줄퇴사’하고 있다는 전·현직 직원들의 제보가 들어왔다. 재협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950억원이 넘는 돈을 모금한 법정 재해구호단체다. 퇴사자들은 김정희 재협 사무총장의 불공정한 사업 추진과 불투명한 회계 지시로 인한 정신적 압박을 퇴사 이유로 들었다. 재협에서 지난 2년간 퇴사한 직원은 총 13명으로, 모두 김정희 사무총장이 부임한 2018년 6월 이후 재협을 떠났다.
퇴사자 A씨는 지난해 재협 사무실 1층과 5층, 파주 물류센터를 리모델링하는 업무를 하던 중 사직서를 냈다. A씨는 “사무총장이 ‘잘 아는 업체’라며 리모델링 업체를 데려와 소개해줬다”면서 “원래는 경쟁입찰 공고를 내고 심사를 한 뒤에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데, 입찰 전에 사무총장이 업체를 찍어 진행하라고 지시했고 견적까지 미리 받았다”고 했다. 그는 “10년 넘게 재협에서 근무했는데 과거에 했던 일처리 방식과 너무 달라 불안하기도 했고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될까 봐 걱정돼 공사 첫 삽을 뜰 때 퇴사했다”고 말했다.
퇴사자 B씨는 “공개 입찰을 할 때 특정 업체를 지정하거나 업체 관계자를 협회로 초대해 식사 자리를 만드는 등 사무총장의 부적절한 행동이 계속됐다”며 “편법적으로 느껴지는 업무에 개입되는 게 부담으로 다가와 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B씨는 “재협은 지난 60년간 비종교적, 비정치적으로 투명하게 운영돼온 단체”라며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재협이 망가지는 걸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사무총장의 불투명한 회계 지시도 직원들의 퇴사 이유로 작용했다. 지난해 2월부터 재협은 사무총장 지시로 직원들에게 월 3만원씩 주차비를 청구하고 있다. 문제는 주차비를 법인 계좌가 아닌 지원팀 직원의 개인 명의 계좌로 받고 있다는 것이다. 퇴사자 C씨는 “협회장을 제외한 전 직원이 참여하는 단체 채팅방을 통해 주차비에 관한 내용을 공지하자 직원들이 동요했다”면서 “협회 소유 건물의 주차료를 법인 수익으로 잡지 않고 직원 개인 통장에 입금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나은미래 취재 결과, 재협은 이렇게 거둬들인 주차비를 사무총장 결혼기념일 꽃다발 구매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무총장은 전체 회의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늙은 사람들은 다 내보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나이 많은 직원을 기존 업무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배제하는 인사권을 발동했다. 지난해 11월 본부장급 경력자 3명을 직위 해제하고 ‘케어TF’라는 신설 조직에 배치했다. 케어TF 주 업무는 ▲우편물 관리 ▲협회 건물 외벽·설비 관리 ▲법인 차량 세차 ▲구호차량·설비 운영 등이다. 최근 퇴사한 D씨는 “사무총장이 바닥 청소, 형광등 갈기 등 원래 다 같이 하던 허드렛일들을 케어TF에 몰아주기 시작했다”며 “암묵적인 공포정치”라고 말했다.
지난 2년 새 퇴사한 13명 가운데 사무총장 부임 전부터 근무하던 직원은 8명이다. 모두 재난 현장 경험이 풍부한 경력 10~20년 차 베테랑들이었다. 사무총장은 부임 이후 28명을 새롭게 채용했고, 이 중 5명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직서를 냈다. 현재 재협 사무국 직원은 36명이다.
단기간에 많은 인력이 교체되면서 재해구호 활동의 전문성에도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해구호협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모금팀과 구호팀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이탈했다. 모금팀의 경우 팀장을 제외한 팀원 7명이, 구호팀의 경우 8명 중 5명이 2019년 이후에 입사했다. 지원팀의 경우 4명 전원이 입사 2년 이내 인력이다. 익명을 요구한 내부 관계자는 “담당자 교체 시 업무 인수인계만으로 채울 수 없는 전문성이라는 게 있는데, 직원이 계속 바뀌면서 그게 다 사라졌다”면서 “사무총장의 비정상적인 업무 지시에 이의를 제기할 직원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재협 측은 “퇴사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인테리어 공사 입찰의 경우 외부 심사위원까지 뽑아서 절차에 따라 입찰 업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직원 주차료는 직원에게 주는 선물 경비를 처리하기 위해 개인 명의로 받은 것이며,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직원은 없었다”고 답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