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진정한 행복 누리며 당당하게 살렵니다”

아모레퍼시픽다문화 여성 지원 ‘BB희망 날개’

“건강한 다문화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다문화 여성들의 행복감이 있어야 다문화 가정의 안정된 가정생활이 가능해지고, 자녀들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진행되는 건강한 다문화사회화는 우리 사회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부분들을 극복하는 데 기여를 하게 될 겁니다.”

지난 10일 열렸던 ‘2011 BB희망 날개 윙크 페스티벌’을 찾은 한국여성재단 조형 이사장의 목소리는 다문화사회에 대해 우리 사회가 기존에 지니고 있던 인식과는 다른 것이었다. 다문화사회화에서 비롯될 폐해를 걱정하는 소극적이고 시혜적인 태도를 벗어나 한국사회의 문화 다양성 확대 측면에서 다문화사회로의 정착을 바라보고 이를 위해서 다문화 여성들의 행복감에 주목하자는 것이었다.

이날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과 한국여성재단은 문화다양성을 위한 다문화여성커뮤니티 지원 프로젝트인 ‘BB희망 날개’사업의 보고회인 ‘윙크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과 한국여성재단은 지난 7월부터 5개월간 6개 다문화 여성 커뮤니티의 문화 다양성 개발을 지원해 다문화 여성들이 자조적으로 난타, 전통극, 전통춤, 미디어 등을 공부하도록 지원했다. 그리고 4개 커뮤니티의 역량 강화를 지원했다.

양산이주여성봉사단은 지역사회와 후배 이주 여성들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양산이주여성봉사단은 지역사회와 후배 이주 여성들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경상남도 양산의 이주여성봉사단은 역량강화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가정폭력상담원 교육’을 받았다. 10여명의 이주 여성이 100시간에 이르는 교육을 받고 경험한 변화는 놀라웠다. 지난 6일 기자는 양산의 다문화가정지원센터를 찾아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게 되면 마음 교육이 제일 필요한 것 같아요. 자기 마음이 해결이 안 되면 자신감이 없어져요. 어떻게 외부에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낼지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하죠.”

주다옥씨는 한국에 이주한 지 13년이 됐다. 고급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다옥씨가 후배 이주 여성들을 보면서 떠올리는 것은 자신감과 자존감이다. 이주 여성은 차별을 경험하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고 문화차이, 신앙의 차이로 오해를 받기도 쉽다. 그런 반면 스스로를 변호하기에는 힘들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자존감이 낮아지게 된다. 다옥씨는 가정폭력상담원 교육을 통해 스스로의 자존감을 생각해보았다.

“강사님들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했어요. 저는 예쁜 딸이고, 좋은 엄마이고 다정한 아내이고 동반자입니다. 소중한 사람이죠. 내가 누군가,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습니다. 내 속에 나를 긍정하는 힘이 생기면 어떤 환경도 이겨낼 수 있는 역량이 생깁니다. 이번 교육은 저에게 이런 것을 남겨주었습니다.”

실제로 모임 속에는 가정폭력을 당해봤거나 아이들의 양육 과정에서 폭력을 사용해봤다는 여성들도 있었다. 폭력을 당할 때도 폭력을 사용할 때도 진짜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과 고립감이었다. 하지만 이번 교육을 통해 물리적인 폭력과 언어폭력 등 모든 폭력과 차별에 맞서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했다. 남편과, 시어머니와 자녀들과의 관계가 조금씩 개선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한국어를 상당히 잘 구사하시는 어머니들이라 다음 단계의 교육이 필요했는데, 일반적인 직업 교육을 하기보다는 내적인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의 사업을 해보자고 생각해서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효과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양산다문화가정지원센터 이영환 센터장의 설명이다.

가정폭력상담원 교육의 효과는 새로운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었다. 양산이주여성봉사단은 양산지역의 학교들에서 진행되는 다문화교육을 주도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금 이루어지는 다문화교육은 다문화가정 자녀들만 따로 불러내서 체험학습을 시켜 오히려 그늘을 만들거나 베트남의 수도는 하노이라는 식의 형식적인 수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교육을 맡는다면 다양한 문화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도 있고, 우리가 정착 과정에서 느꼈던 차별과 실질적인 문화 차이에 대해 얘기해주면서 살아있는 다문화교육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벌써 학교에서 이들의 주도로 다문화축제도 진행했고 곧 선생님들과의 만남도 가질 계획이다.

후배이주여성들의 정착을 돕는 일도 중요하다.

“사실 우리 선배 이주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후배 이주 여성들의 상담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제는 한국사회에 정착할 수 있게 기술적인 부분을 조언하던 것을 넘어 후배 이주여성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같이 고민하고 도와줄 수 있을 겁니다.”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그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도운 이번 사업의 성과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의 이윤 이사장의 설명처럼 “다문화여성커뮤니티가 스스로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서비스만 제공하던 기존의 다문화사회 지원사업에 비해 더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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