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3일(월)

[해외 진출 기업 글로벌 CSR 현주소] ① 중국, 외국기업에 사회공헌 요구 커져… “현지 파트너 선정 중요”

해외 진출 기업 글로벌 CSR 현주소 <1>중국
中 “번 만큼 공헌해라” 2008년 스촨성 대지진 후 기부 적은 기업 불매운동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들 CSR 우수사례 꼽히는 등
대중에 주목받는 반면 지역 넓고 민족 다양해 협력·관리 어려움 호소
정부·기업 교류 늘리고 문화 존중하며 접근해야

2011년 말, 중국 국무성 산하 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은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지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CSR 지수는 평균 8.4점으로, 중국 국유 기업(31.7점)과 외국 기업(12.5점)보다 낮았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나은미래’는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금융사·항공사·중소기업 등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 5곳에 ‘중국 CSR의 현황과 고민’을 들어봤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은 중국 삼성, CJ 중국, 중국 우리은행, 아시아나항공, 북경세농종묘다. 편집자 주


미상_그래픽_해외진출기업글로벌CSR현주소_중국CSR변화_2013“충분한 시장조사와 전략이 없으면 중소기업은 중국에서 살아남기도 어렵다.”(북경세농종묘 박상견 총경리)

북경세농종묘는 국내 종자 업체인 ‘농우바이오’에서 1994년 설립한 중국 독자 법인이다.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3년 동안 꼼꼼히 시장조사를 했고, 이 과정에서 ‘농가 기술보급’이라는 CSR을 마케팅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지난해 매출액은 1억2000만위안(한화 약 200억원) 정도며, 매년 15~20%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북경세농종묘는 '농가 기술 보급' CSR을 핵심 마케팅 전략으로 삼았다. /북경세농종묘 제공
북경세농종묘는 ‘농가 기술 보급’ CSR을 핵심 마케팅 전략으로 삼았다. /북경세농종묘 제공

박상견 총경리는 “농업계 글로벌 다국적 회사들은 대부분 종자만 팔아버리면 끝이지만, 우리는 중국 전역에 보유한 100개 대리점에서 기술 지도까지 진행했다”며 “북경세농종묘의 종자를 보급받은 농가들은 최대 10배가 넘는 소득 증대까지 이뤄냈다”고 말했다. 북경세농종묘는 현재 중국 내 종자 업체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코트라_그래픽_해외진출기업글로벌CSR현주소_CSR미이행_2013◇중국 내 CSR 역할과 중요성 커져

중국 진출 한국 기업 117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61.5%, 중소기업의 35.6%가 현지 CSR을 진행하고 있다(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2011). 전문가들은 “중국은 외국 기업이 중국 내에서 이윤을 얻은 만큼, 책임을 지고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의식이 유독 강한 편”이라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08년 쓰촨성 대지진 이후 발생한 ‘불매 운동’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지진 이후 각 기업의 기부금 통계를 발표하고, 기부 금액이 적은 코카콜라·KFC·노키아·P&G 등의 기업을 ‘구두쇠’로 비난했다. 인터넷을 통해 불매 운동이 급속히 퍼져 나갔다. 반면, 같은 해 완추안 지진 발생 당시 중국 음료 회사 ‘왕라오지’는 이재민 구제를 위해 당시 성금액 중 최고 금액인 1억위안(한화 약 160억원)의 성금을 기부, 중국 내 ‘왕라오지 소비 열풍’이 일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품절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 때문에 CSR 담당자들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중국 삼성은 2005년부터 사회공헌사무국을 설립해 농촌 지원·학교 건립 등 교육 사업을 벌였다. 또 무료 개안(開眼)수술을 비롯한 장애인 지원 프로그램 등 본격적인 CSR도 진행했다. 중국의 민정부(보건복지부에 해당)가 수여하는 중화자선상을 두 차례나 받았고, 중국사회과학원에서 편찬한 CSR 교과서에 우수 사례로 올랐다.

