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히로 니타, 유니클로 CSR 임원이 말하는 ‘기업의 생존과 CSR’
노동자 인권·안전·환경 이슈
글로벌 패션 그룹 공통의 과제
협의체 활동으로 함께 고민하고
NGO 파트너로 투명성 높여
“우리는 최근 3년 사이 다양한 협의체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맞닥뜨린 노동·인권·환경 등과 같은 과제는 모든 글로벌 패션 기업의 공통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옥시, 폴크스바겐 등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사태 이면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근로자 인권 침해, 부실한 안전 관리, 환경 규제의 충돌 등 논란이 한번 시작되면 업계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는 문제다. 이에 유키히로 니타(51·사진) 패스트리테일링(FR)그룹 집행임원(CSR위원회 및 기업 거래 윤리위원회 회장)은 “CSR은 선택이 아닌 생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FR그룹은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 1644억엔(약 1조7973억원) 규모의 다국적 기업이자, 캐주얼 브랜드 ‘유니클로’를 보유한 패스트패션의 선두주자다. 지난달 말 한국을 방문한 니타 임원을 만나 ‘기업의 생존과 CSR’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그룹에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협의체 가입을 통한 단체 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우리만의 노력으로 산업 전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3년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화재 이후 이 같은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 같은 해 8월, FR그룹은 ‘방글라데시의 화재 예방 및 건설물 안전에 관한 협정(Accord on Fire and Building Safety in Bangladesh)’에 참여했다. 이후 ‘지속 가능한 의류연합(SAC)’에도 가입했다. 지난해 7월부터 ‘공장 노동자의 권리 보호에 노력하는 국제 NPO인 공정노동위원회(FLA)’로도 활동하고 있다.”
―협력 공장과 걸린 이슈가 있었다면 사례를 들려 달라.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소했나.
“지난해에만 공장 472곳을 대상으로 996차례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그 결과 베트남 공장에서 비상구 미설치를 비롯한 안전상 결함을 발견했고 최근 모두 개선했다. 방글라데시 공장은 잔업수당을 기본 급여보다 늦게 지급해 문제가 됐다. 회사 차원에서 해당 공장에 급여 정책 개선을 요청했고, 최근 방침이 바뀐 것을 확인했다. 공장 모니터링을 2차 협력업체인 소재 공장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화학물 취급, 폐기물 관리 등에 문제가 있었고 CSR직원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문제 해결을 확인했다. 객관적 모니터링을 위해 NGO와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PETA(동물보호단체) 그린피스(환경단체), Sacom(노동인권단체)등이 중요한 파트너다.”
―CSR 전략을 짤 때 무엇을 중요시하는가.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 하더라도 오래가기 힘들다. 단순한 사회공헌처럼 보이는 난민 의류 기부에도 아프리카나 중동 등 FR그룹이 아직 진출하지 못한 시장에 소개되는 효과가 숨어있다. 우리 그룹 CSR의 기본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다. 살아남는 기업은 사회에 필요한 기업이다. 사회 문제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기업이 3년, 5년, 100년 뒤에도 경영이 유지되리란 보장이 없다.”
―지금까지 실행한 CSR중 가장 큰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는 전략은 무엇인가.
“유니클로의 ‘전 상품 리사이클’은 유통사인 그룹의 장점이 극대화된 전략이다. 옷을 분류해서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하는 것은 우리 비즈니스와 완전히 일맥상통한다. 둘째는 2010년 그라민 은행과 만든 합작회사 ‘그라민유니클로(Grameen UNIQLO Ltd)’다. 방글라데시 전통 의상을 모티브로 한 제품을 만들어 현지 여성이 방문 판매하고, 수익금을 다시 현지 여성 문제에 활용하는 구조다. 지난해 12월까지 여덟 점포로 확대됐다. 셋째는 위기관리다. 공장 근로조건을 조사하고, 옷의 재료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환경과 동물에 미칠 영향력을 점검하면서 문제가 크게 발생하기 전에 빠른 수습과 진화가 가능했다.”
―규모가 크고 관료화된 대기업에서 어떻게 그런 빠른 대처가 가능한가.
“유통업계에서는 시간과 정확도가 생명이다. 그룹 이름(패스트리테일링)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는 매우 빠른 조직이다. 보고서를 읽을 시간조차 아까워 페이퍼리스(Paperless·보고서 없음)가 기본일 정도다. 논리적이기만 하다면 구두보고도 상관없다. 대신 예산부터 성과까지 합리적인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 정밀도가 높을수록 설득력은 올라간다. 개인적으로는 직원이 고심해서 제출한 기획인 만큼 책임자로서 반드시 이 전략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도 있다. ‘아니면 말고’ 식의 제안은 의사결정권자와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글로벌 기업인 만큼 ‘따로 또 같이’가 중요할 것 같다. 일본 본사와 국가별 지사 간의 CSR 전략이 모범적으로 교환된 사례는 없었나.
“2013년 싱가포르 지사에서 실시한 지적 장애아동을 위한 ‘쇼핑 체험’ 프로젝트다. 반신반의했지만 싱가포르 CSR 담당자를 믿어줬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일본뿐만 아니라 독일·영국·프랑스 등 세계 각지의 유니클로로 확대 운영 중이다. 한국유니클로(FRL코리아)는 장애인 직원을 100명 이상 채용했는데, 퇴사율이 5%에 그쳐 다른 진출국에 모범이 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를 반영한 사회적 책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FR그룹의 CSR 전략에도 변화가 있나.
“SDGs의 17개 목표(빈곤 종식, 기아 종식, 건강한 삶, 보편적 양질 교육 등) 가운데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부문을 파악하고, 3년짜리 액션플랜을 세우는 작업 중이다. 2017년 CSR보고서에 우리가 SDGs 달성을 위해 어떤 전략을 실행할지 구체적으로 담겠다. 좀 더 정확한 소통과 정보 공개를 위해 일본어 기준으로 작성하던 CSR보고서도, 내년부터는 영문 기준으로 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