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관련 적정기술 보급하는 국내 중소기업 인터뷰] 인도서 생산된 펌프 패킹 금방 마모돼 물 공급 안돼
㈜선진엔지니어링 연구해 패킹 수명 10배 향상돼…
㈜협진 T&C 개발도상국에 정수기 설치
NGO에 지역 특성에 맞는 정수 필터 맞춤 제작·제공
조건 없는 나눔은 사랑을 낳고, 현명한 기부는 희망을 선물한다.
“60년 만에 찾아온 동아프리카의 대기근. 지독한 메마름 속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개발도상국 수자원 개발 지원에 나선 두 기업가의 이야기다.
㈜선진엔지니어링은 개발도상국의 수자원 개발을 위한 기술을 기부한다. 선진엔지니어링은 선박 엔진, 기자재, 장비 등을 수리하는 회사로, 직원 수가 150명에 이른다. 이 회사가 기술 기부를 결심한 건 4년 전.
“팀앤팀 직원이 인도에서 생산된 펌프 패킹을 가지고 회사를 찾아왔더군요. 재질이 약해 금방 마모되는 바람에 아프리카 보마 마을 주민들이 마실 물이 없어 고통받고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김재철 사장은 그날 바로 회사 내에 연구팀을 꾸렸다. 김 사장은 전문 부품 개발자들을 불러 한 달 동안 연구를 거친 뒤 고급 재질로 만들어진 샘플을 아프리카에 보냈다. 원래 제품보다 수명이 10배 이상 향상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희는 물과 기름에 잘 견디는 선박용 기자재 수리가 전문 영역이다 보니, 짧은 시간 내에 현장 노하우를 접목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기업이 현물을 기부하는 일은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기업이 가진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소외되고 어려운 지역 주민들의 삶을 직접 변화시킨 예는 찾아보기 드물다. ㈜협진 T&C 김태영 사장은 11년 전부터 개발도상국에 깨끗한 물을 전하는 기술 기부를 실천해오고 있다. 협진 T&C는 수처리, 워터파크(Water Park)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캐리비안 베이’ 수질 관리도 책임지고 있다.
“전 국토가 비소로 오염돼 있는 방글라데시에선 마을 단위로 정수기를 설치해줬습니다. 빗물에 영양요소가 없다며 잘 먹지 않는 인도네시아 주민들을 위해서 빗물에 미네랄을 첨가해 공급했죠.”
소말리아 인근 가리사 지역에는 한 대당 2000만원 하는 캐비닛형 정수기를 기부했다. 이뿐만 아니다. 그는 국제개발 NGO가 현장에 나갈 때,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정수 필터를 맞춤 제작해 제공하고 있다. 수익 창출이 목적인 기업에서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글로벌 기업들은 NGO와 협력해 개발도상국을 위한 새로운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습니다. 수익창출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다하고 있죠. 기업들의 노하우와 기술을 활용하면 소외된 지역의 삶이 변화될 수 있습니다. ‘기술 기부’야말로 기업에 가장 적합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닐까요.”(김태영 사장)
물론 수익창출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양자 비율을 적절히 조율할 필요는 있다.
“나눔에 대한 오너의 비전을 직원들과 충분히 공유해야 해요. 협진 T&C가 10년 넘게 ‘기술 기부’를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직원들과 나눔에 대해 충분히 소통한 덕분입니다.”
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개발도상국에 나누는 ‘기술 기부’. 이들의 모습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