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화)

“사회책임투자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 기업 지속가능경영 거버넌스 대변혁 필요하다”-

임대웅 에코앤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上>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회책임투자(SRI) 활성화’가 국민연금의 투자 확대 등으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한국사회책임투자 포럼에서 “2017년부터 관련 법 또는 자산 운용 지침에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정보 공시내용을 포함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현재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공적 연기금(2017년 기준 67개)이 기업의 ESG 정보를 고려해 투자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취임식에서 “기업의 사회책임 활동과 관련한 공시 확대”를 강조했다. 올해 하반기엔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신설할 예정이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된 사회책임투자, 기업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지속가능경영평가 및 컨설팅 전문 기업인 에코앤파트너스의 임대웅(44) 대표는 “사회공헌 정보 공시,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CSR 조직의 개편 등 기업 내 대대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서울 상암동 에코앤파트너스 사무실에서 임 대표에게 사회책임투자의 향방과 한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물었다. 

 

◇“해외는 이미 10년 전부터”…전 세계적 트렌드된 사회책임투자

 

임대웅 대표는 ‘지속가능 경영 전도사’를 자처한다. 영국 유학 당시 세부 전공으로 지속가능성을 선택해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에 지속가능 경영을 알리는 데 노력을 쏟아부었다.

임 대표는 2015년 에코앤파트너스를 설립한 이후 본격적으로 지속가능 경영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정부 기관 등에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상장 기업에 대한 지속가능 관련 정보를 분석해 금융권에 제공하는 게 주요 업무다. 임 대표는 특히 ‘금융권’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사회책임투자란 무엇인가.

ⓒ임대웅

“사회책임투자는 기관 및 개인이 투자의사 결정시 기업의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ESG라 일컫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기업의 자산, 채무 등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기업이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하고 있는지, 사외이사 선임은 건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오너 가(家)의 비리는 없는지 등도 고려해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해외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착한 투자’ ‘윤리적 투자’로도 불리는 사회책임투자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서 ‘ESG 투자’ 잔고는 23조달러(약 2경6천조 원)로 세계운용자산의 26%에 육박한다. 이중 유럽 책임투자 규모가 52.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유럽 기관투자자들이 수탁자 책임 이행 방식으로 책임투자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투자 규모 중 38%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2008년 미국 내 ‘ESG 펀드’ 운용자산은 890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 2000억 달러(약 225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해당 지역에서 운용되는 전체 자산의 절반 정보를 책임투자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미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10년 전부터 유행했다고 들었다. 이유가 무엇인가.

“이런 책임투자의 대중성은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두드러졌다. 경제 위기를 촉발했던 거버넌스 문제와 경영진의 비도덕성에 대한 질타들이 이어지면서 지속가능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후 노르웨이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 자산 운용사 등은 기업 비즈니스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노동자 인권, 지배구조 그리고 환경 문제 등의 비재무적 리스크(risk)들을 투자의 형식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큰손’ 기관투자자가 움직이니 기업은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애플은 2011년 제조 공정과 데이터센터 설립에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공표했다. 현재 96%의 전력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으며 애플 협력사들에게도 제조 공정에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또한 재생가능에너지 전환 약속에 동참한 상황이다.”

-한국의 사회책임투자 현황은 어떤가.

“현재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2016년 말 기준 6조3700억원(국내 주식 위탁운용 규모 54조7000억원의 11.64%)이다. 유럽과 미국의 사회책임투자 규모가 시가총액의 20%를 상회하는 반면, 한국은 시가총액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 규모를 1~2년 내 20%까지 높이고, 5년 이후 3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회책임투자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의 SRI 펀드가 커지는 것인지’ ‘그렇다면 위탁 비용을 많이 받기 위해서 운용사들은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지’ 등의 문의가 늘고 있다. 아직 국민연금 투자 확대가 실행되지 않아 다들 조심스러워하고 있지만 사회책임투자 확대 전망에 대해선 다들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시장은 사회책임투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회책임투자 상장지수펀드(ETF)가 1년 만에 재등장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11월 31일 ‘아리랑(ARIRANG) ESG 우수기업’ ETF를 상장했다. 사회책임투자 ETF는 2016년 9월 멀티에셋자산운용의 ETF가 상장 폐지되며 자취를 감췄었다. 국내 주요 사회책임투자 펀드는 선전하고 있다. 최근 1년 수익률이 10%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메리츠자산운용 또한 일명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와 사회책임투자의 중간 성격의 ‘메리츠코리아인게이지먼트 펀드’를 출시했다.

