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희귀난치성질환 지원사업
지난 20일 규빈이는 두 돌을 맞았다. 엄마 김선미씨는 여느 아기들처럼 예쁜 옷도 사 주고 싶고, 맛있는 음식들도 가득 해 두 번째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지만, 그 대신 ‘골수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해야 한다. 규빈이는 상세불명 면역결핍이라는 희귀난치성질환을 앓고 있다. 무균실에서 생활해야 하기에 생일잔치는 꿈꿀 수도 없다. 폐렴으로 입원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낫지 않아 결국 큰 병원을 찾으니, 상세불명 면역결핍이란다. 그 날 이후로 규빈이는 무균실에서 5개월째 투병생활 중이다.
“규빈이 누나도 희귀난치성질환을 앓았거든요. 선천성 부신장애로 1년 넘게 고생하다가 결국 하늘나라로 갔는데, 규빈이도 희귀병이라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게다가 상세불명 면역결핍은 아직 정부 지원에 포함되는 희귀난치성질환 종류가 아니거든요.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죠. 바이러스 수치 때문에 사용하는 희귀 의약품값이 1일치가 33만원이니, 치료비·수술비 등 의료비 들어가는 게 오죽하겠어요? 다행히 기업이나 단체, 재단 등에서 관심 갖고 도움 주는 곳들이 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국내 희귀난치성질환자 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본격적인 역학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약 13만명에서 많게는 100만명선까지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희귀난치성질환자에 대한 정부의 의료 지원 현황은 크게 세 가지로 차상위 희귀난치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의료비 본인 부담 부분을 정부에서 전액 지원하는 ‘차상위 본인 부담 경감사업’, 저소득층 희귀난치성질환자의 의료비 본인 부담 부분을 정부에서 전액 지원하는 ‘의료비 지원사업’, 그리고 의료비 본인 일부 부담을 총진료비의 10%로 경감해 주는 ‘산정특례제도’가 있다.
문제는 이 제도들이 포함하는 희귀난치성질환의 범위다. 차상위 본인 부담 경감사업이 대상으로 삼는 희귀난치성질환 수는 107개, 의료비 지원사업은 132개, 산정특례는 138개다. 국내에서 희귀질환 등록제를 도입한 이래 현재까지 등록되어 있는 희귀질환 718종의 15~19%에 불과한 수의 질환들만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7000여종의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지원정책을 펼치는 프랑스, 6000여종의 희귀질환을 지원 대상으로 삼는 미국과 비교할 때 현저히 적은 숫자다.
이처럼 정부 지원을 받지 못 한 채 신체적 아픔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중고를 겪는 상당수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을 위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지난 달부터 고려대학교구로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전남대학교병원 등 전국 30여개 대학병원과 협약을 체결해 의료비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번 지원에는 정부의 의료비 지원정책에 포함되지 않은 579종의 질환까지 지원 범위에 포함하고 있으며 고가의 희귀의약품 구입비도 포함하고 있어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협약병원 중 한 곳인 고려대학교구로병원의 송해룡 교수 역시 “워낙 종류도 다양하고, 치료비나 의약품비용 등이 고가인데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영역이 많다 보니 질환자 및 가족들 고생이 크다”고 설명하면서 “생명보험재단의 의료비 지원사업이 희귀난치성 질환 지원의 사각지대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지원을 희망하는 희귀난치성질환자 및 가족은 협약 병원 사회복지팀(사회사업팀)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지원사업 및 협약 병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홈페이지(www.lif.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