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소용 오븐조차 없었던 ‘용감한 컵케이크’ CJ푸드빌과 협약 맺은후 뚜레주르에 납품도 검토
단순 협약 사례부터 투자 차원 연계까지 올해 이뤄진 협력 건수 지난 4년 합한 것과 같아
사회적기업은 지원 희망 기업체는 장기지원 부담 서로간 협력 쉽지 않아 중간기관 가교역할 절실
“12시간 땀흘리며 구웠던 케이크 100개를 이제 1시간 만에 만들어요.”
사회적기업 ‘용감한 컵케이크’는 미혼모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경제적 자립을 이루자는 목표를 가진 회사다. 실제 양육미혼모 4명이 모여 만들었다. 컵케이크를 만들어 온라인에서 파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장지영 용감한 컵케이크 대표는 “업종이 식품제조업인데, 집에서 식품을 만들어 파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다”며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내에 4.7평짜리 빵 공장을 차렸지만 업소용 오븐조차 없어 부족한 것 투성이였다”고 말했다. 6월 29일, ‘CJ푸드빌’과 맺은 협약은 용감한 컵케이크에 새로운 활로가 됐다.
장지영 대표는 “첫 만남에서 ‘우린 가정용 오븐에 빵을 구워서 판다’고 하니까 굉장히 놀라더라”며 “대기업에 대한 오해도 있었고, 뭘 어떻게 제안해야 되는지도 몰라 처음엔 진행이 더뎠다”고 했다. CJ푸드빌은 설탕이나 밀가루 등 기본 재료부터, 업소용 오븐까지 지원했다. 식품 위생, 제빵공장 전문가 등 기업 전문인력들은 용감한 컵케이크가 식품제조업 정식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장지영 대표는 “CJ의 지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이 도움을 다른 이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CJ푸드빌은 향후 CJ 주최 요리교실에 장 대표를 초빙하거나, 계열사인 ‘뚜레주르’에 용감한 컵케이크 제품을 판매하도록 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용감한 컵케이크는 판매수익금의 5%를 적립해, ‘CJ도너스캠프’ 공부방 아이들에게 정기적으로 간식을 제공하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기업·사회적기업 협력으로 문제점 해결한다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현대해상화재보험 본관 17층에서 열린 ‘브릿지토크'(사회적 기업 파트너십을 통한 공유가치 만들기)에 200여 명의 기업과 사회적기업 관계자들이 모였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작년 말부터 추진하고 있는 ‘1사1사회적캠페인’의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김재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은 “이 자리를 통해 기업·사회적기업이 서로 힘을 모아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1사1사회적 기업 캠페인은 영리기업과 사회적기업이 서로 협력해 긍정적 시너지를 만들자는 움직임이다.
지난해 12월 7일, 국내 22곳의 기업이 모여 진행했던 ‘1사1사회적기업 캠페인 협약식’이 본격 신호탄이 됐다. 사회적기업 ‘임팩트스퀘어’의 도현명 대표는 “올 한 해 동안 이뤄졌던 기업과 사회적기업의 협력사례는 80여건인데, 이는 지난 4년간 이뤄졌던 건수와 같다”며 “최근 사회적기업의 저변이 확대되고 영리기업의 사회공헌 필요성이 만나 파트너십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했다.
◇단순 협약에서 사업연계까지, 파트너십 다양해진다
‘공신닷컴’은 25만의 온라인 회원 수를 가진 교육 사회적기업이다. 직원 7명이 지난해 3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공신닷컴 사이트의 콘텐츠 이용료와 강연 수익, 스마트폰용 콘텐츠 수익 등이 전부였다.
