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전쟁 500일, 1만 7818명 아동 사망
세이브더칠드런 CEO “수천 명 아동 영양실조와 질병에”
2월 17일(현지시간)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발발 500일째를 맞는 날이다. 지난 1월 19일, 양측은 휴전에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합의 사항을 둘러싼 이견으로 전쟁 재개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휴전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아동들의 고통은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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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가자지구를 방문한 잉거 애싱(Inger Ashing)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 CEO는 “수천 명의 가자지구 아동이 여전히 영양실조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며 “식량, 쉼터, 의료 서비스에 대한 긴급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속적이고 항구적인 휴전만이 이 고통을 멈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정부에 따르면, 2023년 10월 전쟁 발발 이후 1만 7818명의 아동이 사망했다. 이는 가자지구 전체 아동 인구의 1.7%에 해당하는 수치로,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수많은 성인과 아동이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으로 인한 강제 이주는 아동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가자지구 인구의 90%에 해당하는 약 190만 명이 피난을 떠났다. 이들은 이스라엘군의 재배치 명령에 따라 파괴된 도시를 떠돌며 비위생적인 임시 정착촌에서 생활하고 있다. 극심한 식량난과 열악한 위생 환경 속에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수천 명의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몰려들고 있지만, 정작 식량과 식수, 쉼터 등 긴급 구호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휴전 이후 여러 대의 트럭이 임시 대피소 키트, 침구류, 위생용품을 싣고 가자지구로 들어갔지만, 수십 대는 여전히 국경에서 대기 중이다. 구호 물품이 조금씩 전달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수요를 충족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 친화 공간을 조성해 아이들과 보호자가 전쟁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심리·사회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교육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시 학습 센터를 설립하고 교과서와 학용품을 지원하며, 기초 보건센터를 운영해 백신 접종과 영양실조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영양실조로 생명이 위태로웠던 한 살배기 여아가 세이브더칠드런 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기적적으로 회복했다고 현지 관계자가 전했다.
네 아이의 어머니이자 세이브더칠드런 가자지구 직원인 나딘(38·가명)은 16개월간의 피난 끝에 가자 시티로 돌아왔다. 그녀는 “가자지구는 단순히 우리가 사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이자 삶의 일부”라며 “이곳에는 우리 아이들의 뿌리, 학교, 친구, 가족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파괴돼 잔해만 남았지만, 집의 형체를 확인했을 때 희망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은 가자지구 아동과 가족을 돕기 위한 긴급구호 모금을 진행 중이다.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 네이버 해피빈 모금함, 카카오 같이가치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