중국 삼성 사회공헌 담당자는 “중국 정부는 현재 기부 위주의 CSR 1.0 시대가 아닌 공익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고 추진하는 CSR 2.0 시대로 전환했으며, 기업과의 동업형 플랫폼을 지향하는 CSR 3.0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부터 취항지를 거점으로 '아름다운교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부터 취항지를 거점으로 ‘아름다운교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2008년 중국에서 첫 CSR을 시작한 아시아나항공은 작년부터 ‘아름다운 교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옌지, 창춘 등 취항 지역에 한 학교씩 자매결연을 하여, 시설·학습 기자재를 지원하고 결연학생을 한국에 초청하는 사업이다. 아시아나항공 사회공헌 담당자는 “한·중 최다 노선을 운영하는 전략 지역으로 어떤 지역보다 적극적으로 사회공헌을 펼치고 있다”며 “2014년까지 21개 지역과 모두 자매결연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J 중국은 2011년 이후 한·중 청소년이 함께 영화를 제작하는 ‘토토의 작업실’을 포함, ‘CJ CGV 화해 기금’을 통해 농민공 자녀 학교의 낡은 시설 리모델링, 장학금 지급, 한류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음악교실 등 문화와 관련된 CSR을 주로 진행하고 있다. 중국 우리은행은 2008년부터 북경대, 남경대 등 중국 5개 우수 대학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고아와 장애아동 100여명이 모인 북경광애학교에서 매년 직원들이 성금과 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다.

CJ 중국과 중국 우리은행 사회공헌 담당자는 “CSR 활동이 중국 현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중국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어 기업이미지를 높이는 데 좋은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어려운 중국 CSR, 파트너 찾기 어려워

하지만 고민도 있다. 중국 우리은행, 아시아나항공, 북경세농종묘는 중국 CSR의 어려움으로 ‘광활한 지역, 다양한 민족 구성과 같은 현지 특성’을 꼽았다. 중국은 23개 성(省)과 5개 자치구,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중국 우리은행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원칙으로 취약계층 대상 건강검진 등 봉사활동을 하고있다 /중국 우리은행 제공
중국 우리은행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원칙으로 취약계층 대상 건강검진 등 봉사활동을 하고있다 /중국 우리은행 제공

중국 우리은행은 “현재로는 북경 지역에 한정된 CSR이 많은데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 협력 파트너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 삼성은 “중국은 정부가 직접 CSR의 기준을 제정하고 평가하는데 양적 규모를 중시하는 편”이며 “기부금으로 지어진 학교가 철거당하고 쓰레기장으로 방치되는 등 NGO의 사후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기부금 남용 등 자선단체들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협력 파트너 선정이 어렵다”고 했다.

기업 CSR 평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CJ 중국은 “물질적 기부에 머무르기보다 ‘건강하고 즐거운 삶’이라는 기업 CSR 철학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현지화하는 것이 고민”이라며 “문화 프로그램이 많아 정량적 성과 측정이 어렵다”고 했다.

◇더 전략적인 CSR로 승부해야

중국 정부와 시민의 CS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이 향후 전략적인 CSR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중국사회과학원이 베이징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길거리 설문 조사(2010)를 한 결과, 20%가 자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인지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외국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47%라는 비교적 높은 인지도를 보였다.

설문에 응한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 정부 및 NGO와 협력해, 현지화된 CSR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삼성은 “CSR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도 높아짐에 따라 올해부터는 중국사회과학원 CSR연구센터와 전략 협력 MOU를 체결하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CSR 무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협업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각 기업의 장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CSR 분야의 융·복합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우리은행 관계자는 “설립된 지 5년밖에 되지 않아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부족한 상황으로, 매출보다는 기업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지역사회로까지 CSR이 확대되도록 내부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견 총경리는 “중국은 일사불란한 조직 문화가 덜 형성됐고, 국민 대부분의 평균 소득이 낮은데 이를 얕잡아보다간 대부분 실패한다”며 “CSR을 통해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챙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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