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도시 숲의 가치를 찾아서-①] “미세먼지도 줄이는 숲의 가치는 얼마?”

더나은미래x트리플래닛 공동기획 미세먼지 솔루션, 도시 숲에서 찾는다  
[도시 숲의 가치를 찾아서-①] 미세먼지 줄이는 숲의 기능, 데이터로 입증됐다 

우리나라 국민은 지진이나 북핵보다 미세먼지를 더 걱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3839명이 가장 불안해 하는 위험 요소는 ‘미세먼지 등과 같은 대기오염(5점 만점에 3.46점)’이었다. 지난해 초부터 미세먼지 증가 현상과 이를 둘러싼 오염원 논쟁이 확대되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진 결과다. 

최근 핵심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미세먼지,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도 뚜렷한 개선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의 상당량이 중국 등 해외에서 유입되고, 국내 주요 대기오염 배출원인 석탄화력 발전소 및 경유차 등을 줄이는 것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대안은 없는 것일까. 환경 및 도시환경 전문가들은 ‘도시 숲 조성’이 대기질 개선에 주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1월 18일 미국 뉴욕주립대 환경과학임업대학과 이탈리아 나폴리 파르테노페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 중국 베이징, 영국 런던,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세계의 주요 거대도시 10곳에서 도시 숲이 제공하는 사회적 편익이 연간 5억 500만달러(약 5404억원)에 달했다. 특히 사회적 편익 가운데 95%가 넘는 4억 8200만달러가 대기오염물질 저감과 관련된 사회적 편익이었고, 특히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저감이 큰 몫을 차지했다. ☞미국 뉴욕주립대 환경과학임업대학과 이탈리아 나폴리 파르테노페대 연구진의 연구 원문 찾아보기

트리플래닛이 몽골지역에 심은 나무들. ⓒ트리플래닛

우리나라 도시 숲의 가치는 어떨까. 최근 소셜벤처 트리플래닛과 국립산림과학원이 국내 도시 숲의 가치를 산소 생산량, 미세먼지 흡수량, 경제환원 이익 등 구체적으로 증명한 데이터를 더나은미래를 통해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해 5월 두 곳이 시민이 참여하는 숲 조성 확대 등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고 ‘숲의 가치를 산출하는 프로젝트’에 돌입한지 1년만이다. 창업 초창기 ‘나무 심는 게임’으로 유명해진 트리플래닛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숲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 ‘미세먼지를 해결할 숲의 가치’를 데이터로 증명해낸 셈이다. 

지난 1년간 트리플래닛은 2017년 서울에 조성한 4개 숲(서울로 7017 미세먼지 Free 도시숲, 청계천 미세먼지방지숲, 어린이대공원 미세먼지방지숲, 수도권매립지 미세먼지방지숲)의 데이터들을 모으고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를 추산할 수 있는 산출 방법을 제공했다. 트리플래닛이 조성한 4개의 숲의 면적은 축구장 약 12배 가량의 크기인 총 6만9834㎡, 이곳엔 2만1125그루의 나무가 식재돼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간 트리플래닛의 4개 숲이 흡수하는 미세먼지는 총 364.7kg 가량. 가정용 공기청정기 100대를(에너지소비효율 2등급, 30평대 기준) 약 46년 가동해야 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총 6억4853만원의 가정용 전기요금을 아끼게 됐다. 이뿐 아니라 4개 숲은 이산화탄소 9만2954kg을 흡수하는데, 이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소에서 사고 파는 탄소배출권 가격으로 환산했을 때 약 362만5236원의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2018년 4월, EU 탄소배출권거래소 기준). 이 외에도 숲을 심어 사막화를 방지했을 때, 가로수를 심어 공기를 정화하는 등 숲의 기능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도시나무 한 그루 당 경제적 가치는 35만 258원, 4개 전체 숲 기준 46억 7279만 1978원으로 나타났다(성숙목 40년 기준).