 

◇“사회책임투자는 투자 ‘상품’ 아니라 ‘방법’”

 

전문가들은 “ESG를 기업 투자에 고려하는 것은 전 세계적 트렌드이자 피할 수 없는 흐름인데다 사회책임투자는 기업 리스크 관리라는 측면에서 수익성과 공공성을 모두 챙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사회책임투자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조건적 확대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임대웅 대표 또한 국내에서는 사회책임투자의 개념을 오용하는 것이 큰 한계”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통용되는 SRI와 해외의 개념 차이가 있나.

“일단 한국에서는 사회책임투자를 ‘SRI’라고 부르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책임투자’, ‘ESG 책임투자’라고 부른다. 즉 한국에서 사회책임투자를 일종의 투자 상품처럼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본래의 사회책임투자 개념과 크게 다르다. 사회책임투자는 여러 투자 방법 중 하나다. 모든 펀드, 채권, 주식 등의 투자에서 ESG 요소를 고려하는 것을 말하는데, 해외에서는 특정 상품을 만들지 않고 일반 투자에 ESG 요소를 고려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책임투자로 본다. 그것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기업의 투자 배제를 하든, 투자자가 원하는 윤리적 기업에 투자를 하는 기법이든, 여러가지 ESG 요소를 반영하는 투자하는 것이든 종류는 다양하지만 이 모든 게 다 사회책임투자로 여겨진다.” 

-사회책임투자 개념의 오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왜인가.

“국민연금을 예로 들겠다. 지난해 복지부가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관련 시장이 들썩였다. 하지만 이 계획에는 허점이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여러 기업에 주식, 펀드, 채권 등에 직접 및 위탁 운용 방식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여러 투자 중, 국내 위탁형 주식에서만 사회책임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결정은 그동안 사회책임투자 개념을 아주 편협하게 정의한 결과다. 해외 선진국처럼 사회책임투자 범위를 넓혔다면 ‘ESG 평가 투자’가 주식, 채권, 펀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에도 속도를 내게 했을 것이다.

-아주 제한적인 투자를 해놓고, 사회책임투자 활성화라고 하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뜻인지.

“그렇다. 국민연금의 이런 수익성 위주의 제한적 투자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국민연금의 석탄 관련 투자를 두고 지적이 잇달았다. 환경규제에 힘을 실은 이 정부에서는 석탄 관련 수익율이 안 좋을 것 같은데 왜 계속 투자하냐는 것이었다. 이는 국민연금이 기관의 정체성과 사회책임투자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사회책임투자는 수익성과 공공성을 모두 취하는 투자 방식이다. 국제사회, 정부, 시민들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길 원하기 때문에 지배구조, 환경오염물질 배출, 소비자 정보 보호 등은 기업 이미지와 수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가 됐다.

준비 단계만 수차례, 좀처럼 속도를 내지 않는 점도 국민연금의 문제다. 현재 사회책임투자 업무를 맡을 국민연금 CIO(최고정보관리임원) 자리가 공석인데다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계획은 이명박 정권 때부터 나왔던 이야기다. 지난 2011년 복지부에서 사회책임투자 규모를 12조까지 늘리겠다고 계획했으며, 국민연금도 로드맵을 가지고 확대해나가겠다고 했는데 깜깜 무소식이었다. 스튜어드십 코드만해도 국민연금의 책임투자팀에 담당자가 7명이나 있고 오래됐다고 들었다. 그런데 왜 또 연구용역과 로드맵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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