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출퇴근 때 대중교통 타라”… 美 교통부, 1조원 규모 ‘혼잡통행료’ 걷는다

내년부터 러시아워(rush hour)에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월가 일대에서 차량을 운행하려면 최대 23달러(약 2만9000원)의 통행료를 추가 지불해야 한다. 미국 교통부(DOT)가 지난달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의 맨해튼 중심업무지구(CBD)를 대상으로 한 ‘혼잡통행료’ 징수 계획을 승인하면서다. 교통혼잡 지역에 추가 통행료를 부과해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고 교통 정체와 대기 오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자는 취지다. 미국에서 혼잡통행료 정책이 시행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1일(현지 시각) 교통정체로 혼잡한 뉴욕 맨해튼의 한 도로. /EPA 연합뉴스
지난 21일(현지 시각) 교통정체로 혼잡한 뉴욕 맨해튼의 한 도로. /EPA 연합뉴스

MTA는 혼잡통행료 징수로 매년 10억 달러(약 1조 28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맨해튼 CBD로 통근하는 차량 수는 하루 평균 14만 3000대에 달한다. MTA는 이렇게 마련한 재원을 바탕으로 지하철 노선 증설 등에 150억 달러(약 19조 2150억원)를 투자해 대중교통 이용객을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킨다는 방침이다. 뉴욕 내 대중교통 이용객 수는 팬데믹 이전 대비 75%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필 머피 미국 뉴저지 주지사는 21일(현지 시각) 교통부를 대상으로 MTA의 혼잡통행료 징수 계획 승인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MTA가 실시한 혼잡통행료 정책에 대한 환경영향 추가 평가 시행 전까지 통행료 징수를 유예해달라는 것이 이번 소송의 골자다. 존 매카시 MTA 대외관계 책임자는 “혼잡통행료 징수가 교통·환경·사회 분야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8만 건 이상의 의견을 청취하고 공청회도 36시간가량 진행하는 등 환경영향평가는 엄밀하게 진행됐다”며 “이번 소송은 근거가 없는 소송이다”고 비판했다. MTA는 지난해 8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혼잡통행료를 징수하면 맨해튼 CBD에서의 차량 운행량이 15~20% 감소하고 이에 따라 대기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저지주 연방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각하하거나 기각하면 내년 2분기부터 혼잡통행료 정책이 시행된다. MTA는 타임스퀘어, 월가 등이 위치한 맨해튼 CBD 지역에서 혼잡통행료를 징수하며,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통행료는 23달러(약 2만9000원) 이외의 시간대에는 17달러(약 2만1000원) 정도로 책정된다. 다만 연간 소득이 6만 달러(약 7700만원) 미만이면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현재 뉴욕주는 터널이나 교량 등에서만 통행료를 징수한다.

앞서 영국 런던과 스웨덴 스톡홀름은 혼잡통행료 정책을 통해 교통정체 완화와 대기질 개선 등의 성과를 냈다. 런던시는 지난 2003년부터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웨스트민스터 사원, 소호 등의 런던 중심지에서 운행 중인 차량을 대상으로 15파운드(약 2만5000원)의 혼잡통행료를 징수했다. 이에 따라 런던 중심부 교통 정체 25% 감소했고 차량 운행에 따른 탄소배출량도 20% 감축했다. 런던시의회에 따르면 2021년 징수된 혼잡통행료는 2억3200만 파운드(약 3820억)에 달한다. 런던시는 이렇게 마련한 재원을 전기차 증가에 따른 유류세 감소분을 상쇄하는데 사용하거나 대중교통 개선에 투자했다. 2007년부터 혼잡통행료를 징수하기 시작한 스톡홀름도 교통 체증 25% 감소와 탄소배출량 14% 감축이라는 성과를 냈다. 한해 평균 혼잡통행료 징수액은 100만 달러(약 12억8000만원) 정도로 이는 지하철 노선 증설 등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백승훈 인턴기자 pojac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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