트리플래닛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도 숲을 조성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식재 지역의 나무가 식재되기 전 모습과 숲이 조성된 후의 모습. ⓒ트리플래닛

황여진 트리플래닛 이사는 “이번 프로젝트는 생태계 보호 등 환경적 측면 뿐 아니라 숲의 기능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여, 일반 시민들로 하여금 숲의 중요성이 잘 와닿을 수 있게 하는 데 의의를 뒀다”고 설명했다.

트리플래닛의 숲의 사회적 가치 데이터는 어떻게 측정됐을까.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센터 박사는 “국립산림연구원의 ‘숲에 의한 미세먼지 저감능 기초 자료 분석’ 데이터와 미국의 대표적인 숲 연구기관인 ‘i tree’에서 개발한 ‘i-tree module’, 영국의 대표 숲 연구 기관인 ‘London Tree Officers Association(LTOA)’에서 개발한 나무 가치평가 방식인 ‘CAVAT 계산식’에 근거했다”면서 이 계산식들은 숲의 면적 당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 감소량 뿐만 아니라 나무가 주는 쾌적함, 휴식공간의 가치 등을 경제적 환원 비용으로 표현하는 데에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계산식에 따르면 나무 한 그루는 연간 평균 미세먼지 35.7g을 흡수하는데, 침엽수는 미세먼지 44g을, 활엽수는 22g을 흡수한다.

숲이 조성된 지점에 따라, 같은 장소라도 미세먼지 농도가 차이가 났다. 트리플래닛은 지난해 12, 서울 어린이대공원 정문 앞 대로변과 약 3 높이의 15년생 느티나무 100그루를 심어 숲을 조성한 후문, 대공원 숲 중심부인애니 스토어등에 총 3대의 실시간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했다. 지난 116일 측정 결과를 보면, 정문 대로변(207/), 후문(134/), 숲 중심부(152/) 등 지점별로 최고 73/㎥ 가량 차이가 있었다. 1월 중 미세먼지 수치가 가장 낮았던10일에도 정문(24/), 후문(6/), 숲 중심부(7/)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지난해 12월 트리플래닛은 어린이대공원에 세 대의 미세먼지 측정기를 공원 정문 대로변과 후문, 공원 숲 중심부에 각각 설치했다. 측정기는 태양열로 가동된다. ⓒ트리플래닛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는 “숲의 나무들이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흡수하거나 흡착, 바람에 날려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것을 막아 숲이 없는 대로변에 비해 숲이 있는 공원 후문과 애니 스토어가 미세먼지가 적다”면서 “숲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솔루션임이 증명된만큼, 앞으로도 크라우드펀딩, 반려나무 입양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과 인류의 지속가능한 공생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숫자로 보는 숲의 가치
 

2015년 9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숲인 ‘기억의 숲’이 조성됐다. ⓒ트리플래닛

1조673억원 : 미국 뉴욕주립대 환경과학임업대학과 이탈리아 나폴리 파르테노페대 연구진(이하 공동 연구진)은 10개주요 국가의 도시 숲을 19% 늘릴 경우 사회적 편익은 85%가량 증가해 총 1조673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홍수 방지 1100만달러, 난방 및 냉방 에너지 저감 50만달러,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저감이 800만달러 등으로 계산됐다.

44g : 침엽수가 연간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양(활엽수는 22g). 이는 공기 청정기를 4889시간 돌리는 것과 맞먹는다.

5179억900만원 : 공동 연구진에 따르면 세계 주요 도시 숲 조성의 사회적 편익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것은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 대기 중의 오염물질을 줄이는 기능으로 약 4억8200만달러(약 5179억900만원) 편익을 제공하게 된다.

9.1kg : 나무 한 그루가 연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 이는 승용차가 56.17km 주행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같다.

5만1000원 : 나무 한 그루가 온도조절을 해 연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가치.

5420L(리터)나무 한 그루가 연간 빗물을 흡수하는 양. 이는 6만5000원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118kg : 나무 한 그루가 연간 생산하는 산소의 양. 이는 약 0.6명이 연간 산소를 소비하는 양이다.

35만258원 : 영국에서 추산하는 도시 나무 한 그루당 가치. 공기 정화, 빗물 저장, 온도 하락 등을 경제적 가치로 환원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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