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셜임팩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업과 조직의 임팩트 측정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임팩트 창출 조직인 비영리 부문에 대한 적용은 더딥니다. 이에 비영리스타트업의 잠재적 임팩트와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했습니다.”
지난 12일 다음세대재단이 개최한 ‘비영리스타트업 임팩트 역량평가 연구발표회’에서 라준영 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말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비영리스타트업의 역량평가를 위한 지표 ‘ICAN(아이캔·Impact Capacity Assessment Toolkit For Nonprofit Startups)’이 공개됐다. 국내에서 적용 대상을 비영리스타트업으로 한정한 평가지표가 만들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발표회에는 비영리 중간지원조직 등 비영리 부문 관계자 70여 명이 참석했다.
비영리 혁신성, 출범 초기에 가장 높아
이번 연구는 다음세대재단이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 후원을 받아 지난해 6월부터 약 1년간 진행했다. 연구기관으로 한국사회가치평가가, 연구진으로 최영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와 라준영 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연구는 크게 두 부문으로 진행됐다. 파트1에서는 비영리스타트업의 정의와 특성을 도출했다. 파트2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비영리스타트업 임팩트 역량평가지표를 개발했다. 권난실 다음세대재단 사무국장은 “재단은 2019년부터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비영리스타트업 약 30개 팀을 발굴, 육성했다”며 “지난 5년 동안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조직 수가 확대되고, ‘비영리스타트업’이라는 개념을 인용하는 사업이 늘어나는 등 관심이 늘었다”고 했다. 이어 “다만 비영리스타트업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는 합의된 바가 없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비영리스타트업의 정의와 특성에 대한 이론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영리스타트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 파트 연구는 최영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맡았다. 최 교수에 따르면, 비영리조직은 공익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다. 비영리스타트업은 여기에 ‘스타트업’의 속성인 신규성, 혁신성, 확장성이 더해진 조직이다. 구체적으로는 ▲공익성 ▲혁신성 ▲사회적 가치 ▲임팩트 확장성 ▲초기 단계(활동 시작 7년 이내) ▲비영리성 등 6가지 특성이 충족되면 비영리스타트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최 교수는 “비영리조직은 출범 초기에 혁신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고정적인 기부자가 늘어날수록 혁신성이 감소하고,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기부자들은 기부금을 문제 해결에 직접 활용하는 것을 선호하고, 조직 발전을 위한 연구나 인력 개발에 자원을 투자하는 데 거부감이 강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진화하는 사회적 난제 해결을 위해서는 혁신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초기 비영리조직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바람직한 비영리스타트업의 조건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비영리스타트업, 중간지원조직 등에 소속된 소수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AHP, IPA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11개 세부 항목 중 가장 중요한 항목은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의 시급성(0.15)’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해결방법의 독창성(0.13), 미션의 독특성(0.13), 소통·협업능력(0.1), 성장가능성(0.09) 순이었다.
비영리스타트업 평가하는 42가지 항목
라준영 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개발한 비영리스타트업 역량평가모델 ‘ICAN’은 ▲비영리 창업가정신 ▲솔루션 모형 ▲자원·역량 ▲거버넌스 ▲실행·운영 ▲임팩트 6개 모듈로 구성된다. 각 모듈은 총 42개의 평가지표로 다시 나뉜다. 예컨대 비영리 창업가정신 모듈은 미션 지향성, 심리적 특성, 행위적 특성 등 세 가지로 분류되며, 각 5점 만점이다. 미션 지향성의 경우, ▲소셜 미션이 있으나 타당성이 낮다면 1점 ▲소셜 미션이 명확하고 타당성이 높으면 2점이다. 여기에 ▲사회문제 해결에 헌신하고 몰입함 ▲근본적인 사회문제 해결을 추구함 ▲미션을 전략 및 활동과 적극적으로 연계함 중 해당되는 항목이 있을 때마다 각 1점을 추가한다. 42개 항목별 가중치에 따라 합산해 6개 모듈별 평균점수를 산출하면 최종 점수가 나온다.
지표는 자가진단이나 외부 평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라 교수는 “비영리단체는 자가진단을 통해 전략 개발과 조직 운영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엑셀러레이터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데 활용할 수 있으며, 재단 등 지원조직은 성장 잠재력이 큰 비영리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투자하는 과정에서 중간 점검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세대재단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비영리스타트업 컨설팅 사업을 시행한다. 초기 비영리조직 스스로 역량을 진단할 수 있도록 기초 교육을 제공하고, 인터뷰 등을 통해 임팩트 역량을 상세하게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 분석이 담긴 컨설팅 리포트를 제공한다. 평가에 참여하는 조직에는 지원금 200만원이 지급된다. 지원금은 조직 역량 강화를 위해 자유롭게 사용하면 된다. 올해 안으로 비영리스타트업이 자가진단을 할 수 있는 웹사이트도 구축할 예정이다.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연구로 비영리스타트업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각 비영리스타트업이 잠재력을 기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할 도구를 마련했다”며 “이 역량평가가 비영리 생태계에 건강한 자원을 유입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세대재단은 비영리 생태계 확장을 위해 인큐베이팅 사업, 콘퍼런스 개최 등 기존의 활동에 더해 기업과 같은 ‘빅 도너’들이 비영리 영역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은 “‘비영리스타트업 임팩트 역량평가지표 개발연구’는 진화하는 사회적 난제 해결을 위해 혁신적인 조직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 작업”이라며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보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세대재단의 ‘비영리스타트업 임팩트 역량평가 및 컨설팅 지원사업’ 모집 기간은 이달 26일까지다. 비영리 영역에 있으며 업력 7년 이하인 단체라면 지원 가능하다. 아이캔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