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민간기업 284곳이 지난해 장애인 고용 의무를 지키지 않은 가운데, 이 중 51곳은 10년 연속 명단에 공표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5년도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기관·기업 명단’을 공개했다. 공표 대상은 총 319개소로, 이 가운데 민간기업이 284곳(89%)을 차지했다.
현행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국가·지자체와 공공기관,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민간기업은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4월 말 사전예고 후 6개월간 이행지도를 거쳐, 개선 노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기관과 기업의 명단을 공개할 수 있다.
이들 민간기업은 장애인 고용률이 법정 의무치(3.1%)의 절반인 1.55%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부 기업은 장애인을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채 수년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민간기업 284곳 명단 올라…‘고용률 0%’ 기업 속출
민간기업 284곳을 규모별로 보면, 상시근로자 300~499명 기업이 146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0~999명 기업 96곳, 1000명 이상 대기업도 42곳이 포함됐다.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만도 19곳에 달했다.
특히 일부 기업은 10년 연속 명단이 공표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성출판사는 의무고용률 0%로 꼴찌를 기록했고, 리치몬트코리아, 메트라이프생명보험주식회사, 신성통상주식회사, 데상트코리아, 한국경제신문 등이 뒤를 이었다. 3년 연속, 10년 연속 공표 기업 수는 전년보다 각각 17곳, 1곳 줄었지만, 5년 연속 공표 기업은 1곳 늘었다.
또한 1000명 이상 대형 사업장 중에서도 고용률이 극히 저조한 사례가 잇따랐다. 더블유씨피 주식회사(0.1%), 신성통상 주식회사(0.17%) 등이 대표적이며, 이 외에도 유한회사 나이키코리아(0.22%), 아디다스코리아 유한책임회사(0.41%), 엘오케이 유한회사(0.46%) 등 유명 외국계 기업들도 명단에 포함됐다.
◇ 공수처, 장애인 고용의무 ‘이행 0’
전체 명단 공표 대상은 전년보다 줄었지만, 공공부문은 오히려 늘었다. 공공기관과 국가·지자체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3.6%에서 3.8%로 상향되면서, 공표 대상 기관이 5곳 증가했다.
중앙행정기관 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2020년 출범 이후 단 1명의 장애인 공무원도 채용하지 않아 고용률 0%를 기록했다. 의무고용 기준에 따라 1명을 고용해야 하지만 이를 한 번도 이행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역시 장애인 공무직근로자 2명 고용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경기 하남시, 충북 진천군, 경남 합천군 등 16곳이, 공공기관에서는 한국학중앙연구원,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병원 등 17곳이 의무고용률(3.8%)을 달성하지 못했다.
◇ 직무개발 통한 개선 사례도…정부 “책임 강화, 부담은 완화할 것”
한편, 이행지도 기간 동안 적극적인 직무 개발을 통해 고용률을 끌어올린 기업들도 있었다. 연세대학교는 주 사업장인 연세의료원의 고용 저조로 2022년 당시 10년 연속 명단공표 대상이었지만, 컨설팅을 거쳐 환자이동보조원, 우편실 업무보조 등 신규 직무를 개발해 장애인 86명을 신규 채용했다.
교보문고는 소화기 점검·관리, 도서 비닐 포장 등의 직무를 만들어 중증장애인 13명을 채용했고, 매장 내 중증장애인 예술작품 전시를 통해 ESG 가치를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신사 스탠다드 역시 마네킹 착장 보조, 포장존 정리 등 직무를 발굴해 15명을 채용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인천발달센터에 직업체험관을 설치할 예정이다.
정부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2026년부터 불필요한 서류 제출 요건을 삭제하는 등 기업 부담은 줄이고, 3년 연속 공표 사업체를 별도 구분해 공개하는 방식으로 책임은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의 고용 의무 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컨설팅 확대,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 활성화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장애인에게 적합한 시설을 갖추고 일정 비율 이상 장애인을 고용하면, 모회사가 고용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지난해 관련 협약은 2곳으로 줄었지만, 일동제약·현대모비스 등 대기업 중심의 참여는 이어지고 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