지난 2011년 ‘공신닷컴’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수능시험 준비를 돕기 위해 문제집 ‘공신의 선택’을 출시했다. ‘공신’ 멘토들이 선정한 기출문제 위주로 꾸몄고, 가격은 기존 문제집 반값 정도로 낮췄다.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이유는 유통 과정을 없앴기 때문. 강성태 공신닷컴 대표는 “출판 시장에서는 비용의 절반 이상이 총판으로 나가더라”며 “중간과정을 빼기 위해 독점판매를 시도했다”고 한다. 인터파크 서점에서 이뤄졌던 온라인 판매는 성공적이었다. 사이트에 올라온 모든 문제집 중에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강 대표는 “롯데마트에서만 문제집을 판매했는데, 마침 추석이 겹치면서 매대에서 조용히 사라졌다”고 했다. 유통 역량이 취약한 사회적기업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때 강 대표 눈에 들어온 것이 SK텔레콤이 신규 사업으로 준비 중이었던 ‘T스마트러닝’이다. T스마트러닝은 선별된 교육 콘텐츠를 디지털기기(갤럭시탭)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으로 동영상 강의는 물론, 맞춤형 학습관리, 학습지원 공간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강 대표는 “SK 측에서 굉장히 많은 교육 콘텐츠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강 대표는 SK텔레콤의 담당자를 찾아갔고, SK텔레콤과 공신이 함께하는 모바일 교육 콘텐츠 서비스는 그렇게 시작됐다. 강 대표는 “T스마트러닝은 사회공헌이 아닌 사업”이라며 “SK의 모바일 역량과 우리의 콘텐츠가 협력해 이룬 것”이라고 했다.
아직까지 기업과 사회적기업의 만남은 ‘협약’ 형태가 대부분이다. 사회적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해 주면서, 향후 협력 가능성을 도모하는 수준인 것. 하지만 파트너십 사례가 늘수록 협력모델도 다양화·고도화되고 있다. 도현명 대표는 “초기에 포스코나 SK 등이 시도했던 ‘직접설립’ 형태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사업연계, 투자·자금, 프로보노 등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SK텔레콤·공신닷컴 사례와 같이 ‘사업연계’가 이뤄질 경우, 비용이 아니라 투자 차원이 된다. 도 대표는 “‘웹젠(Webzen)’이라는 게임 회사가 ‘더사랑’이라는 서울형 사회적기업(개인기업)을 100% 인수한 후 주식회사 형태를 갖춰 준 사례도 있다”고 했다. 더사랑은 노인과 장애인이 모여 문구류를 만드는 곳으로, 복지관(베데스다재단) 산하 매장 형태로 운영되던 곳이다.
도 대표는 “웹젠의 사회공헌 형태로 인수가 이뤄졌는데, 그곳에서 만드는 물건을 많이 사주지만 경영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국내 최초의 사례로, 파트너십의 형태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양측 사이의 거리 메우려는 노력 있어야
기업과 사회적기업의 설립 목적 자체가 다른 만큼, 양측의 간극은 무시할 수 없다. 친환경 비누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천향’의 김철순 대표는 “미디어 기업이 홍보영상을 찍어줬는데, 우리에겐 크게 도움이 안됐다”면서 “연구개발 지원이나 판로 개척이 더 시급한 문제였다”고 했다.
문별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교육홍보팀 대리는 “서로 ‘윈윈’이 돼야 의미가 있는데, 사회적기업은 더 많은 지원을 바라고, 기업은 장기적인 지원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며 “기업 대 기업으로 만나 협력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양측의 다리가 되어줄 수 있는 중간기관의 역할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파트너가 될 자세와 역량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 최재호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문화팀 과장은 “내부의 우려 섞인 반응에도 불구, ‘베네핏’이라는 미디어 사회적기업에 CSR 홍보영상 제작을 맡겼는데, 다른 계열사에서 제작사를 물어올 정도로 평판이 좋았다”며 “좋은 파트너십을 위해서는 사회적기업가들의 역량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김태영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포드사가 카셰어링으로 환경 개선을 추구하는 사회적기업 ‘집카(Zipcar)’를 돕고, 골드만삭스는 저소득층 교육 사회적기업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에 자금 지원 및 참여 학생들에게 인턴십을 제공하며, 보잉사가 재소자들의 자립을 돕는 파이어니어휴먼서비스(Pioneer Hunam Service)와 함께한다”며 “우리도 정부, 공동체, 기존 사회적기업, 대기업 등이 신생 사회적기업의 위험에 대한 완충작용을 해줄 수 있는 다양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