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과함께하는 봄맞이
문화로놀이짱
헌 가구 무료 수거해 리폼… 폐목재 줄여 환경보호까지…문턱없는밥집
변산공동체·생협에서 공급받은… 유기농 채소비빔밥이 단품메뉴… 가격은 주머니 사정 따라행복도시락
맛있는 도시락 먹고… 결식이웃 무료 도시락에도 일조…
드디어 추위가 물러갔다. 본격적인 봄은 이제 시작이다. 더나은미래가 꽃 소식과 함께 찾아오는 4월을 의미 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산에 들에 산들바람이 부는 이 시절엔 이사나 살림 장만, 봄맞이 대청소로 손길이 저절로 분주해진다. 하지만 집안을 탈탈 털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은 마음에 어딘가 찜찜한 구석은 남기 마련. 바로 오래된 가구다. 부피가 커서 치우기도 힘들거니와 그간 정이 들어서 함부로 버리기에도 아깝다. 새로 가구를 들이는 입장에선 이왕이면 새 식구 맞듯 좋은 제품을 사고 싶기도 하다.
이런 고민을 해봤다면 사회적 기업 ‘문화로놀이짱(www.norizzang.org )에 전화(02-335-7710)를 걸어보자. 문화로놀이짱은 각 가정에서 헌 가구를 무료로 수거해 해체한 후 여러 가구에서 모인 목재들을 이용해 새로운 가구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다. 수거한 가구에 남아 있는 좋은 문양들은 그대로 보존하고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끼와 감성을 곁들여 새로운 가구로 바꾸어낸다. 예술가들의 손에서 재탄생한 가구들의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다. 품목마다 다르지만 요즘 DIY로 구입하는 새 제품 정도의 가격을 생각하면 된다.
‘문화로놀이짱’에 가구를 주문하면서 가구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다. 성산동의 주택철거지역에서 구한 목재는 옷장으로, 방배동의 사무실 책꽂이는 거실에 놓이는 테이블로 재탄생했다. 특히 가구의 재활용은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전국적으로 폐목재의 56%가 소각되고 12%가 매립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는 재사용할 수 있는 건강한 목재들이 많습니다.”
‘문화로놀이짱’의 안연정 대표는 “재활용을 생활화하자는 구호보다 사람들이 쉽게 재활용에 동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과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문화로놀이짱’의 문제의식을 밝혔다. ‘문화로놀이짱’은 법인의 주문도 받는다. 한 회사로부터 직원들이 종이컵을 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종이컵 보관대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아 제작한 종이컵디스펜서는 젊은 예술인들의 남다른 감각을 보여준다.
집안의 가구를 정리했다면 가족들과 맛있는 유기농 점심을 먹으러 나가보면 어떨까.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문턱없는밥집(cafe.daum.net/bobjibngage)’은 한 끼 식사의 소중함과 나눔의 의미를 맛있게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일단 음식이 맛있다. 12시부터 1시 30분까지 ‘문턱없는밥집’에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비빔밥 하나다. 하지만 보통 비빔밥이 아니다. 비빔밥에 사용되는 재료는 모두 변산공동체와 생협들로부터 공급받은 유기농 채소들이다. 여기에 ‘문턱없는밥집’에서 직접 만든 강된장을 비벼 먹는다. 비빔밥을 먹은 후엔 준비된 숭늉까지 먹을 수 있다. 여느 고급식당에 가서도 맛보기 힘든 이 메뉴의 가격은 ‘손님 마음대로’다. 원가가 4700원에서 5100원 정도 하는 비빔밥이지만 손님이 낼 수 있는 만큼 내고 가면 된다. 그러다 보니 세 명이 와서 비빔밥을 먹고 만원을 내고 가기도 하고 2명이 와서 2만원을 내기도 한다. 도시 빈민이나 인근 회사 직원, 동네 주민들이 저마다 낼 수 있는 만큼 내고 같은 밥을 먹는다. 누구도 눈치를 보지 않는다. 아예 돈을 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구나 조금이라도 내고 간다.
‘문턱없는밥집’은 많은 사람들이 좋은 먹을거리를 잘 먹기를 원한다. 그리고 음식의 소중함도 알기를 원한다. ‘문턱없는밥집’에서는 자신이 먹을 만큼만 음식을 담아가고, 다 먹은 식기에 숭늉을 부어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먹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사찰에서 식사를 하듯 쌀 한 톨 남기지 말자는 취지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남겨 놓은 그릇들은 모두 새 그릇처럼 깨끗하다. 그러니 세제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하루에 ‘문턱없는밥집’에 찾아와 점심을 먹는 이는 보통 80명에서 120명가량이지만 ‘문턱없는밥집’이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는 달걀껍데기 정도다.
한 끼에 5000원 정도가 원가인 비빔밥이지만 손님들이 낸 돈을 모아보면 일인당 2000원 정도를 낸 꼴이라고 한다. 그래서 ‘문턱없는밥집’은 저녁에 술과 안주를 판매해 적정한 수입을 유지한다. 당연히 안주도 좋은 재료들로 정성껏 만든다. 봄맞이 회식을 하고 싶은 회사들이라면 예약(02-324-4190)을 하고 가봄 직하다. 참고로 도토리묵이나 녹두전 같은 음식은 예약을 하면서 미리 얘기를 해줘야 준비가 가능하다. 그만큼 귀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청소도 하고 점심도 먹었다면 주말 정도엔 가족이나 연인끼리 봄맞이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공정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 트래블러스맵(http://www.travelersmap.co.kr )은 놀고 돌아오는 관광을 벗어나 여행지의 지역경제와 생태계, 지역문화를 존중할 수 있는 여행방법을 제시한다. 친구, 가족, 연인을 위한 다양한 일정의 여행 상품이 준비되어 있다. 우포늪 둘레길 걷기, 굴업도 에코여행 등 환경을 생각하는 여행코스도 있고 서울 성곽길과 북촌한옥마을을 거닐며 서울을 공부할 수 있는 청소년 전용 여행상품도 있다. 강릉을 사랑하는 이순원 작가와 함께 문학이야기를 나누며 강릉의 옛길을 걸을 수 있는 강릉바우길 상품도 있으니 각자의 취향에 맞춰 지역과 여행자 모두가 행복한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혹시 회사에서 야유회 등의 행사를 준비한다면 사회적기업 ‘행복도시락(http://www.happydosirak.com , 02-333-6294)’에서 도시락을 주문해보자. 가정식 도시락 외에도 신선한 채소와 수삼을 첨가한 웰빙 도시락, 단호박과 과일로 입맛을 잔뜩 살린 샐러드 도시락 등 다양한 도시락이 준비되어 있다. ‘행복도시락’에서 도시락을 주문하면 행사도 즐거워지겠지만 결식이웃에게 무료 도시락이 제공되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