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0일(금)

[벤처, 건강하게 성장하기] 사람처럼 조직도 건강이 중요하다

안정권 노을 CSO

누구나 건강한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어떤 조직이 건강한 조직인데?’라고 물어보면 사람마다 머릿속에 그리는 모습은 제각각이겠지만, 건강한 조직에 관한 바람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조직 건강성(Organizational Health)’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고 느낀다. 표현과 강조점은 달라도 직원 웰빙, 직원 경험, 조직문화같이 건강한 조직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의 책이나 강의, 워크숍을 찾기가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심지어 외부 세미나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당장 유튜브에 ‘건강한 조직’으로 검색하면 2년 이내에 올라온 퀄리티 높은 영상을 수십 건 이상 바로 볼 수 있다. 글을 쓰며 구글 트렌드에서 확인하니 한국에서만 최근 1년 새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의 검색량이 약 3배 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현실 체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미나, 강의 등 네트워킹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건강한 제도나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실 저도 그쪽에 관심이 정말 많아요”라는 말을 꽤 자주 듣는다. 특히, 사회적 미션을 추구하는 영리·비영리 스타트업이나 소셜벤처의 리더들은 조직 건강성이나 조직문화를 사업 성공만큼 깊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사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도전적인 사회적 미션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당하다 보니 지난 몇 년간 이런 질문을 가장 자주 떠올렸다. “어떻게 하면 조직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 본 칼럼에서도 같은 질문을 곱씹어가며 조직 건강성에 관한 현실에서의 고민과 배움을 나눌 생각이다. 다만, 조직 건강성이라는 주제가 워낙 포괄적이다 보니 세부적인 관심 범위와 다루고자 하는 내용에 있어 독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몇 가지를 미리 언급하고 싶다.

첫째, 조직 건강성의 의미다. 건강한 조직이라고 하면 다수의 머릿속에는 좋은 조직문화,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 서로 존중하며 소통하는 관계,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운영 방식, 공정하고 사려 깊은 리더십과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업계에서 말하는 ‘조직 건강성(Organizational Health)’은 더 포괄적이고 체계적이며 딱딱한 개념이다.

대표적으로 맥킨지의 OHI(Organizational Health Index)가 규정하는 조직 건강성의 9개 요소에는 근무 환경(Work Environment), 동기부여(Motivation), 리더십(Leadership) 같이 우리가 익숙한 요소가 있다. 동시에 리스크과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조정과 통제(Coordination and Control), 전략의 실행과 경쟁 우위 창출을 위한 역량(Capabilities)도 들어간다. 이런 전문적인 지식을 얻고 조직 차원의 체계를 갖추는 것도 좋지만 이는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본 칼럼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조직에서 경험하고 이야기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더 대중적이고 직관적인 의미의 ‘조직 건강성’을 다루고자 한다.

둘째는 대상 조직에 관한 것이다. 조직 건강성은 특정 조직에만 유효한 주제가 아니다. 그러나 조직 건강성을 실천할 땐 조직 형태, 조직 규모, 성장 단계, 경쟁 우위 요소, 리더십의 관심도, 조직의 핵심 가치 등에 따라 마주하는 조직 이슈가 서로 다르다. 해결법도 상이할 수밖에 없다.

본 칼럼에서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주로 관심을 두고자 한다. 그중에서도 조직문화와 지속가능성(요즘 표현으로 ESG)에 관심과 의지가 높은 스타트업, 그리고 사회적 미션을 추구하는 소셜벤처에 도움이 될 만한 조직 건강성 이슈를 주로 다룰 생각이다.

혹시 단기적인 성장 곡선의 기울기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또는 대표가 시키는 대로 무조건 해내는 직원으로 채우고 싶거나, 조직문화에 대한 투자를 비효율이나 사치로 바라보고 ‘사람은 나가면 또 뽑으면 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이 칼럼에서는 도움을 얻을 만한 내용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 ‘벤처, 건강하게 성장하기’라는 칼럼 이름은 비즈니스적인 도전과 모험 과정에서 더욱 건강한 상태로 오래 성장해 나가는 방식을 지향하는 벤처를 생각하며 지은 것임을 알린다.

마지막은 다루는 영역과 내용이다. 대표, 중간관리자, 일반 직원 할 것 없이 조직 건강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그만큼 ‘조직 건강성’이 기업의 성장과 성공에 중요한 요소라고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건강한 조직을 현실에서 만들고 유지하기가 어려워 더 관심이 쏠리는 면도 크다. 그도 그럴 것이, 조직 건강성은 관심과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닐뿐더러 알려진 좋은 이론이나 사례를 가져와 적용한다고 해도 수학 공식처럼 기대하는 결과를 그대로 얻는 것도 아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이론과 실제의 간극을 제대로 느끼는 분야가 조직 건강성과 조직문화 영역이다.

이런 이유로 본 칼럼에서는 조직 건강성이 기업의 성과와 성장에 얼마나 긍정적인지 보다 건강한 조직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 그리고 보통 조직들이 어떤 지점을 놓치는지를 주로 살펴볼 생각이다.

과거 여러 해 동안 ‘N잡러’로 영리와 비영리,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넘나들며 조직의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진단하고 자문해 주던 때가 있었다. 당시 관계를 맺은 조직의 대표와 직원들에게 조직 건강성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다는 말을 자주 했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의 특성상 사업 성장을 하려면 ‘100미터 달리기’처럼 눈앞에 보이는 목표를 세우고 전속력으로 달려 성취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그렇게 목표를 이룰 때 성취감과 효능감도 크다. 다만 조직 건강성은 사업을 키우는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순간 스피드와 폭발력이 아니라 지구력과 정신력이 좌우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마라톤처럼 포기하지 않는 것, 그리고 변화하는 상황마다 적합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때도 ‘긴 호흡으로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다. 반대로 경영적으로 언덕이나 굽이진 길 같이 어려운 상황을 만나도 바로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적절한 페이스를 유지할지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앞으로 건강한 조직에 관한 고민을 나누며 각자의 조직 상황에 적합한 모습을 그려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안정권 노을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

필자 소개

의료AI 소셜벤처 노을의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로서 지속가능성·소셜임팩트 전략과 조직 운영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책임있는 비즈니스에 진심인 기업을 찾고 돕는 일을 좋아합니다. 리서치, 전략 자문, 국제표준 심사, 조직 진단 및 실사 등 지속가능성·ESG 요소를 조직의 시스템과 문화에 통합하는 일을 주로 해왔습니다. 현재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지속가능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갖추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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