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0일(금)
경쟁사 없는 1등 시장 누리면서 사회공헌은 ‘꼴찌’

도시가스산업, 매출액 대비 기부금 평균 0.058%
지역 한 곳당 공급사 한 곳 ‘독점적’
기부액은 고작 국내평균의 25% 수준

미상_사진_사회공헌_도시가스_2010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글로벌’ 환경은, 기업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하며 살아남도록 부추긴다. 똑똑해진 소비자를 만족시키기도 갈수록 어렵다.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가격과 품질을 넘어서 원산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도 꼼꼼히 따진다. 또 이렇게 알아낸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으로 퍼뜨린다. 하지만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기업들도 있다. 전기·수도·통신 등 독과점 지위를 누리는 산업 내 기업들이다. 도시가스산업도 이런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산업 중 하나이다.

도시가스산업은 천연가스를 채굴하거나 수입해서 들여오는 도매 부분과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소매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도매 부분은 한국가스공사가 독점한다. 한국가스공사는 정부와 한전, 지자체가 대주주인 회사이다.

소매 부분은 32개 일반도시가스 사업자들에게 권역별로 분배되어 지역 독점을 누리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서울은 대한도시가스·예스코 등 5개 도시가스회사로, 경기와 인천은 6개 회사로, 그 외 지역은 1~2개 도시가스회사로 공급권역이 분할되어 있다. 사업자 간 공급권역이 중복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한 권역에서는 한 도시가스회사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셈이다.〈그래픽 참조〉

미상_그래픽_도시가스_기부금_2010공정거래위원회 박대규 과장은 “지역독점 구조에서는 소비자가 회사를 선택할 수도 없고, 가격 결정권도 시장이 아닌 사기업에 있다”며 “지역 내에서 도시가스회사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불공정거래 행위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이들 기업의 이익률이 3% 내외를 유지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32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 규제를 지키지 않은 기업은 무려 21곳에 달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도시가스산업 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 최만현 행정사무관은 “도시가스가 아직 공급되지 않은 지역이 꽤 남아 있어, 이러한 지역에 대한 투자 촉진을 위해서는 한시적으로 지역독점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도시가스산업의 독점 논란으로 불거진 이슈는 사회공헌 쪽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들 기업의 지역사회공헌 실상을 살펴보면, 현재의 구조가 우리 사회에 과연 선순환을 가져오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32개 도시가스 회사의 총 매출 규모는 13조3946억원이다. 2009년 이들 회사의 총기부금은 매출액의 0.058%인 78억원 상당이다. 전경련이 매년 조사하는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평균 비용은 매출액의 0.2%다. 독점을 보장받은 기업들의 사회공헌 예산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생존하는 기업들의 평균 사회공헌 액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인 것이다.

도시가스 기업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SK E&S는 8개 도시가스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지주회사다. 이들 회사가 국내 도시가스 공급량의 25%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지주회사인 SK E&S가 지난 1년간 기부한 금액은 50만원. 매출액 1396억원의 0.0004%에 불과하다. 순이익(446억원)으로 비교해도 0.0011%에 불과하다. SK E&S측은 “경영관행상 돈을 내는 기부금보다 자원봉사와 같은 사회공헌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회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매출액 1조1520억원을 기록한 대한도시가스의 사회공헌 비용은 2억6260만원, 매출액의 0.0228%에 불과하다. 부산도시가스는 매출액 8289억원의 0.01%인 8333만원을 지난해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했다. 대한도시가스측은 “비록 금액이 많지 않지만 순이익이 높지 않은 경영환경을 고려하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도시가스산업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삼천리도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평균 비용은 국내 평균인 0.2%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2조3029억원 남짓한 매출액의 0.0782%에 불과한 18억원을 사회공헌 비용으로 사용했다. 이 중 10억원이 고려대학교 건물 건립에 쓰였고 인천세계도시축전, 콘서트 등 행사에 5억원이 쓰였다. 다른 도시가스 기업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지만, 지역 사회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은 아쉬움이 크다. CSR컨설팅 업체인 플랜엠의 김기룡 대표는 “독과점 논란 여부를 떠나, 기업도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만큼 사회에 기여하며 사업성과도 높일 수 있는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유왕’ 록펠러와 ‘철강왕’ 카네기. 두 가문이 지난 100년간 미국 사회에 기부한 액수는 오늘날 돈으로 환원하면 약 70억달러(8조47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사실 록펠러와 카네기는 각각 미국 내 석유와 철광석을 독점하면서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그들을 ‘악명 높은 독점사업가’로 기억하기보다는 ‘대표적인 자선사업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기억하는 이유는 독점적 지위를 누린 만큼 사회에 더 많이 환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취재 도중에 대부분의 기업이 “앞으로 소외계층의 에너지복지 증진 및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 더 큰 열정과 노력을 쏟겠다”고 답했다. 과연 도시가스산업계의 약속이 잘 지켜질지, ‘더 나은 미래’팀과 독자들은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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