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x트리플래닛 공동기획 미세먼지 솔루션, 도시 숲에서 찾는다
[도시 숲의 가치를 찾아서-③] 기업, 시민…숲 만드는 다양한 플레이어들<끝>
우리나라에 있는 도시 숲은 2017년 말 기준 총 3609개. 서울의 1인당 도시 숲 면적도 13.22㎡(2017년 기준)로 국제보건기구(WHO)의 권장치인 9㎡를 초과했다. 하지만 도시민에게 일상 생활 속에서 숲은 먼 존재다. 이유가 무엇일까.
현재 서울의 1인당 도시 숲 면적은 13.22㎡다. 반면 영국 런던, 미국 뉴욕의 도시 숲 1인당 면적은 거의 두 배인 각각 27㎡, 23㎡에 달한다. 수치만 보더라도 생활권 녹지가 충분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생활권 도시림’의 부족도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생활권 도시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일상생활 속에서 녹지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산림청과 지자체가 매년 도시 숲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지만 그 과정 또한 쉽지 않다. 도시의 인구 과밀화로 늘 땅이 부족한 상황에서 상업 및 주거지역 대신 공원이나 숲 등 녹지를 조성하는 일은 대개 반대에 부딪혀 왔다. 도시개발이 시작되면 늘 그린벨트 해제 논란과 토지 보상 문제가 뒤따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숲과 다르게 도시 숲은 주거공간을 짓거나 상업지구를 만드는 등 도시 개발로 인해 훼손되거나 없어지기 쉽다”면서 “도시 숲 조성은 정부 뿐 아니라 시민,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의 동의와 참여가 필요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 한화 등 기업 30여 곳 20억 원 들여 숲 조성…공기청정기 대신 반려나무 입양하기도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기업들도 숲 조성의 주요 플레이어(player)로 부상하고 있다. 소셜벤처 트리플래닛이 2010년부터 조성한 숲 190개 중 숲 60곳(약 32%)도 현대차, 한화, 이니스프리, BMW, 롯데 등 국내 대기업 30여곳과 함께했다. 약 20억원을 투입해 총 182만7973m² 규모의 숲을 조성했다.
기업 숲 중 가장 큰 규모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아이오닉 숲이다. 현대차는 2008년 중국 내몽골을 시작으로 글로벌 생태복원사업인 ‘현대그린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6년부터는 국내로 확장해 트리플래닛, SL공사와 함께 인천 수도권 매립지에 총 1만평(약 3만3057m²)에 느티나무, 소나무 등 7250그루를 식재했다(2018년 기준).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는 “하루 1만 5000톤(t) 가량의 쓰레기가 처리되며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쓰레기 매립장인 인천 수도권 매립지는 평소 악취가 심하고 주변부의 환경오염도 심각했다”면서 “향후 나무가 자라 숲이 울창해지면 악취와 소음공해를 개선할 수 있는 미세먼지 프리존, 자연성을 회복하는 환경생태공원으로 활용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현대자동차는 마라톤 대회인 ‘아이오닉 롱기스트 런’의 참가자 1만4000여 명이 조성한 기부금과 현대차 기금을 바탕으로 그해 12월과 이듬해 4월 두 번에 걸쳐 나무를 식재했다. 트리플래닛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 숲은 연간 약 6만4103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이는 승용차가 약 39만5678km를 주행하는 것과 맞먹는 양이다. 또 가정용 공기청정기를 6만6124일 즉, 공기청정기 100대를 약 31년간 가동시킬 경우 정화량인 약 249만kg의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에너지소비효율 2등급, 30평대 기준).
홍순상 현대자동차 CSV팀 차장은 “현대자동차는 숲 조성 전문가, 아이오닉 구매 고객, 롱기스트 런 참가자들과 함께 아이오닉 숲에 향후 5년간 3~4만 그루의 나무를 추가적으로 심을 계획”이라면서 “더불어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미세먼지 관련 정보와 콘텐츠 등을 제공하면서 시민 참여를 독려하는 다양한 미세먼지 방지 숲 조성 캠페인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차원에서 나무를 입양해 전기 사용을 줄일 수도 있다. 공유 사무실을 임대해주는 글로벌 기업 ‘위워크(wework)’ 여의도점과 광화문점은 지난 4월 19~20일까지 트리플래닛과 함께 ‘플랜테리어(planterior)’ 캠페인을 진행했다. ‘플랜테리어’란 식물인 플랜트(plant)와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실내 인테리어를 식물로 꾸미는 것을 의미한다. 공기를 충분히 정화하려면 24평(약 79m²) 기준, 나무 두 그루, 1평(3.3m²)마다 화분 1개를 두어야 한다. 이틀동안 트리플래닛의 ‘반려나무’를 위워크 입주자 50명과 위워크가 절반씩 비용을 부담해 총 50그루의 나무를 입양했다.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는 “결국 공기청정기도 전기로 작동되는데 사무실에서 나무를 키우면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을 저감할 수 있다”면서 “오는 6월에는 ‘플랜테리어 캠페인’을 위워크 전 지점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상 속 작은 변화가 푸른 하늘 만든다”
도시 숲 조성에는 시민들의 동의와 참여도 필수적이다. 올해부터 트리플래닛은 ‘반려나무 입양 캠페인’을 통해 숲 가꾸기 문화를 대중화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처럼 신청자가 묘목 종류를 직접 선택해 입양해 키우고, 나무가 충분히 자라면 트리플래닛이 공원에 옮겨심어 숲을 조성게 된다. 황여진 트리플래닛 이사는 “캠페인을 통해 나무를 반려동물처럼 친숙하고 흥미로운 존재로 인식하게 하고 최종적으로는 인간과 숲이 공존하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트리플래닛의 반려나무 입양하기
현재 1만명의 시민이 트리플래닛을 통해 반려나무 1만 그루를 입양했다. 트리플래닛은 매년 봄과 가을에 1.5~2m 높인로 자란 나무를 입양자들로부터 전달 받아 트리플래닛 숲에 식재할 계획이다. 지난달 28일에는 반려나무 입양자 100명이 강원 삼척 산불 피해 지역에 반려나무 1000그루를 심었다.
반려나무를 입양한 사람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조유리(37)씨는 얼마 전 반려 물고기가 죽어 상심하던 일곱살 아들을 위해 이달 초 황금주목을 입양했다. 그는 “나무가 움직임이 적어 아들이 흥미가 없을 것 같았지만 매일 아침 나무에게 인사를 하고 트리플래닛에서 제공한 나무 양육법을 자세히 살펴보는 아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면서 “환경은 물론 생명의 소중함도 교육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부터 트리플래닛에서 나무심기 자원봉사를 해온 강민지(28)씨는 올해 2월 남자친구에게 반려나무인 ‘탑포인드나무’를 선물 받았다. 지난달에는 남자친구와 함께 삼척 산불 피해지역에 가서 함께 나무를 심는 봉사도 했다. 그는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숲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깨닫고 행동으로 옮기게 되되어 좋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트리플래닛에서 나무심기 자원봉사를 해온 천혜원(25)씨는 “지난 6년간 자원봉사에서 많은 봉사 참가자에게 ‘나무를 어떻게 심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면서 “다양한 방식의 나무 심기 행사가 늘어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는 “우리 아이들이 미세먼지를 마시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개개인의 의식과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나무를 기르고 심는 일상, 내 집 앞에 공원이 들어서는 것을 반기는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