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아닌 ‘신뢰’ 얻는 길”…공공 ESG의 길을 묻다

[인터뷰] 한상배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원장

정부가 지난 9월 ‘공공기관 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2026년부터 모든 공공기관이 ESG 경영보고서를 작성·공시하도록 하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해썹인증원)은 공공기관 최초로 ‘ESG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선도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공공기관으로, 국민이 일상에서 소비하는 먹거리의 안전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식품안전 전문기관이다. 본원은 충북 오송에 있으며, 전국 6개 지원과 강원·제주 출장소를 운영하면서 지역 식약청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해썹(HACCP)과 식품전문 인력양성, 국제협력사업, 수입식품 안전관리, 음식점 위생등급제 등을 총괄하며 식품안전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인증원은 기관의 특성을 반영한 ESG 경영 체계를 구축해 왔다. 2021년 ESG 전담팀을 구성하고 같은 해 ESG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2022년 기관장 주도의 ESG 경영 선포식을 통해 전사적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 전 직원 아이디어 공모, 국민 의견수렴 등을 통해 ESG를 조직문화에 정착시키고 있다.

인증원의 ESG 전략과 실행 과제를 한상배 원장에게 물었다.

한상배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원장은 “앞으로도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전 영역에서 책임 있는 ESG 경영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지속가능경영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기관의 ESG 전략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 기관의 ESG 전략은 정부 국정과제를 면밀히 분석하고, 기관의 중장기 경영 목표와 ESG 핵심가치를 연계해 수립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는 ‘안심 먹거리와 ESG 경영을 선도하는 글로벌 식품안전 전문기관’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2024년에는 공공기관 ESG 공시 의무 도입에 앞서 기관 최초로 ‘ESG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또한 ‘안전 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해 중대재해와 산재사고 ‘제로(Zero)’ 달성을 목표로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실험실 화재 대응 훈련, 재난 대비 체험교육, 오송 지역 공공기관 합동 훈련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올해 ‘비상대비업무 유공 식약처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ESG 사업은.

“‘찾아가는 어린이 식품 안전 클래스’를 대표 사업으로 꼽을 수 있다. 2023년부터 진행 중인 프로그램으로, 미취학 아동부터 초·중·고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안전한 식품 섭취와 위생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커피박을 활용한 키링 만들기, 놀이 기반의 분리수거 체험 등으로 ESG 실천 방법을 쉽게 이해하도록 구성했다. 운영 규모도 꾸준히 확대돼 2023년 8회, 2024년 12회, 2025년 10월 기준 16회까지 늘었고, 올해만 600여 명이 교육을 받았다.”

―그 밖에 다른 주요 사업도 소개해달라.

“‘지역문제해결플랫폼’ 의제 실행도 중요한 사업이다. 이는 행정안전부와 시·도가 주최하고 사회혁신센터가 주관하는 민·관·공 협업 플랫폼으로 지역의 다양한 현안을 공동으로 발굴하고 해결한다. 우리 기관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충북 플랫폼에서 의제 제안과 실행을 주도해 왔으며, 올해는 대전 지역까지 협업 범위를 넓혔다. ‘음식점 위생 걱정 No! 안심하고 즐기는 대전 Go!’ 캠페인이 신규 의제로 선정돼 지역 음식점의 위생 수준 향상을 지원했다. 대전 문창시장에서는 식품안전 캠페인을, 송촌시장에서는 소상공인 대상 위생용품 지원과 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2023년에는 한국환경공단 등 8개 공공기관과 함께 ‘폐플라스틱 가림막 자원순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49톤의 폐플라스틱 가림막을 회수해 플라스틱 화분 등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제작했고, 이를 전통시장 체험활동에 활용했다. 이 프로젝트는 CO₂ 135톤 감축과 나무 2만4500그루 조성 효과를 내며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했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2025 사회적기업의 날 기념식’에서 사회적기업 지원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ESG 추진 과정에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

“올해 사회적기업 지원 공로로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은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해썹 전문상담, 현장 기술지도 등 최우선 무상 기술지원을 제공하고, 권역별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사회적기업 활성화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현장에서의 지원이 실제 도움이 됐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또 ‘한국 ESG 혁신정책 대상’에서 정책우수기관 인증을 받은 것도 중요한 성과다.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분야에서 우수한 혁신 정책과 성과를 창출한 기관에 주어지는 상으로, 책임경영과 사회적 가치 실현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공공기관의 ESG가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민간기업은 ESG 활동을 통해 투자자 신뢰 확보와 시장 경쟁력 강화를 추구하는 반면, 공공기관은 외부 자본 유입이 제한된 구조 속에서 정책 수행의 정당성과 공공성 확보가 ESG의 핵심 목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ESG 경영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고 본다.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고, 공공부문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공공기관의 ESG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향후 기관의 ESG 경영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나.

“앞으로도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전 영역에서 책임 있는 ESG 경영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지속가능경영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대외적으로는 ESG 접점을 넓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강화하고, 인증원의 ESG 역량을 보다 널리 알릴 계획이다. 대내적으로는 ESG 실무역량을 강화해 향후 주관기관으로 역할을 확대하겠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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