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기업·예술의 만남… 단순한 만남 넘어 창의적 ‘경영 키워드’로

아르콤 아트포럼
한국종합예술학교 산학협력단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해
예술 통한 창의학습 모델 개발
예술·경영이 통합 관계로 발전해 지속가능한 관계망 만들어 갈 것

익숙한 것끼리의 ‘조합’이 아니다. 사고방식 자체의 ‘변형’이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탄생’이다. 창조 경영이라는 새로운 화두 속에서 만난 기업과 예술의 관계가 바로 그러하다.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디즈니 픽사의 CCO(Chief Creative Officer)인 존 래스터(John Lesster)는 픽사 경영의 원동력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보고, 그 해답을 예술에서 찾았다. 따로 떨어져 좀처럼 융합될 줄 모르던 두 조각의 퍼즐이 하나로 맞춰지자 새로운 그림이 완성됐다.

아르콤 김애니 사진작가 제공
아르콤 김애니 사진작가 제공

지난 11월 29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 아르콤(ARCOM)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마련한 오픈 포럼, ‘기업과 예술의 새로운 만남’에서 픽사를 예술을 통해 새로운 경영을 꿈꾸는 창조 기업의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픽사 안에서 직원 교육, 조직 문화, 기업 환경 속으로 파고든 예술의 흔적은 강연을 경청하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픽사 안에 있는 모든 공간이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 설계됐습니다. 네모난 사무실 안에선 독창적인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공간은 회사가 직접 설계하기도 하고 직원들이 직접 만들어가기도 합니다. 애니메이터 앤드루씨는 에어컨 통로에 있는 작은 문을 발견하고 이곳을 ‘러브 라운지’로 만들었습니다. 존 래스터 사장은 러브라운지를 책꽂이 문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바 ‘러키세븐’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픽사 유니버시티(Pixar Univercity)에서 영화, 예술 교육을 담당하는 아드리안 랜프트(Adrienne Ranft)씨가 픽사 내부를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픽사 유니버시티는 픽사의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다. 정식 학위 대학은 아니지만 경비원, 카페 직원을 비롯한 픽사에 소속된 모든 이들에게 예술교육과 평생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일주일에 10~30차례 진행되는 수업은 현재 1200명에게 제공되고 있고, 픽사 직원들은 한 주에 평균 4시간가량 예술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좌는 픽사 직원이 직접 가르치는 수업이라고 한다. “파스텔화나 조각 등 회사 업무 외 각자의 장기들을 하나씩 꺼내 강좌를 열었어요. 10명 정원 수업에 100명 가까이 몰릴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예술 수업을 통해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발전시키면서 창의적인 네트워크가 생겨나더군요. 이는 곧 픽사가 창조기업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비단 픽사뿐만 아니다. 유럽에선 지방 정부들이 건축가들을 지원해 공공건물을 색다른 인테리어로 리모델링하도록 후원하고, 그곳에서 학생들에 대한 예술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Bureau Detours)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두 번째로 강단에 오른 하자센터 기획자 메테 노른버그 페데르센씨는 “유럽의 기업들은 이제 예술가들을 직접 찾아 나선다. 예술을 단순 홍보 수단을 넘어선 기업 경영 키워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면서 달라진 풍토를 전했다.

과거 기업과 예술은 독립된 관계였다. 기업이 사회적 투자 또는 후원의 형태로 예술단체나 예술가를 지원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기업이 예술적 지식과 감각을 경영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하게 되면서 둘 사이에 교집합이 생겨났다. 카이스트 경영대학 장대철 교수는 “향후 예술과 경영이 통합적인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과정을 전망했다. “선진국은 단순한 예술교육을 넘어서 컨설팅과 파트너십 사업을 90년대부터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MBA 과정 첫 학기에 강도 높은 예술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기업과 예술공동체 간 협력을 위해 Art&Business Partnership 프로그램과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1979년부터 기업 요구에 잘 맞는 예술 활용 컨설팅을 제공한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고요. 또한 조직 경영, 업무환경 연구자 네트워크에 예술가들을 포함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예술기반경영은 곧 국내에서도 기업의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핵심 역량이 될 것입니다.”

이번 포럼을 주최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 아르콤(ARCOM) 역시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해 문화예술을 통한 기업창의학습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예술을 통한 창의학습 모델을 개발해 정책, 기업, 예술 간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적 관계망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수환 교수는 “이번 포럼을 시작으로 조직문화와 공간조성, 인재교육, 경영미학 분야에서 기업과 예술의 만남이 더 확장되고 긴밀해지길 바란다”는 비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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