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불황 속 대형마트 3社… 사회공헌 극과 극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사회공헌 진단

이마트
영업이익 감소에도 기부금 증가
공격적으로 사회책임경영 확대

“대중 시선 차가운 유통업계, ‘진정성’으로 접근해야”

홈플러스
사회공헌 본부 대외협력본부로 흡수
활동 축소 우려… “조직 개편일 뿐”

롯데마트
제자리걸음 중인 사회공헌활동
그룹 총수 의지 따라 확대될까

최근 마트업계 2위 홈플러스가 사회공헌 조직을 축소 개편했다. 사회공헌팀과 문화센터팀을 총괄하던 사회공헌본부가 없어지고, 대외협력본부(총괄)에 흡수된 것. 유통업계에선 “홈플러스가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될 때부터 예견된 절차”라며 “홈플러스의 사회공헌이 전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소문이 돌고 있다. 수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인력 감축이나 장기적 측면의 책임 경영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997년 대구 1호점을 시작으로 18년간 대표 유통 기업으로 성장한 홈플러스는 백혈병 소아암 환자 지원, 유방암 예방 캠페인, 어린이 환경 그림 대회 등 매년 100억원에 가까운 사회공헌 비용을 지출하며 사회에 기여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직 개편이 홈플러스 사회책임경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사진_홈플러스_어린이 환경그림 전시_20160426
홈플러스는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e파란 어린이 환경그림대회&공모전’을 올해로 16년째 유엔환경계획(UNEP)한국위원회와 함께 지속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총 44만6370명의 어린이가 참여했다. / 홈플러스 제공

◇홈플러스는 조직 격하, 이마트는 몸집 확대… 엇갈리는 대형마트 사회공헌

사실 홈플러스는 매각설이 돌던 2013년부터 연이은 조직 개편에 몸살을 앓았다. 특히 “사회적책임(CSR) 없인 기업의 미래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책임경영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이승한 홈플러스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직후, 그 변화는 감지됐다. 이 전 회장은 2010년 3월부터 CSR의 글로벌네트워크인 UNGC(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장을 맡는 등 ‘CSR 전도사’로 불려왔다. 홈플러스의 책임경영 전략을 재편하고, 2009년엔 사회공헌 재단인 ‘홈플러스e파란재단’을 설립해 5년간 28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을 전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러나 매각 이슈가 번져가던 2013년 5월 도성환 신임 CEO가 취임했고, 상황은 급변했다. 이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모두 물러났고, 사실상 홈플러스의 사회공헌을 전담하던 홈플러스e파란재단도 본사로 이전했다. 지난해 12월 말 김상현 P&G 아세안 총괄 사장이 홈플러스 사장에 선임된 이후엔 도 전 사장이 e파란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다시 한 번 홈플러스 사회공헌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러한 ‘사회공헌 축소’와 관련된 소문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시너지를 위해 대외협력본부로 조직이 개편된 것이지, 공식적으로 사회공헌 활동 축소는 없다”고 밝혔다.

사진_신세계이마트 희망장난감도서관_20160426
이마트는 신세계그룹과 함께 2007년부터 전국에 ‘신세계·이마트 희망장난감 도서관’을 조성하고 있다. 책이 아닌 장난감을 빌릴 수 있는 도서관이라는 콘셉트로 론칭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프로그램이다. 2007년 제주도에 1호관을 오픈한 이래로, 지난 6일에는 구미새마을중앙시장 내에 52호관을 열었다. / 이마트 제공

반면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사회책임경영을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에서 CSR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수는 무려 30명. 조직 내에서 CSR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2013년도에는 CSR팀이 격상되는 등 힘을 받기 시작했다. 올해는 사회공헌도 강화했다. CSR팀의 한 파트로 있던 사회공헌 부서를 별도 사회공헌팀으로 격상하고, 인원도 보강한 것. 최근 사회공헌 담당자들 사이에선 “이마트의 공격적 CSR 전략이 눈에 띈다” “조직 내에서 힘을 실어준다니 부럽다”는 이야기가 부쩍 늘었다. 이마트의 2015년도 매출은 11조1488억원. 기부금(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으로는 153억원을 냈다. 이는 전년도 기부금 98억원보다 약 64% 증가한 수치다. 경기 불황 여파로 영업이익이 13% 넘게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공격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사회공헌과 상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_롯데마트_행복드림 봉사단 1만 그루 나무 심기 캠페인_20160426
지난 2일 잠실 한강시민공원에서 롯데마트의 ‘행복드림 봉사단’은 시민 1000여명과 함께 나무 심기 행사를 진행했다. / 롯데마트 제공

◇유통업계 비상… 롯데마트 사회공헌 탄력 받을까

지난해 4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낸 롯데마트는 아직 사회공헌의 향방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슈퍼, 롯데마트 등 롯데의 유통업체를 모두 합산한 롯데슈퍼㈜의 2015년 매출은 29조1276억원. 기부금은 206억2065만원 정도다. 2011년 10월 창단된 ‘행복드림봉사단’이 대표적 사회공헌 프로그램. 전국 127개 아동복지시설과 결연해 봉사동호회가 아이 6500명을 지원하고 있다. ‘제자리걸음’이라 평가받던 롯데마트의 사회공헌 역시 올해를 기점으로 변화 조짐이 보인다. 지난해 10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0년까지 15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을 펼치겠다”며 ‘롯데면세점 상생 2020’계획을 발표하면서 “성장에만 집중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 천명했기 때문. 롯데마트 관계자는 “롯데는 유통업 전체를 묶어 기부금을 합산하기 때문에 롯데마트만의 사회공헌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아직까지 롯데마트에서 올해 신설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형 유통업체 3사가 올해를 기점으로 책임경영을 ‘잘하는 곳’과 ‘못하는 곳’의 격차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성장 위기 속에서 책임경영의 ‘진짜’와 ‘진정성’이 드러난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 판매액은 54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처음 대형마트(48조원)를 추월한 데다, 유통업계의 ‘갑질 논란’이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의 시선이 곱지 않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조선업이나 자동차업 불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보호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유통업계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갈수록 차갑다”면서 “단순 사회공헌 차원이 아니라 업(業)의 본질 자체를 윤리화하는 작업이 반드시 따라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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