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이랜드재단 공동 캠페인|물을 선물합니다!]
③-물 부족 해결하는 新적정기술 <끝>
“기후변화는 물 부족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것이다.”
전 세계 환경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세계의 물순환 시스템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습한 지역은 더 습해지고 건조한 지역은 더 건조해진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UN은 일 년 중 한 달 이상 물 부족을 겪는 인구가 전 세계 36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호우와 가뭄의 강도와 빈도가 점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기술이 물 부족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물 부족 국가에 깨끗한 물을 선물하는 혁신적인 최신 기술들을 소개한다.
◇공기를 모아 물로 바꾸는 신기술 개발
아프리카의 3대 강(江)으로 손꼽히는 나일강과 콩고강, 잠베지강은 아프리카 남동쪽에 있는 탄자니아에서 발원한다. 그러나 정작 이 나라는 세계적인 물 부족 국가다. 적도기후를 보이는 탄자니아는 우기인 5월에는 폭우가 쏟아지지만, 건기인 10월부터는 기온이 매우 높고 건조해 땅이 금세 메마른다. 지하수 개발도 쉽지 않다. 탄자니아 지하수에는 불소와 염분이 많아 식수로 사용하기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내 소셜벤처 ‘쉐어라이트’는 휴대용 물 살균기를 탄자니아의 중앙부의 미케세(mikese) 지역 270가구에 보급했다. 휴대형 자외선C(UVC)와 발광다이오드(LED)가 가진 살균 기능을 활용한 장치로, 물을 넣고 수동 발전기를 돌리면 세균을 죽일 수 있다. 휴대용 UVC·LED 물 살균기를 소비자용 제품으로 만든 것은 쉐어라이트가 처음이다. 박은현 쉐어라이트 대표는 “지하수 개발이 어려운 탄자니아에 적합한 적정기술을 찾다 보니 빗물 저장탱크가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하지만 빗물을 그대로 먹으면 기생충이나 세균에 감염될 수 있어 빗물을 살균할 수 있는 휴대용 장치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쉐어라이트의 휴대용 살균기는 2분 만에 2L의 물을 살균할 수 있다. 식수뿐 아니라 칫솔, 물컵, 휴대전화, 화장도구 등 다양한 개인 위생품도 살균할 수 있다. 전기가 없는 곳에서는 수동 발전, 전기가 있는 곳에서는 USB 전원으로 작동할 수 있다.
공기 중에 있는 물을 포집할 수 있는 신기술도 화제다. 지구의 대기에는 약 13조톤의 물이 포함돼 있다. 깨끗한 물이 담긴 거대한 저장고인 셈이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과학자들은 ‘MOF(metal-organic framework·금속유기 프레임)’를 이용한 특별한 장치를 개발했다. ‘가열에 의한 수증기’로 물을 발생시키는 장치다. 원리는 간단하다. 밤이 되면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다공성 물질인 MOF가 공기 중의 습기를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태양이 떠오르는 아침이 되면 이를 수증기 형태로 내보낸다. 하루 동안 이 상자를 야외에 두면 약 199g의 물이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술은 강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프리카 등 고온건조한 지역에서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용화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핵심 재료인 MOF가 값비싼 금속인 지르코늄으로 만들어져 생산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현재 지르코늄보다 저렴한 알루미늄으로 MOF를 만드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태양광·재활용… 친환경 적정기술이 뜬다
전문가들은 “혁신적인 신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실용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식수 전문 국제구호 NGO인 ‘팀앤팀’은 2015년 케냐의 한 유목부족 마을에 중력과 자갈, 모래층을 이용한 ‘바이오샌드 정화장치’를 기부했다. 하지만 몇 달 뒤 모니터링을 위해 마을을 다시 찾은 팀앤팀 관계자들은 수질 정화장치가 ‘의자’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주 거주지를 옮겨다니는 유목부족 주민들이라 이 장치를 불편해하더라고요. 바이오샌드 정화장치는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정화통에 담긴 자갈과 모래층을 모두 꺼내 깨끗한 물로 일일이 씻어내야 했거든요. 들고 다니는 것도 귀찮고 장치를 씻을만한 물도 찾기 어려워했어요.”(최봉원 팀앤팀 대외협력 팀장)
수혜국과 마을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 팀장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영양가가 없다고 생각해 먹지 않고, 땅에 고인 물을 마신다”면서 “이런 문화를 가진 지역에서는 샘물집수장치를 설치해도 주민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빗물 저장 장치 등 다른 기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또한 물 관련 적정기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지난해 유네스코에 발간한 ‘2018년 UN 세계물개발보고서’에서는 ‘자연기반 물 문제 해결(NBS·Nature Based Solutions)’을 글로벌 수자원 관련 주요 키워드로 지정하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연을 개발하기보다는 자연과 조화하는 방식인 NBS가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 상수도 및 위생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물과 관련된 재해 위험을 감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이에 최근 전 세계 정부, 국제기구, NGO, 기업 등은 보다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수자원 인프라를 개발, 저개발국에 보급하고 있다. ‘태양광 펌프’가 대표적인 예다. 과거에는 우물을 개발할 때 디젤 엔진이 달린 펌프를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저개발국에 새로 세워지는 우물에는 디젤 펌프 대신 태양광 펌프가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마구디(Magude) 지역과 냐마탄다(Nhamatanda) 지역에서 우물건립 사업을 진행 중인 이랜드재단도 이번에 태양광 펌프를 설치하기로 했다. 김욱 이랜드재단 국장은 “태양광 펌프는 태양광을 받아 충전된 엔진이 동력이 되기 때문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지역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면서 “또 연료를 공급하지 않아도 돼 관리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수자원 개발 시설로 재활용하는 ‘자원 순환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콜롬비아 기업인 에코무로(EKOMURO)의 리카르도 알바(Ricardo Alba) 대표는 여러 개의 페트병을 일렬로 연결해서 건물 외벽에 기둥처럼 붙여 지붕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활용하는 ‘페트병 빗물 저장 탱크’를 고안해 2016년 열린 ‘월드 워터 챌린지(World Water Challenge)’에서 대상을 받았다.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걸러주는 규소와 숯을 페트병 속에 담아 빗물을 정화하는 원리다. 현재 콜롬비아 빈민 지역은 물론 공장, 학교 등지에서도 페트병 빗물 저장 탱크가 활용되고 있다.
[박민영 더나은미래 기자 bad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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